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비 문제의 극복
위 2장 “장자의 ‘시비’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 보여주듯이, 장자는 맹자와 달리 ‘인간의 시비 문제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도에 근본적으로 합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장자의 ‘시비’에 대한 입장은 어떤 사상에 기인하고 있는지 ‘시비 문제의 극복’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만물제동(萬物齊同) 사상
장자의 위상은 “만물은 하나(通爲一)”라는 만물제동(萬物齊同) 사상으로 확보된다. 만물제동 사상은 『장자』 「제물론」에서 발견된다. “도에서 하나로 통한다(道通爲一)”, “만물과 나는 하나(萬物與我爲一)”,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하는 것만 못하다(莫若以明)”, “천지자연에 비추어 본다(照之於天)”, “자연의 균형에서 쉰다(休平天鈞)”, “그 대립의 짝을 얻지 못한다(莫得其偶)” 등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가와 묵가의 시비 다툼이 일어나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고 쟁론함은 “천지자연의 밞음으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장자는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한다(以明)”는 말로 만물제동의 원리를 제시했다. 저것은 이것으로부터 생기게 되고 이것은 저것으로부터 생기게 되므로 삶과 죽음, 옳음과 틀림 또한 상대적 대립관계에 있다.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상대적 대립에 휩싸이지만, 성인은 상대적 대립에 나가지 않고(無適), 다툼에 얽히지도 않고(不由)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한다” 혹은 “천지자연에 비춰본다.” 삶과 죽음의 경우 삶은 죽음의 사도(使徒)이고 죽음은 삶의 시작으로, 우리의 삶은 기의 쌓임(氣之聚)에 불과하고 죽음은 기의 흩어짐(氣之散)에 불과하므로, 생사뿐만 아니라 만물은 하나이거늘, 도대체 무엇을 근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장자는 반문한다.
따라서 시비는 서로 나뉘지 않고 크고 작음은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고 하여 장자는 만물제동 사상을 주창하는 것이다. 만물제동의 자리에서 진인(眞人)은 소요하며 만물을 그대로 놓아두면서 요절, 수명장수, 태어남, 죽음도 똑같이 자연의 이법에 따름으로써 시비, 생사를 비롯한 상대적 대립을 천지자연에서 쉬게 하는 것이다. 장자는 앞의 인용문에서 만물제동 사상을 제시하면서 각각의 결구(結句)로서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시비 다툼에 말미암지 않고 천지자연에 비춰본다”라고 했다. “시비 다툼에 말미암지 않고 천지자연에 비춰본다”는 구절을 장자는 〈제물론〉에서 한 번 사용했고,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표현은 두 번 사용했으며, 또한 “천지자연의 밝음으로 한다”는 구절은 한 번 사용했다. 따라서 바로 여기에 만물제동의 핵심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요약 : 『장자』는 ‘만물은 하나’라는 만물제동을 펼친다. 만물제동은 천지자연에 비춰 그 밝음으로 하는 것으로, 시비, 생사를 비롯한 상대적 대립을 천지자연에서 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