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집 제6권 / 시(詩) / 남군옥의 〈호수에 떠서〉 시에 차운하다 6수〔次南君玉汎湖韻 六首〕
신선 유람에 귀신이 도와 파순을 굴레 씌우고 / 仙遊鬼助勒波旬
일엽편주에 바람 타고서 나루를 건넜어라 / 一葦揚舲利涉津
좋은 유람하며 부지런히 속세의 누를 떨쳤나니 / 好事勤勤捐俗累
같은 소리로 성대히 호응하여 오는 사람 있었으리 / 同聲鼎鼎有來人
떠나려는 맘은 하늘로 오르는 새를 쫓으려 하였고 / 遐心擬逐冲霄翼
즐거이 난간 기대어 수초 사이 물고기를 보았겠지 / 樂意憑看在藻鱗
그대 시에 찬찬히 화답할 때 내 정신도 찾아가니 / 細和篇章神便往
천리 먼 곳까지 흥취가 고루 퍼져도 무방하리라 / 不妨千里興停均
파옹이 부를 짓자 맑은 유람 뒤이었고 / 坡翁賦後躡淸遊
좌씨의 시 가운데 강물에다 발을 씻었지 / 左氏書中濯足流
술자리 마련하고 애오라지 배를 띄워 / 料理杯盤聊放棹
벗님네들 불러 끌고 뱃놀이 함께했네 / 招携朋友與同舟
어그러진 세상 만나 좋은 계책 없지마는 / 時丁缺陷無良策
너른 경치 한가로움에 좋은 꾀를 내 본 거라 / 境闢淸閒辦善謀
방호가 안개 낀 물에 접해 있다 들었나니 / 聞說方壺煙水接
삐걱삐걱 노 저어 내려가 장주를 보시게나 / 請看雅軋下長洲
좋은 경치는 어디에 있는고 / 勝地曾何處
맑은 즐거움 이 한때로다 / 淸歡此一時
좋은 시절에 약속을 저버리랴 / 辰良寧負約
흥이 나니 쇠함도 부끄럽쟎다 / 興到不羞衰
격식이야 애당초 있지 않고 / 畦畛初非有
이 정신을 자신만이 알 뿐이네 / 精神只自知
물가 마을로 편지를 부쳐 와서 / 飛書傳澤國
시를 통해서 마음을 말하누나 / 詩語說心期
산이 깊어 자취 붙이고 살 만하고 / 山深宜著迹
물 수려하니 금강 이름 아름다워라 / 水美錦名佳
신선 뗏목 길로 달려 올라가서는 / 走上仙槎路
화방 위의 뜸에서 머물렀겠지 / 淹留畫舫齋
우러르고 그리면 도달할 수 있는 듯하니 / 瞻懷如可及
혼몽이 마치 계단처럼 되겠구나 / 魂夢若爲階
강을 가로지르는 학이 정녕 있으리니 / 定有橫江鶴
그 누가 경승지를 완상할 줄 알는지 / 誰知勝賞諧
휴가에 어찌 열흘을 다 써 버렸나 / 休暇何煩費十旬
명승지를 떠나가니 바로 통진이라 / 名區斯去卽通津
강산 이외에는 참된 경치가 없는데 / 江山以外無眞境
천지 사이에는 이러한 사람이 있도다 / 天地之間有若人
무엇이 적벽에서 뱃놀이하는 것만 하랴 / 何似汎舟遊赤壁
그물 들어 은빛 물고기를 다투어 보았으리 / 爭看擧網得銀鱗
평생 유유자적하려 함은 고금이 같은 바라 / 生平取適無今古
세상에서 유쾌히 여기는 바가 같음을 알겠노라 / 可識寰中快意均
우연히 만나 노닒이 바로 멋진 유람이니 / 邂逅逢場卽壯遊
가고 쉬는 것 그 자체가 풍류로구나 / 行休自在是風流
고래 붕새 바다가 천 겹 파도로 막혔거니 / 千重浪隔鯨鵬海
이곽의 배를 타고 일고여덟 사람 함께 노닐었네 / 七八人同李郭舟
이번 유람에 하늘 날아보길 응당 바랐을 테니 / 此去翺翔應有待
이제껏 조용히 지낸 삶에 어찌 계책 없었으랴 / 向來幽嘿豈無謀
신선들의 흥취라고 보건 말건 / 任敎看作仙曹興
마음껏 물새 노는 모래톱을 가로질러 가 보게나 / 隨意橫穿鴈鴨洲
[주-D001] 남군옥(南君玉) : 남계(南堦, 1705~1782)이다. 자가 군옥, 본관은 의령(宜寧)이다. 남하주(南夏疇)의 아들이고, 좌의정 남이웅(南以雄)의 후손이며, 성호의 친구 홍창보(洪昌輔)의 사위이다. 계룡산 아래에 이경와(二耕窩)라는 집을 짓고 살았는데, 성호가 그 집의 기문을 지어 준 바 있다. 《星湖全集 卷53 二耕窩記》 《𣁗𢿜集 二耕窩記, 韓國文集叢刊 223輯》[주-D002] 파순(波旬) : 욕계(欲界) 제6천(天)의 임금인 마왕(魔王)의 이름이다. 항상 악한 뜻을 품고 나쁜 법을 만들어 수도하는 사람을 어지럽히고 사람의 혜명(慧命)을 끊는다고 한다. 《百喩經 小兒得大龜喩》[주-D003] 같은 …… 있었으리 : 뜻이 맞는 벗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같이 즐겼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같은 소리끼리 서로 호응하고 같은 기운끼리 서로 찾는다.[同聲相應 同氣相求]”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주-D004] 파옹(坡翁)이 부(賦)를 짓자 :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 적벽(赤壁) 아래에서 객(客)들과 함께 뱃놀이를 하면서 〈적벽부(赤壁賦)〉를 지은 것을 가리킨다.[주-D005] 좌씨(左氏)의 시 : 진(晉)나라 좌사(左思)의 〈영사 팔수(詠史八首)〉 가운데 “천길 산등성이에서 옷 먼지를 털어내고, 만리 흐르는 강물에 발을 씻노라.[振衣千仞岡 濯足萬里流]”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주-D006] 방호(方壺) : 신선이 산다는 섬으로, 다른 이름은 방장(方丈)이다. 발해(渤海)의 동쪽에 있다는 오도(五島)의 하나로 첫째는 대여(岱輿), 둘째는 원교(員嶠), 셋째는 방호, 넷째는 영주(瀛洲), 다섯째는 봉래(蓬萊)라 한다. 《列子 湯問》[주-D007] 장주(長洲) : 전설상 신선이 산다는, 대양 위에 있는 ‘십주(十洲)’ 가운데 하나이다. 십주는 장주를 비롯하여 조주(祖洲), 영주(瀛洲), 현주(玄洲), 염주(炎洲), 원주(元洲), 유주(流洲), 생주(生洲), 봉린주(鳳麟洲), 취굴주(聚窟洲)이다. 《海內十洲記》[주-D008] 물 수려하니 …… 아름다워라 : 남계가 계룡산(鷄龍山) 아래 금강(錦江) 변에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주-D009] 화방(畫舫) : 채색(彩色)을 올려 화려하게 꾸민 배를 말한다.[주-D010] 이곽(李郭)의 배 : 이곽은 후한(後漢) 때의 명사인 이응(李膺)과 곽태(郭太)를 말한다. 이응과 곽태가 빈천(貧賤)을 잊고 낙양(洛陽)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었는데, 이응이 고향으로 떠나는 곽태를 전송하면서 둘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광경을 보고서 사람들이 신선과 같다고 찬탄하며 부러워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68 郭泰列傳》
ⓒ 한국고전번역원 | 양기정 (역)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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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4 |
십순(十旬) |
우즈 |
2025-01-31 |
고전번역서 |
번역내용 오류 |
휴가에 어찌 열흘을 다 써 버렸나 / 休暇何煩費十旬
명승지를 떠나가니 바로 통진이라 / 名區斯去卽通津
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十旬은 당나라때 휴가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위에서도 '열흘' 과 같이 구체적인 것을 말하기 보다
'휴가를 다 써 버렸나' 정도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휴가에 어찌 휴가를 다 써 버렸나' 가 되어
어색할 수 있는데, 그냥 십순(十旬)이라 번역하고 주를 달던지
적절히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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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 어찌 열흘을 다 써 버렸나 / 休暇何煩費十旬->백일을
*旬은 열흘, 10순은 100일. 조선시대 걷거나 말타도 휴가내어 한양에서 고향 갔다오면 먼곳은 보통 편도 한 달 걸림
書經集傳 卷三 夏書五子之歌1. 太康尸位여 以…
1. 太康尸位야 以逸豫로 滅厥德대 黎民이 咸貳커늘 乃盤遊無度야 畋于有洛之表야 十旬을 弗反니라
傳: 言其久則十旬而弗反하니 是則太康이 自棄其國矣라
〈滕王閣序〉 / 王勃(子安)
十旬休暇하니 勝友如雲이요 千里逢迎하니 高朋滿座라
설원2(說苑 2) 19. 齊桓公之時에 霖雨十旬하다…
閉目逾十旬 大江不止渴【言觸熱臥病니 雖赴大江而飮이라도 不能止渴也ㅣ니라】
눈 고 누워 쇼미주029) 열 열흐리주030) 남더니주031) 큰 도주032) 목로주033) 그치디주034) 몯더라
【한자음】 폐목유십순 대강불지갈【더위를 먹어 병들어 누워 있으니 비록 큰 강에 나아가 물을 마셔도 갈증이 멎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언해역】 눈 감고 누워 있는 것이 열의 열흘이 넘었는데, 큰 강도 목마름을 그치지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