[보라매 겨울 활동 : 남자아이들]
오늘은 처음으로 아이들과 회의를 하는 날입니다.
처음 진행해보는 비대면 회의인 만큼 미리 준비를 해보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잘한 문제들이 계속 생기기 때문입니다.
처음 부딪힌 문제는 아이들의 연락이었습니다. 두 남자 아이는 자신의 핸드폰이 없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님들께 문자를 남겼지만,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사히 안내를 하니 이번에는 회의실 접속에 대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회의실 접속에 대해 안내를 했지만, 아이들이 익숙한 방식은 달랐습니다.
급히 방식을 바꾼 뒤에야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소리 문제, 인터넷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즐겁게 회의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진행한 회의는 남자 아이들 세 명이 주인공입니다.
은혁이와 인호, 그리고 성우는 집이 가깝고, 서로 굉장히 친합니다.
은혁이와 인호가 성우보다 한 학년 높은 5학년인데도 강압적이지 않고 화기애애한 모습이 예쁩니다.
“레고하고 싶어요! 우리 집에 레고 엄청 많은데.”
인호는 정말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합니다.
자기 의견을 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 다른 의견을 잘 받아들입니다.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니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쉽게 극복합니다.
은혁이는 오늘 서기를 맡았습니다.
어떤 역할인지 빠르게 이해하고 주저 없이 펜을 드는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꼼꼼히 정리해서 멋지게 회의록을 채웠습니다.
오디오에 문제가 생겼던 성우.
그럼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회의라는 활동 자체가 낯선데도 말입니다.
“보드게임을 왜 만들어야 해요? 친구 집에 있는데.”
아이들은 적극적이었지만,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코로나 상황에다가 보라매동은 ‘신나는 겨울 활동’이 처음인 만큼,
어머님들께 연락을 드려서 기획단을 모집했습니다.
즉,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을 신청한 건 아니었습니다.
"음... 잘 모르겠어요."
어떤 활동인지 사전에 설명해 주었지만, 아이들이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골똘히 생각하며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저 학 접어보고 싶어요! 한 번도 안 접어봤어요.”
회의가 끝날 무렵, 아이들이 선택한 활동은 종이접기와 만들기였습니다.
특히 종이접기는 인기가 많았습니다.
각자 종이접기로 무엇을 만들었는지 나누고, 아무도 만들어보지 않은 학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여건을 고려하여 진행하기 좋은 활동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활동으로 야외 활동이나 장난감을 언급했는데 말이죠.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의견을 나눈 덕분에 회의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분명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아이들의 관점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를 이해하는 것. 다음 회의에서는 좀 더 신경써보고 싶습니다.
[신나는 보라매 겨울활동 : 여자아이들]
남자아이들의 회의가 끝난 뒤 여자아이들과 인사했습니다.
올해 6학년이 되는 은채와 수현이가 그 주인공이었죠.
아이들은 정시에 접속했고, 수월하게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현이랑 유치원 때부터 계속 친구예요.”
아직까지는 낯을 많이 가리는 은채와 수현이.
처음부터 겨울방학 버킷리스트를 묻기 보다는 신변잡기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굳어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잘 모르겠다고만 답하던 아이들의 입도 열리기 시작합니다.
“은채랑 우쿨렐레 학원을 다녔었어요.”
“와, 정말요? 가서 얼만큼 배웠어요?”
“곡 되게 여러 개 했어요. 지금은 그만뒀어요.”
“저 합기도랑 시간이 겹쳐서 그만뒀어요.”
은채와 수현이는 단짝친구인 만큼 여러 가지 활동을 같이 했습니다.
함께 우쿨렐레로 여러 가지 곡을 연주하고, 춤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우쿨렐레를 좋아했습니다.
시간 상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지만,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 외에도 바이올린, 종이인형, 장난감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이 제시했습니다.
덕분에 회의를 마무리 할 즈음에는 투표를 진행했고,
아이들은 동시에 우쿨렐레와 장난감 만들기를 선택했습니다.
낯선 활동과 선생님들.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해도 아직 적응이 덜 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생각하며 답변한 은채와 수현이가 대견합니다.
무사히 끝낸 회의지만, 역시 직접 만나는 게 아니다보니 아이들이 낯설어 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참여를 더 이끌어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1 어색한 시작이더라도.(01.06)
첫댓글 선생님 이야기체 기록에 폭 빠졌어요~
그날 있었던 일이 그려져요. 적절한 곳에 사진까지 넣어주니 더 구체적이에요.
한번 이야기 나눴는데 이렇게 변할수가!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