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피우면 될 거예요
몰래 봄은 오고 있을 거예요
매섭게 눈 치켜 뜬 바람에 눈치 채지 않게
까치발로 살금살금 오고 있는 중일 거예요
눈을 말갛게 씻고 바라볼 수 있도록
잎 돋는 시간에 맞추어
눈이 짓무르도록 바라볼 수 있도록
꽃피는 시간에 맞추어
쉿 잠이 덜 깬 나무들은
흔들어 깨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애써 재촉하지 않아도
나무 이마에 햇살이 닿으면 기지개 켤 것이고
땅 속 뿌리들은 술렁일 거예요
우린 웃음 까르르 화사하게 터질
산수유 밑에 숨어 사랑만 피우면 될거예요
사랑의 꽃내음 지천에 흩어지면
시샘부리던 봄의 얼굴 더 붉어지게 말이예요
몽돌
수시로
다른 돌들과 부딪히니
아프기도 했었다
파도가
아무도 없는 곳에
끌어다 놓고 사라져 버려
무섭기도 했었다
이런저런 시련에
뽀족한 곳은 깨져 나가는
고통도 컸었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 보니
발에 채이는 돌이 아닌
손안에 잡혀
물수제비 어여쁘게
띄워지는 몽돌로 남았다
봄
오시는 길 힘들었을테지요
연둣빛 순한 눈빛으로
분홍색 여린 몸으로
눈부시도록 노란 신을 신고 오시니
바람이 시퍼런 오기 풀지 못하고
길을 막곤 했겠지요
오시다 고랑진 논둑에
엎어지기도 하고
간혹 햇살이 머리를 곱게 빗어주면
산골 마을 문설주를 넘기도 하다가
골짜기에 주저앉기도 했겠지요
봄
당신 낯색이 이뻐서
그 웃음 너무 고와서 시샘받는 것을요
나무도 눈이 있다
나무도 눈이 있는지
저마다 상대를 찌르지 않으려
이리저리 비켜가면서 가지 뻗는다
쿵쿵 거리며 내 땅이라고
내 자리라고 호통치면
입에서 비명 터질 것을
어찌 터득 했는지
빈 공간 쪽으로
몸을 돌리고 팔을 뻗는
배려가 눈부시도록 푸르다
나무도 그러하거늘
사람도 서로를 가시 돋힌 말로 찌르고
행동으로 들이받는 무례함 보다는
마음을 먼저 만져주고
많은 배려와 이해를 하면서
상대를 위해 온전히 마음을 쓴다면
눈분신 당신에게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머물 것이며
넘치고도 남을 만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해방촌 사람들
선한 눈빛 귀여운 몸짓을 사랑하는 독스 애견
그녀 머리 위로 꽃잎 하나 내려앉는다
다람쥐가 도토리 몇 말을 문 앞에 가져다 놓았을 가을숲
씨암탉을 잡아 사위에게만 줄 것 같은 처갓집 통닭
절망은 자르고 희망은 부풀려 주는 현대 미장원
도라지 위스키에 취해 추억을 소환할 약속 다방
교과서에 나올 말과 행동이 외갓집 같은 바른 밥상
열 사내 못지 않은 배포 큰 복이네는 자신의 복까지 삼태기로 퍼준다
칼국수 가락 만큼이나 성실과 부지런함이 몸에 베인 브라가
사람들의 모습이 꽃이 되고 삶이 시가 되길 소망하는 항아리 집
눈 먼저 호강하다 다른 사람으로 변신되어 나오는 앨렌 슈와 뽀대나
붉은색 조명에 이끌려 고기 한 근 먹으면 힘이 불끈 솟을 정육점
이생 저 생 운명의 갈림길에 해답을 주는 영화당
인생이 잘 익은 부부의 남도 사투리에
마냥 퍼질러 앉아 수다 떨고픈 신촌 마트
페인트 집은 수많은 색상을 제비가 물어 날려
마을마다 동화책에 나오는 집들이 되는 중이고
젊은 부부의 이쁜 모습에 웃음 삐져나오는 꼬기꼬기 집
젊어 한번쯤 우쭐대고 살았을 사람들이
맑은 기운으로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해방촌 사람들
사람 냄새 풍기는 골목 안 풍경에 발길 머물고
울음과 절망을 끌고 와 웃음을 풀어내고 가는 곳
풀리지 않는 문제 내려놓고 한숨이 쉼표로 머무는
그대들의 그리운 골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화도읍 마석로 해방촌 골목 (2021년 11월에 쓰다)
육쪽 마늘
키도 몸도 똑같이 맞추느랴
애를 쓰다 보니 힘들었지
적당히 맵고 달게
모두
한곳에 모이니 하나의 모습이 되더라
사람 또한
인 의 지 예를 갖추고 살아야
사람 답다 할 수가 있어
이익을 따지고 사리를 밝히며
쪽을 팔진 말자
들쑥 날쑥 하는게
잘 사는게 아니므로
너 답다
나 답다
라는 말을 들으려면
내가 가진 쪽을
제대로 모으며 살자
둥근 조율
밭 두렁에 있으면
탄성이 저절로 질러지곤 해
햇살가루 말아쥔 넝쿨 손은
겁없이 직진으로
혹은
곡선으로 뻗어 나가고
느낌을 읽어 나가다 보면
시선은 푸르기만 하지
며칠에 한번씩 둥근 호박의
엉덩이는 펑퍼짐해져 있고
파란 엉덩이가 노랗게 되면서
생을 읽게 되지
사람도
늙어야 비로소 생을 알게 되고
둥글게 조율해야
관계가 편안하다는 것을
몇 번 눈이 휘둥그레져야
비로소 알게 되지
황라현의 프로필
관내 초등학교 (마석초교,송라초교 )방과후 학교 독서 논술 강사 엮임
한국 예총 (예술시대 )시 등단 (2002년)
한국 수필 등단(( 2000년)
시집 두권 출간 (2006년 발표 2013년 발표)
한국 문인협회 회원
남양주 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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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감상했습니다 황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