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인생의 봄날
해마다 찾아오는 인생의 봄날
신근식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오르막 내리막을 떠나서도 전반적인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추어의 경우는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앞만 보며 달리는 경향이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자신이 현재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중간에 자신의 길을 한 번 정도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거기에 대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것을 확실히 실현 시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은퇴 후 몇 년을 실속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1984년도에 결혼하고부터 일기를 지금까지 써 온다. 그동안 살았던 나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퇴직도 3년 남겨두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연퇴직을 하였다. 처음 2년은 교육사업으로 그동안 쌓아온 인맥으로 수월하게 사회생활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신(神)은 그렇게 쉽게 잘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교육생 모집이 되지 않아 교육사업 접고 이제 무엇을 할까 고민하였다. 대학에서 전공이 사회복지학이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이 있다. 장애인복지사업 하는 친구를 찾아가서 상의해 보았으나 기존의 사람이 취업해 있기 때문에 자리가 없다고 하여 실망하였다. 교육생 중 친구가 건강식품 교육 받으러 가자고 하여 유니시티 회사 교육장으로 갔다. 이제 나이가 예순이 넘었으니 건강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친구의 정성이 남달랐다. 자기 차로 포항까지도 갔다. 친구가 원하는 건강식품을 사기도 하였다. “헬스키니 10일 프로그램” 클리닉 하여 건강이 매우 좋아지고 재미가 솔솔했다. 그러나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카드빚만 늘어났다.
연이어 "아실리", "황병태 노니", "제이온" 등 건강식품 다단계(Network)에 몸을 담갔다. 언제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고난이 유익이라 생각하여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제이온" 하면서 나를 유심히 본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인상이 강하고 묵직하게 생긴 분이 “나는 전국중소상공인협회에서 일하는데 나와 같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라고 제의 했다. 나는 다단계에 벗어나고 싶어 두말없이 제의에 응했고 같이 일을 성실하게 하였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데 능력이 모자라서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2020년 6월 초에 직장 다닐 때부터 알던 장애인 전문가 지인이 사회복지사 전공을 살려 "재가복지센터"와 "작은도서관"을 하기 위해서 (사)한국장애인마이스협회 소개로 일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사회공헌적인 일이라서 경제적인 도움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해를 넘겨 2021년 새해에 지인이 이번에는 달성군지회를 맡아 직접 장애인복지사업을 하라고 권하였다. 일을 같이 할 사람도 추천하여 달성군 문양역인근 빌라 4층 월세를 얻어 사무실을 운영하였다. 그 많은 책과 서가도 4층까지 지고 날랐다.
부지런히 내 몸을 혹사하는 까닭에 내 몸에 이상이 왔다. 병원에서 발저림 현상으로 허리디스크 초기라고 진단하였다. 신경외과와 한방병원 등을 다녀 나아지는 듯 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료생협에서 도수(徒手) 치료를 받고 나서 더 심해져서 결국 4월 25일 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수술 받기 전에 병실에서 너무 아파 사각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4월 30일 수술 후,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접어야 했다. 그동안 돈을 벌어 보려고 몸부림 쳤지만 얻은 것도 없이 몸과 마음만 잃었다.
허리 회복을 위해 집근처 강가로 걷기 시작했다. 뒤로 걸으면 허벅지 근육이 생겨서 좋다고 하였다. 뒤로 걸으면서 앞을 보니 짧은 기간 안에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세월이 빨리 가니까 나까지 바쁘게 살았다. 욕심이 많아서 많은 일들을 벌려 놓았지만 신은 공평하게 한 가지만의 능력을 주었는데 늦어도 한참 늦은 후회였다. 집으로 달려오면서 낙동강 다리 위를 쳐다본다. 이른 아침에도 일터에 나가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린다. 과연 저 사람들도 일터에 가면 어떤 보람을 느끼고 사는지, 코로나19 시대에 얼마나 고초를 겪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모두가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가벼워질 것인데 아무도 쉬운 그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언젠가 우리 가족이 성주 전원주택에 오면서 유기견 한 마리를 구해왔다. 모두 하는 소리가 생긴 것은 별로인데 눈가에 눈물 자욱이 짙게 보여 어미를 잃고 불쌍하다고 했다. 봄에 데리고 와서 이름을 ‘봄’이라고 지었다. 우리 가족은 봄이를 무척 좋아했고 같이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고 좋아하였다. 자연의 섭리는 너무나 명확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줄기가 올라온다. 사이토 히토리가 쓴 "철들지 않은 인생이 즐겁다"’에서 “육체는 썩어도 영혼은 죽지 않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 이 세상에 왔을 때는 전생에서 갈고 닦은 지점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나도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지만 잠시 모든 것 내려놓으니 이렇게 편안하다. 얼었던 대지가 녹고, 봄은 언제든지 찾아오므로 어찌 해마다 인생의 봄날이 아닐 것인가, 또 멈추었던 시점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향하여 일 시작함이 인생 제2막 ‘청춘의 봄날’이라고 부르고 싶다.
(20230110)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