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97구간 (가정역 – 대우하나아파트 버스정류장 - 천마산 – 중구봉 – 중미성 터 – 계양산 장미원 – 계양산 둘레길 – 검암산 – 검암역 14.3km, 2024년 2월 11일) 걷기
서해랑길 97구간은 산행이었다. 2024년 설 연휴 기간에 나는 서해랑길 97구간 걷기에 나섰다. 11시 15분경 인천2전철 가정역에 도착했다. 97구간이 시작 되는 버스정류장까지 열심히 걸었다. 두리누비앱 바코드 사진을 찍으면서 두리누비앱은 작동된다. 하나아파트 마트에서 티오피 커피 캔을 샀다. 1,700원이다. 아파트와 연결된 97구간의 시작 천마산이다.
천마산은 산 중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말발굽의 흔적으로부터 이름이 붙었다. 아기 장수 설화와 관련된 천마의 이야기도 함께 한다. 인간의 바람과 염원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현재의 의미를 보태고 있다. 97구간은 시작하는 천마산부터 산행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만든다. 287미터 높은 산은 아니지만, 시작부터 경사가 있다. 설 연휴라서일까 산행에 고된 느낌이 있어서일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능선을 타고 걷는 느낌은 소박하고 아름다웠다. 낡은 팔각정을 지나 중구봉이다. 중구봉은 아홉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 불교 행사인 중구절의 시성산을 치른 산으로 유래를 두고 있다. 중구봉 앞에는 돌로 쌓은 탑이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중구봉을 지나 의자가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가방을 열었다. 계란 두 개, 떡, 동그랑땡 세 개로 점심을 대신했다.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물은 안성맞춤이다. 산에 비닐, 플라스틱 등 쓰레기는 눈에 욕을 감게 한다. 어디든 썩지 않는 쓰레기는 버리지 말자. 산에 다니는 인간 중에 개목사의 소리음, 돈독에 찌든 소리음을 크게 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다. 이어폰으로 지나 들으면 될 것이다. 꼭 탐욕에 찌들거나 어리석음에 빠진 무지렁이가 시끄럽게 하고 다닌다.
일주일 전에 내린 눈의 영향으로 걷는 길에 질퍽거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좁은 길에 갓길 낙엽을 밟아 걷게 만든다. 옥에 티라면 철책선이다. 군사기지 또는 예비군 훈련 등 총탄의 위험이 있다는 표시가 있었다. 우리네 곳곳에 분단의 경계와 반북, 위기의식이 작동되고 있다. 군사시설과 인접하여 통신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천마산 정상의 새벌정 정자에 표시가 되어있다. 실제 통화 중에 전화가 끊어지곤 했다. 자연의 경관을 해치는 철책선 등 군사독재 유물은 모조리 철거되기를 바란다. 새벌정은 억새와 넓은 벌판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억새는 말이 많았다는 것으로 말의 지명으로 마장면, 마장뜰의 이름도 가졌다.
천마산에서 계양산으로 넘어가는 곳에 중심성 터가 있다. 이때 중심은 무리 중(衆) 자를 쓰고 있다. 주민들이 만든 성이라는 의미에서 중심성이다. 계양산 장미원은 많은 이름의 장미꽃이 심어진 공원이다. 장미가 꽃을 피울 때쯤이면 아름다움이 사람을 불러 모을 것이다. 장미원에는 무장애길도 조성이 되어있다. 장미원을 지나면서 짧지만 계양산 박물관까지 도심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끼고 걷게 되는 계양산 둘레길에는 사람이 많았다. 둘레길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게 한다. 휴식과 자연, 산의 느낌을 접하려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짧은 도심 길을 걷는 중에 계양지구대가 눈에 들었다. 인천경찰청 소속이었던 초중고 친구 병준이 친구 생각이 짠한 느낌으로 가슴을 적시었다. 2019년인가 언제인지 기억도 명확하지 않은 어느 날에 초교 친구들이 병준이가 안내하는 강화도의 산을 걸었었다. 아무 문제도 없고 건강했던 병준이는 그 뒤에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암이라는 병명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기억이 있는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안타까움과 기억으로 계양지구대를 걷는 길에 비췄다.
계양산 둘레길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피고개의 경사 그리고 이어지는 급경사의 길은 험했다. 악으로 깡으로 오르는 순간 “코스를 이탈했다‘는 알림음이 이어졌다. 다른 길을 보지 못했는데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입에서 거친 소리가 나온다. 좀 더 미리 나왔더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후에 우중충하던 날씨는 급기야 싸라기눈을 흩뿌렸다. 185미터의 검암산 표지석이 눈에 들었다. 97구간의 검암역이 멀지 않았다. 산행으로 이어진 97구간은 힘이 들었다.
발걸음에 날개가 달렸다. 걷는 중에 약속이 정해졌다. 어림잡아 정한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아야 한다. 상계역이다. 하루의 일과는 술과 당구, 이야기로 분위기를 잡았다. 휴일인 관계로 전철이 일찍 끊겼다. 상계역에서 한 시간을 걸었다. 4만 보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