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머무는동안 몇 차례 판테온 신전 부근에 있는 라 카사 델 카페 타짜도로(La Casa Del Caffe Tazza D'oro)를 방문했다. 그들이 말하는 커피, 즉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시기도 했지만 주로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런데 봄날 답지 않게 더운 어느 날 문득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캐시어에게 물어 샤케라또를 주문했다. 가격은 3.0유로. 바리스타에게 영수증을 내미니 스텐으로 된 칵테일통에 얼음과 에스프레소를 넣은 후 한참을 흔들어댔다. 그리고는 유리로 된 칵테일 잔에 부어 내밀었다. 아, 맛있었다! 보는 재미에 맛까지 좋았다.
피렌체에서도 샤케라또를 마셨다. 더운 날은 역시 시원한 커피가 땡긴다. 리퍼부리카 광장에 있는 쥽베로쎄(Giubbe Rosse)에서는 샤께라또를 카페 프레도, 즉 아이스 커피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2.5유로. 카페의 분위기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했다.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꽤 오래 추출해서 스텐으로 된 컵에 부은 후 얼음을 몇 개 넣었다. 그리고는 칼날이 노출된 블렌더를 이용해 얼음을 갈았다. 처음에는 통을 손으로 잡고 잠시 갈더니 머신 홀더에 고정시키고 한참을 더 갈았다. 그를 지켜보며 기대와 흥분이 일었고 그 기대와 흥분은 칵테일 잔에 부어진 멋진 커피를 바라보며 최고조에 달했다. 그들의 카페 프레도는 환상적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여름철에는 종종 카페나 집에서 샤케라또를 만들어 마셨다. 집에서는 모카포트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썼다. 나는 칵테일통에 스틱 설탕 하나를 넣는다. 커피를 업으로 하지만 설탕이 안 들어간 에스프레소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설탕의 끈적함이 거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공방을 열고 더운 철을 만나니 샤케라또가 생각이 나 한가할 때 즐겨 만들어 마셨다. 혼자 즐기기 아까워 에스프레소를 즐겨드시는 단골 중, 설탕을 넣어 드시는 분에게 제안했다.
“날도 더운데 오늘은 아이스 에스프레소를 한번 드시죠!”
“아이스 에스프레소도 있나요? 한번 마셔봅시다.”
그런 인연으로 그 손님은 샤케라또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그 분과 동행한 다른 손님들도 그 모습에 반하지만 뜨겁던, 차던 에스프레소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오직 한 분만이 샤케라또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