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불심(孝心佛心)을 가르쳐 주신 어머님 / 혜인스님 나는 법문할 때마다 불자들 앞에서 『부모은중경』게송을 외우고 법문을 하면서 ‘효심이 바로 불심’이란 점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말없는 가르침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나이 58세까지 나는 1883번 비행기를 탔다. 부처님 덕분에 국내‧외에 많은 법문을 하러 다녔고 생일 때는 외국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생일이 되면 자유롭게 여행하며 삶을 돌아본 적이 많았다. 그러나 생일 때 한 번도 부모님을 찾아뵌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내가 그동안 생일을 잘못 기념했구나.’ 하는 반성이 생겼다. ‘아무리 출가인이지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님을 찾아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으로 나는 어머님 연세에 맞추어 88송이의 꽃을 바구니에 담고 은행에서 갓 찾은 새돈 100만원을 봉투에 넣어 화순 형수댁을 찾았다. 상좌들과 함께 집안에 들어가 어머님의 손을 잡는 순간, 어머님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어머님,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5세 어린 나이에 이별을 하고 스님의 길을 걸은 지 어언 40여년이 넘어 처음으로 찾아뵙고 생일 인사를 드리자, 오랜 세월 고생하고 걱정하신 어머님께 죄송하면서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시절 아들의 똥‧오줌을 받아내고 수없이 걸레질을 하고 농사일을 하신 거치른 손을 만지니 이심전심으로 정이 느껴졌다. 어머님께 생일 불공을 처음으로 올린 그해 12월 어머님을 찾아보니, 어머님은 아들을 알아보시고 “혜인이가 왔구나.”하셨다. 혼수상태에서 다행히 의식이 살아나서 숨을 쉬며 알아보신 것이다. 그날 이후 제주도 약천사로 모셔서, 평생하지 못한 효도를 처음으로 해보았다. 어린 시절 두 젖을 물리며 키워주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미음을 입에 넣어 주기도 하고 물도 입술에 적셔 주기도 했다. 그 이튿날 예불을 마치고 공양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려서 공양을 하러 가려다 문득 어머님이 걱정되었다. ‘밥 먹는 것이 문제인가, 어머님을 위해 염불이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에 곁에 가서 부지런히 염불을 하였다. 그러자 10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님은 긴 한숨을 내신 후 숨을 들이 쉬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두셨다. 공양을 하러 갔더라면 임종을 지켜보지 못할 뻔한 것이다. 비록 불효자였지만 입적하는 순간,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염불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하루만이라도 자식된 도리를 했다는 안도감을 가졌다. 모성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천상 세계인 도리천에서 인간 세상을 바라다본 제석천왕이 한 신하에게 명했다. “그대는 인간 세상에 내려가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것 하나를 가져오도록 하여라. 오직 하나면 되느니라.” 신하는 즉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찾아 헤매었고 마침내 그 아름다운 것 중 세 가지를 고르게 되었다. 그 세 가지 중 하나는 꽃이었다. 그 누가 보아주거나 외면하거나 상관없이 때가 되면 활짝 피어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밝게 해주는 그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두 번째는 귀여운 아기였다. 누구를 속일 마음도 해칠 마음도 없는 아기, 티없이 맑은 눈망울에 천진스럽기 그지없는 아기의 해맑은 웃음이 신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세 번째는 모성애가 아름다운 어머니였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주는 어머니,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를 갈아주는 어머니, 잠을 재우기 위해 아기의 등을 두드려 주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 자비심과 모성애가 넘쳐흘렀고 그와 같은 어머니가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이다. ‘제석천왕께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만을 가져 오라고 하셨는데, 꽃과 아기와 어머니의 아름다움은 하나 같이 나를 감동시키니 과연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 것을 택하고 어느 것을 버릴 것인가?’ 하며 선택의 고민 끝에 결정을 하지 못한 신하는 제석천왕의 호된 질책을 각오하며 이 세 가지 모두를 가지고 도리천을 올라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제석천왕은 아주 유연하게 웃으실 뿐 꾸지람도 별 말씀도 없었다.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신하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저절로 알게 되었다. 언제나 활짝 피어 있을 줄 알았던 꽃은 시들고 티 없기만 한 줄 알았던 아기가 자라 마음이 변하나 아기 곁에서 젖을 먹이며 미소 짓는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깨우쳐 주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란 사실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조건도 바람도 없다는 진리이다. 마냥 베풀고 또 베풀기만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의 사랑 이상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것을 잊고 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님이 나를 낳아주었기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며, 부모님의 간섭이 오히려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때로 실망하거나 힘들어하고 때로는 자식을 탓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자식에게 지고만 산다. 힘이 없어서 지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부모님의 큰 은혜를 『부모은중경』에서 말씀하셨다. “내 너희에게 먼저 묻겠노라. 저 넓은 바다의 물을 잔으로 뜬다고 하자. 너희는 몇 잔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대지를 삽으로 뜰 때 너희는 과연 몇 삽이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저 넓은 허공 또한 어떠한가? 자로 재어 몇 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답할 수 없나이다.” “선남자, 선여인아. 부모님의 은혜도 그와 같아서 가히 입으로 다 말할 수 없고 글로써 능히 표현할 수 없느니라. 세상의 죄목이 삼천 가지가 넘는다고 하나 불효보다 큰 죄가 없고, 공덕이 팔만사천 가지가 넘는다 하나 부모님께 효도‧봉양하는 것보다 더 큰 공덕은 없느니라.” 부처님은 이처럼 참으로 부모님의 크신 사랑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오늘이라도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의 인심을 볼 때 부모님에 대한 효순(孝順)은 자기의 심성을 풍요롭고 따뜻하게 하고 사회를 따뜻하고 평화롭게 하는 길임을 느낀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부모님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고 그 사랑에 보답하는 다짐과 실천을 해보자. 출처 : 제주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