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사
2023년 여름방학 단기사회사업을 마친 김근태, 백세현, 이유빈, 정민철 실습 선생님의 수료를 축하합니다.
네 분 선생님과 함께하며 가장 고마웠던 것은, 제가 만나는 주민들, 아이들을 귀하게 대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한 마디, 작은 행동이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고 조심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감사했습니다. 제가 만나는 주민들, 아이들 입장에서는 저를 통해 선생님들을 만난 것인데, 아이들, 주민들이 선생님들 만나 행복한 여름을 보냈으니 제 할 일은 잘한 듯합니다. 강릉 여행 마지막 날 먼저 떠나는 유빈 선생님은 중3 학생에게 볼 뽀뽀를 받았습니다. 더 말할 것 없겠지요.
또 고마운 것은, 이 여름 저 혼자서는 이루지 못했을 많은 일을 이루어주신 것입니다. 중3 학생 네 명과 떠나는 강릉 2박 3일 여행, 두 청소년과 기획하는 내가 선생님 활동, 한 주민 선생님과 기획하는 마을 선생님 활동을 단 20일 만에 이루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일 잘하는 사회사업가라고 해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복된 일을 이루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여기에 관여된 사람을 보수적으로 헤아려봐도 최소 64명입니다. 우리가 포착하지 못한 사회사업을 통해 당사자의 곳에서 이루어졌을 수많은 대화와 웃음까지 헤아려 본다면 적지 않은 영향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아끼는 당사자와 지역사회, 그곳을 빛나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추억이 있었습니다. 여행팀은 근태, 유빈 선생님과는 은결이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갔다가 이영자 맛집 파스타를 배불리 얻어먹은 일이 떠오릅니다. 점심을 먹고 갔는데도 파스타 3인분을 다 비웠습니다. 은결이 어머니가 맛집 운영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들 핑계 삼아 따라가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행하며 쌓은 추억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슈퍼바이저들은 여름휴가도 없는데, 여행팀 따라가서 내심 좋았습니다. 여행에서 많이 웃고, 많이 떠들고, 노래하고, 바다에 뛰어들고, 먹고, 쉬는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단기사회사업 초반에 여행팀 주요 과업이 몰려있어서 내가 선생님팀 세현, 민철 선생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는데, 여행 다녀온 후로는 선생님들과의 추억도 쌓인 듯합니다. 특히 경희 선생님, 강아지 대범이와 함께한 서울역 나들이는 특별한 기억입니다. 서울역 천혜사 업체 들르는 게 목적이었는데 막상 물건 받는 건 금방이었고, 생활의 달인 떡볶이 먹으며 수다 떠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심지어 경희 선생님 차로 가서 저는 운전도 안 했고, 떡볶이는 먹자고 한 사람이 사는 거라면서 선생님이 사주셨지요. 그때도 점심 먹은 직후였는데 떡볶이 배는 따로 있는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강아지 대범이를 앉고 조수석에 타서 돌아오는데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발병 출신 민철 선생님이 이야기, 집에서 아버지 머리 자르는 세현 선생님 이야기 들으며 선생님 두 분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가발 싸게 샀다며 우리 모두 함께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오던 길이 추억이 되었습니다.
선생님들과 슈퍼비전 시간에 대화 나누며 배움이 있었습니다. 사회사업 가치와 사회사업의 가치를 토론하면서 제가 품었던 사회사업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당사자와 사회사업가의 뜻이 다를 때를 토론하면서 제가 그렇게 잘하고 있는지 돌아봤습니다. 선생님들이 주신 수많은 질문이 저를 깨웠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고 나누는 시간이 기뻤습니다. 슈퍼비전 요청사항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질문은 줄어들고, 선생님들이 스스로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섭섭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를 깨워주시고, 동료들끼리 서로 배우며, 스스로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배움에 대한 자세에 감동했습니다.
근태 선생님, 시종일관 진지하고 반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모범생 같았습니다. 실습 첫 면담에서 “지금 이 실습에만 집중하겠습니다.”라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처음 가진 그 마음대로 하루도 일지를 밀리지 않고, 끝까지 제시간에 제출해주었습니다. 그 성실함을 배웠습니다. 강릉 여행 갈 때는 근태 선생님이 자처하여 조수석 자리를 맡아주었지요. 자도 된다고 편하게 가라고 해도 눈 한번 붙이지 않고, 운전에 방해될까 조용히 앉아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 모습이 근태 선생님이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대하시고 세심하게 살피시는지, 그래서 아이들과 부모님을 얼마나 잘 만나주셨을지 짐작하게 했습니다. 근태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회의를 마칠 때마다 ‘아이들이 비속어를 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면 어떻게 할까요’, ‘도가 지나친 장난을 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그 질문을 들을 때면 제가 학생 때 강점을 바라보는 눈을 훈련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보는 눈이 예리한 사람은 강점보다 부족한 면이 더 빨리 눈에 띕니다. 그래서 그 점을 보완하고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게 역량이고 능력이지요. 그런데 강점을 보는 눈을 훈련하는 시기에는 단점이 빨리 눈에 띄는 내가 힘들었습니다. 계속 부딪히고 힘겹게 참았습니다. 아마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했던 근태 선생님도 그런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든 훈련인지 알기에 선생님 질문이 고마웠습니다. 눈에 띄는 단점을 없애려고 나서지 않고 저와 의논하면서 어떻게 하면 배운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강점을 볼 수 있는 것인지 그 길을 찾아 애써준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종결평가에서는 ‘경청과 흘려듣기를 배웠다’고 한 줄로 요약되었지만, 그 한 줄 너머에는 이렇게 수많은 부딪힘과 의문이 있었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가 ‘용기를 가지고 싶어서’라고 하셨지요. 용기를 얻고 싶어서 홀로 아프리카 자유여행을 떠나겠다는 그 용기가 멋져 보였습니다. 겁이 많은 사자가 도로시를 따라 오즈로 떠나겠다고 한 것처럼, 여행길 끝에는 누가 선물해주는 용기가 아니라 자기 안에 있던 용기를 발견하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현 선생님, 선생님에게 단기사회사업은 어떤 경험이 되셨을까요. 늘 잔잔한 눈빛과 한결같은 맑음으로 임해주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선생님이 면접 때 아이들에게 ‘사랑’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강조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그 마음, 그 가치를 아는 선생님이 온 게 반갑고 기뻤습니다. 선생님은 산이, 준식이, 경희 선생님, 함께 했던 아이들도 사랑했지만, 함께한 동료들, 저까지도 사랑하는 듯했습니다. 힘든 내색 없이 늘 웃는 얼굴과 미소로 활동하는 것을 보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사업을 왜 선택하셨나요?’, ‘사회사업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동 사업의 다른 사례집들은 없나요?’라는 질문들 속에서는 제가 사랑하는 사회사업을 선생님도 어쩌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산이가 활동 준비하며 내일이 기대된다고 할 때, 준식이가 성운과 우주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 아이들이 번개를 만들 때, 선생님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은 이미 사회사업 현장과 사랑에 빠진 얼굴이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이 어떤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누구보다도 가장 기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유빈 선생님, 매일 출근길이 행복하고, 단기사회사업 끝나가는 게 아쉽다고 하는 선생님.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몸은 힘들지만 가슴은 벅차고 귀뚜라미 소리가 행복했다고 하는 선생님. 예빈이가 여행 회의 날짜 스스로 잡은 것에 감동하여 얼마나 기특하냐고 가족들에게 자랑했다는 선생님. 아이들과 여행하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손잡아준 선생님. 함께하는 시간에 누구 하나 소외될까 노심초사하는 선생님. 한 달 동안 사업을 진행한 ‘대학생’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간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하는 선생님.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요? 나의 작은 행동에 기뻐하고 칭찬하며, 상한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함께 걸어주는 선생님, 우리와 함께 신나게 놀며 추억을 만들어준 선생님으로 남지 않을까요? 제 인생에도 그런 선생님이 있는데, 그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함께 여행한 우리 아이들도 선생님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세월이 흘러 선생님을 잊어버린다고 해도, 선생님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이 마음 속 어디엔가 자리잡아 아이들의 힘들고 고단한 일상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겁니다.
민철 선생님, 슈퍼비전 시간에 눈에서 불꽃이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너무 슈퍼비전을 열심히 들어서 제가 대충 준비하기 어려웠습니다.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며 작은 실천에도 큰 의미를 만들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실천하고 기록하고 성찰하는 사람인데, 20일 동안 선생님의 모습이 딱 사회사업가 같았습니다. 복지요결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기 말로 소화해 나갔습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자기를 소개했던 선생님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이 딱 선생님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어느 날 기록에는 선생님이 동생 이야기를 적어준 적이 있는데, 동생이 힘들어하다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관계가 좋아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나누어준 것이 고마웠습니다. 자기 삶을 살게 하는 일, 관계를 생동하게 하는 일. 이런 사회사업가가 하는 일의 진짜 의미를 알아주고 이해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산이를 만난 첫날, 산이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 말, 준식이가 대기업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 마을 선생님 수업을 하고 주민 모임을 왜 하는지 알겠다고 한 말에서 선생님 나름대로 사회사업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듯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도 사회사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20대, 30대 나의 젊은 날을 다 바칠 만큼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있다면 사회사업을 추천합니다.
근태, 세현, 유빈, 민철 선생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사회사업하는 기쁨과 의미를 오래 간직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느 곳에 있던지 이번 여름 단기사회사업의 배움이 복된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배운 대로 실천해준 근태, 세현, 유빈, 민철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응원합니다!
2023. 8. 22. (화)
강민지 사회사업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