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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자대비 천엽수(大慈大悲 千葉手) 위소보는 설사 황제의 얼굴이 요귀같이 생겼더라도 결코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황제가 소현자라는 것을 발견했을때 그의 놀람은 이루 형용할 수 없었고 앗! 하는 소리를 내게 되었다. 순간 그는 큰일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즉시 몸을 돌려 그 곳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번개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소현자의 무공은 나보다 고강하다. 거기다 오배는 더 무서운 고수인데 내가 도저히 이곳에 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와 함께 번개 같이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다. (막판이다. 모조리 털리던가 모조리 긁어모을 수 밖에 이번 주사위에 모든 것을 걸자.) 몸을 날려 황제의 앞을 가로막고 오배를 향해 호통을 쳤다. "오배 무엇을 하자는 것이오? 감히 황상에게 무례한 짓을 하겠다는 것이오? 황상을 때려 죽이고자 한다면 반드시 나를 먼저 때려 뉘어야 할것이오." 오배는 수많은 전공을 세운 사람이었다. 공을 세워 많은 권세를 쥐게 된 몸이라 강희(康熙) 라는 소년황제에 대해서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황제가 소극살합을 죽이려는 것은 사사로 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비웃는 것은 바로 그의 아픈곳을 찌른거나 다름 없었다. 오배는 공격하거나 적진을 무너뜨리는 무인이었다. 그는 화가 나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 고 앞으로 나와 황제와 따지려고 했던 것이었고 황상을 어떻게 하자는 마음은 없었다. 그때 별안 간 서가 뒤에서 한 소년태감이 뛰어나와 황제의 앞을 가로막고 자기를 구짖자 그만 깜짝 놀라 신하된 사람이 주먹을 쥐고 황제를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고 급히 뒤로 몇 결음 무러서면서 호통을 쳤다. "너는 무슨 터무니 없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나는 황상께 대사를 아뢰고 있었는데 누가 황 상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단 말이냐?" 그러면서 급히 두 손을 내려뜨리고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매일 무공을 겨루던 소현자는 청나라 강희황제였다. 그의 본명은 현엽(玄燁)이었다. 그는 위 소보가 자기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때 어린 마음에 장난삼아 소현자라고 했던 것이다. 그는 만 주인의 습성을 타고난 탓인지 씨름을 좋아했다. 씨름이란 용맹과단한 운동으로 그 누가 황제와 더불어 진짜로 상대해 주겠는가?누가 감히 황제의 팔을 비틀고 등에 올라타고 목을 조른단 말인 가? 가끔 황제의 간청에 못이겨 씨름이 벌어질 때가 있었는데 누구나 황제가 달려들어 공격할 때면 픽 쓰러져 보일 뿐이고 황제가 손을 비틀려고 할때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항복'이라고 외쳤을 뿐이었다. 황제는 진짜처럼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시위들은 하나도 잔짜처럼 싸우려 들지 않았다. 그저 연극을 할 뿐이었다. 황제와 장기를 두게 되었을 때는 포로치고 잡아먹을 수도 있 지만 씨름에서는 언제나 져 주어야했다. 그 누가 황제의 등에 올라타고 목을 조르고 팔을 꺽을 수가 있겠는가?강희제는 언제나 씨름이라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위연히 위소보와 만나게 되었고 시합을 벌인 결과 위소보는 전력을 기울였는데도 자기에게 지고 말았다. 황제로선 기쁘기 짝이 없었다. 평생 처음으로 가장 기쁜 싸움을 한 것이었다.그리하여 두 사람 은 매일 싸움을 하게 되었고 강희제는 시종 그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그리고 무공을 겨루는 시간에는 다른 태감이 따라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비밀이 누설될까봐 염려댔던 것이다. 궁 안에는 태감이 천명이 넘었다. 한번도 황제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환관 이 되어 궁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먼저 배우는 것은 여러가지 규칙이었다. 품급(品級)과 복장 등으로 고하를 분별하는 일이었다. 강희가 몸에 황제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도 몰라보는 사람 은 가짜 내시 위소보 뿐이었다. 그러나 강희에게 있어서 이 멍청한 어린 태감은 황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인제였고 실로 구하기 힘든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후 강희의 무공은 점차 진보를 보이게 되었고 위소보도 커다란 진보를 했다. 두 사람은 언제나 싸웠으나 시종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게 되었는데 위소보가 약간 떨어질 뿐이었다. 강희는 무공 연마에 더욱더 신경을 썼 고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위소보에 대한 호감도 크게 늘어갔다. 이 날 오배가 서재로 와서 소극살합을 죽여야 한다고 했을때 강희는 오배가 양황기(양黃旗) 와 정백기(正白旗)의 두 파벌 싸움에 얽혀 소극살합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게 때문에 오늘 소극 살합을 한사코 죽이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사사로운 원한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강희는 주저하며 허락치 않았는데 오배는 더욱 기고만장하여 화난김에 무인의 버릇을 그대로 드러내어 소매를 것고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든 것이다. 오배는 몸도 우람했고 얼굴 모양도 흉칙한 편이었다. 강희는 그의 표정이 흉칙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시위들은 모두 서재 밖에 있었기 때문에 미처 부를 사이도 없었고 부른다 하더라도 시위 대부분이 오배의 심 복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강희가 어떻게 할지 몰라 할때 위소보가 뛰어 나오게 된 것이었다.강희 는 크게 기뻐 생각했다. (나와 소계자가 힘을 합친다면 오배 저 녀석과 한번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오배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그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위소보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러 그의 행적이 들통나게 되자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나와 오배에게 호통 을 친 것이다. 그 호통소리에 오배도 뒤로 물러서는게 아닌가? 그는 크게 기뻐서 큰소리로 말했다. "소극살합을 죽이고 죽이지 않는 것은 황상께서 결정하실 일이오. 당신이 황상께 무례하게 주먹을 쥐고 때리려고 하는 것은 멸족지화가 두렵지 않다는 뜻이겠 지?" 이 한마디는 오배의 마음을 찌르는 것이었다. 그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 다. 조금전 그의 행동은 너무 경솔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강희황제에게 말했다. "황상께선 이 태감의 말을 듣지 마십시오. 소신은 언제나 큰 충신입니다." 강희는 처음 정사를 보는 만큼 오배에 대해서 매우 꺼리는 바가 많았다. 그러나 그가 공 손하게 나오는 것을 보자 지금 그와 얼굴을 붉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소계자 너는 뒤쪽으로 물러나라." 위소보는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오소보 나는 그대가 충신인 것을 알고 있소. 그대는 공격하여 적을 무찌르는데 버릇이 들 어 무의식 중에 그렇게 한 일이니 탓하지 않겠소." 오배는 크게 기뻐하며 재빨리 말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강희제는 말했다. "소극살합의 일은 그대의 뜻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시오. 그대는 충신이고 그는 간신이니만 큼 짐은 충신은 상 주고 간신을 벌할 것이오." 오배는 더욱 기뻐서 말했다. "황상께서 이제야 도리를 아셨군요. 소신은 이후 언제나 충성을 다해 황상을 보필하겠습니 다." 강희는 말했다. "매우 좋소. 짐은 내일 황태후에게 말씀드리고 경에게 큰 상을 내리리다." 오배는 기뻐서 말했다. "황상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또 다른 일이 있소?" 오배는 말했다. "없습니다. 소신은 물러가겠습니다." 강희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배는 웃음을 만면에 가득 띠우며 물러갔다. 황제는 그가 서재를 나서자 웃으며 말했다. "소계자. 끝내 이 비밀을 발견했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황상 저는....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황상인줄 모르고 손짓 발짓을 다했으니 정말 황 송하옵니다." 강희는 한숨을 쉬었다. "아. 네가 이 비밀을 알게 됐으니 이후 다시는 나와 진짜로 시합을 하려하지 않겠지? 이제 나는 정말 재미가 없겠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황상께서 탓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이후 여전히 진짜로 시합을 하겠습니다." 강희는 크게 기뻐했다. "좋아. 사나이로서 약속하자. 진짜로 싸우지 않는다면 호걸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손을 내밀었다. 위소보는 첫째 궁중의 예의를 몰랐고 본래 하늘과 땅을 두려워 할줄 모르는 망나니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즉시 손을 내밀어 황제의 손을 마주잡고 흔들며 말했다. "이후 진짜로 싸우지 않는다면 호걸이 아니다." 황태자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장래에 황제가 된다는 것은 운명이었다. 강희제는 어려서 부터 일반 사람과는 다르게 자랐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모든 사람이 주시하게 때문에 조금도 자유가 없었다. 죄수가 옥에 갇힌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말할 수 있었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 었다. 그러나 황제가 받는 구속은 죄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황 태자를 가르치기로 책임을 맡게된 사부나 시위 태감과 궁녀들은 혹시나 태자의 몸에 잘못된 점이 일어날까봐 하루종일 일거일동을 감시했다. 태자의 언행이 조금이라도 경박스러울 때면 스승은 길 게 훈계의 말을 했다. 태자가 옷가지 하나라도 덜 입으려고 한다면 궁녀나 태감들은 큰 화가 닥치는 것처럼 질색을 했고 태자가 감기라도 들까봐 겁을 내었다. 한 사람이 어려서부터 은밀한 감시를 당한다는 것은 세상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었다.역사적으로 볼때 폭군이 많았는데 그 원인 가운데에는 황제가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있게 되었을때 과거에 쌓인 억압을 증오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강희는 어릴때 부터 은밀한 돌보임을 받아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친히 정사를 보게 되었을 때야 그는 궁녀와 태감에게 좀더 멀리 서 있으라고 분부할수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 나 대신들 앞에서는 여전히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으젓한 모양을 보여야 했다. 궁녀나 태감들을 대했을 대했을 때도 언제나 황제의 거드름을 피워야 했으며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한평생 가운데 마음껏 소리내어 웃은 적이 몇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 어린 소년이 놀고 떠드는 것은 청성으로 황제나 백성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백성은 누구나 치고 받으며 놀수 있었으나 이 어린 황제가 그렇게 하려면 인연이 있어야 했다. 그 는 위소보와 함께 있을 때만 구속을 받지 않고 황제의 거드름을 피우지 않은채 마음껏 치고 받 을 수 있었다.그 평생 다시 없는 즐거움이었다.따라서 이 며칠 동안에는 종종 꿈 속에서도 위소보 와 어울어져 장난을 치는 형편이었다. 그는 위소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황상이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으면 예전과 똑같이 하자."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면 더욱더 좋지요. 난 꿈에도 당신이 황제인 줄은 몰랐어요. 난 황제가 허연 수염의 할 아버지 인줄 알았죠." 강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실때가 스물 네 살에 지나지 않으니 허연 수염의 할아버지는 아니었지. 그런데 이녀석은 어째서 그런 것도 모를까?) 이와 같은 생각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러면 해로공이 너에게 나에 관해서 애기 하지 않았느냐?"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그는 나에게 무공만 가르쳤어요. 황상의 무공은 누가 가르친 것이죠?" 황제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남이 없을 때 전과 같이 부르자고 하지 않았느냐? 너는 어째서 나를 황상이라고 부르지?"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맞았어.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약간 당황해지는데." 강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네가 그렇게 나올줄 알았어. 내가 황제란 것을 알았으니 너도 옛날처럼 나와 겨루지 못 할 것이다." 위소보는 미소했다. "반드시 옛날처럼 싸우려고해도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같군. 이봐 소현자 네 무공은 누가 가르친 것이지?" 강희는 말했다. "너에게 말할 수 없어. 그건 왜 묻지?" 위소보는 말했다. "오배라는 녀석은 무공이 뛰어나다는 듯이 너에게 대들었지. 마치 금방 때릴 것 같은 기 색이었어. 그래서 너의 사부의 무공이 매우 고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너의 사부가 나서서 그를 상 대하도록 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강희는 빙그레 웃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나의 사부님이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사부이신 해로공이 눈이 멀어 애석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를 모셔와 오배를 때 려 주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이길 수 있을 것이야. 아 됐다.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그와 한바 탕 싸우는 것이 어때? 오배는 만주 제일의 용사라고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든다면 반드시 진다고는 할 수 없을 거야." 강희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것 참 멋지다. 멋져!" 그러나 즉시 강희는 그 일이 결코 행해질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황제가 대신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잖아." 위소보 말했다. "네가 황제가 아니었으면 좋았을텐데." 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그는 위소보와 같은 어린 태감이 부러웠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니 무공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돼었다. 오배가 조금 전 눈을 부릅뜨고 노 기등등해서 성큼성큼 다가오던 태도를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도 그처럼 무례했다. 누구를 죽이려 한다면 반드시 죽여야만 하니 전혀 나를 안중에 두지 않는거야. 그가 황제인지 내가 황제인지 모를 정도란 말이야. 조정이나 궁 안의 시위총관들이 모두 그의 지시를 받고 팔기병(八旗兵)의 장수들 까지도 그의 지휘를 받고 있으니 내가 만약 그를 주깅려고 한다면 그가 먼저 반란을 일으켜 나를 죽이고 말거다. 그러니 내가 먼저 시위총관을 바꾸고 그의 병권을 철회한후 보정대신이란 지위를 해제한 다음에야 그를 제거할 수 있을것이다. 그를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목을 잘라야지. 그래야만 내 마음에 한이 풀 어질거야.)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니 그계책도 영리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위총관을 갈아치 운다면 오배는 자기를 상대하는 줄 알고 있을게 아닌가. 그 사람이 대권을 쥐고 있는 만큼 서수를 친다면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잠시 동안 내색을 않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한 후에 다시 그일을 처리하기로 했다.그는 위소보 앞에서 자기가 주의주장이 없는 황제로 보일까봐 겁이 나서 말했다. "넌 이제 해로공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무공을 익히도록해라. 그리고 우린 다시 무술시합을 하기로 하자." 위소보는 응낙했다. "응." 강희는 다시 말했다. "나와 오배의 일을 너는 보았겠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돼." 위소보는 말했다. "응. 여기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편히 주무시라는 말없이 그냥 갈께." 강희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내일도 여전히 죽음의 약속으로 만나 보기 전에는 헤어지지않는 것이다." 위소보는 매일 자기와 같이 싸우던 소현자가 바로 황제라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흥분했다. 다행이 해로공은 눈이 멀어 그의 표정이 다른 때와 다른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오늘은 유난히 말이 많다는 사실을 느끼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보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따라서 슬그머니 몇마디 던져 보았다.위소보는 눈치가 빨라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이 튿날 위소보는 강희와 시합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평소처럼 싸우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그 가 황제란 것을 알게된 지금 자기자신을 지킬 때는 은밀한 수법의 자세를 취했지만 반격의 초식 은 자연히 힘이 없었다.강희도 그의 마음을 알앙차리고 공격을 할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강 희 역시 마음 속으로 상대방이 꺼리끼고 있는데 자기가 힘을 다해 공격한다는 것은 명예롭지 못 한 것이라 생각했지 때문 이었다.잠시 동안 싸웠을 뿐인데 위소보는 두 번이나 지고 말았다.강희 는 한숨을 내쉬고 물었다. "소계자. 너는 어제 나의 서재에 무엇 하러 갔었지?" "온유도가 어제 열이나서 몸을 일으킬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아우가 나보고 서재로 가서 대신 소재를 도와 달라고 하더군. 나는 청소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지체하게 되었는데 뜻밖 에 너를 만나게 되었지." 그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자기 자신마저도 말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강희는 풀이 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황제인 것을 네가 안이상 다시 옛날 처럼 싸울 수 없게 되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 역시 오늘은 어쩐지 힘이 없는걸." 강희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는듯 말했다.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어. 우리가 서로 싸울 수 없다면 나로서는 네가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너는 나를 따라 옷을 바꿔입고 포고방(布 庫房)으로 가자고." 위소보는 물었다. "포고방은 뭐하는 곳이야? 옷감을 놔두는 창고야?" 강희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포고방은 무사들이 씨름을 하는 곳이야."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그것 참 잘됐군." 강희는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위소보는 그 뒤를 따랐다. 강희가 제대로 복장을 갖 추게 되자 열 여섯명이나 되는 태감들이 전후좌우에서 호위했다.강희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포 고방으로 가서 무사들이 씨름하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었다. 그 태도는 엄숙했드며 다시는 위소보 와 농담을 하지 않았다.무사들은 황제께서 친히 왕림하신 것을 보고 모두 힘을 다해 겨루었다. 강 희는 한동안 보더니 한 명의 뚱뚱한 무사를 불러와서 말했다. "내 곁의 나이 어린 태감이 씨름을 조금 배웠으니 몇수 가르쳐보도록 하게."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너는 그에게 좀 배우도록 하여라." 그리고 왼쪽눈을 껌벅했다. 무사는체구가 우람했으나 몸놀림이 둔한 것이 위소보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시합장으로 가서 내려가자마자 즉시 얽혀 돌아가게 되었다. 위소보는 순수추주(順水推舟) 의 일 초를 써서 그 무사를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무사의 몸이 너무나 무거워 아무리 밀어도 쓰러지지 않았다.무사의 우두머리가 등을 돌린 채 잇달아 눈짓을 햇다. 무사는 그제서야 뜻을 알아 차리고 일부러 휘청하더니 퍽! 하고 쓰러져 한참 후에야 일어났다.무사들과 태감들이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강희는 무척 기뻐했다. 옆에 있는 태감에게 한 덩이 은자를 위소보에게 상으로 내리 라고 명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소계자의 무공은 나보다 못한데 뚱뚱보를 밀어 쓰러뜨릴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 다.) 그는 몸이 근질근질 해졌다. 한번 덩달아 시합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만승지존(萬乘之尊) 의 몸으로 시합장에 내려가서 손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희는 한 숨을 쉬고 옆에 있는 태감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삼십명의 나이 어린 태감들을 불러 오도록 해라. 모두 심 사오세 라야한다.그들 이 매일 같이 이곳에서 씨름을 연마하도록 하게 해라. 그 누구가 빨리 배워 소계자처럼 된다면 즉시 상을 내리마." 그 태감은 웃음을 띄우고 응낙했다. 그 태감은 속으로'황제는 역시 어리긴 어린 분이라 장 난 치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위소보가 거처로 돌아가게 되었을때 해로공은 오늘 소현자와 무공을 겨룬 결과를 물었다. 위소보는 큰 싸움을 하여 쌍방이 매우 격력하게 시합을 하기라도 한듯 줏어댔으나 해로공이 자세 히 묻게 되자 즉시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해로공은 무서운 얼굴빛을 하고 물었다. "소현자가 어떻게 된거야. 오늘은 병이라도 났단 말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오. 그는 오늘 맥이 빠졌어요." 해로공이 흥하고 코웃음쳤다. "흥! 넌 처음부터 끝까지 일초일식을 다시 나에게 말해봐라." 위소보는 그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세히 이야기 했다.해로공은 고개를 쳐들며 천천 히 말했다. "이 일초는 네가 분명히 그의 목을 왼쪽으로 껑어야하는데 너는 그의 몸을 얼싸안았으니 질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에게 양보한 것이다. 그건 왜 그랬지?"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일부러 그에게 양보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가 양보해서 공격을 하니 나도 손에 사정 을 두게 되었지요. 그와 난 사이좋은 친구이니까 자연 지나치게 싸울 순 없지 않겠어요." 그는 자기가 황제와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득의양양해졌다. 해 로공이 말했다. "네가 그와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다고. 하지만 너는 그와 싸울 때 사정을 둔 것이 아니라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없었던 게지. 넌 끝내...끝내 알았구나. 그렇지?" 위소보는 속으로 놀라 말했다. "알.....알다니요? 무엇을 알아요?" 해로공은 말했다. "그 스스로 말한 것이냐? 아니면 네가 짐작한 것이냐?"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것인지 모르겠군요." 해로공은 한 걸음 다가섰다. "솔직이 털어놔! 쿨룩쿨룩....너는 어떻게 소현자의 신분을 알았지?" 그리고 손을 뻗더니 그의 왼쪽 팔목을 잡았다.위소보는 뼈가 으스러지도록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손뼈마디가 우드득 소리를 냈으며 금방이라도 끊어질것 같았다. 그는 큰 소리로 부르짖 었다. "항복이오. 항복" 해로공이 말했다. "너는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것 놔요....규칙을 몰라요? 제가 이미 항복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왜 손을 놓지 않으세요?" 해로공은 말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해. " "좋아요. 먼저 소현자가 누구인지 알아맞춰 보세요. 그러면 내가 모든 것을 애기해 드리지 요. 그렇지 않으면 난 죽어도 말할 수 가 없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 소현자는 바로 황상이시다. 내가 처음 너에게 금나수를 가르치게 되 었을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손을 놓았다.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원래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도 저를 그토록 속이셨나요. 그렇다면 공공에게 이야기 해도 상 관이 없어요. " 그리하여 그는 어제 서재에서 강희와 오배의 일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그리 고 오늘 포고방에서 한 명의 뚱뚱보 무사를 쓰러드린 사실에 대해 신바람 나서 떠들어댔다.해 로공은 자세히 귀를 기울이면서 중간중간 까어들어 문을 던지곤했다. 위소보는 말이 끝난 후 말했다. "황상께서는 저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비밀이 세어나가면 우리들은 모두 죽을거에요." 해로공은 냉랭히 말했다. "황상께서는 너와 사이좋은 친구이니 너를 죽이지 않고 나만 죽이겠지." 위소보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알고계시니 다행이네요." 해로공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황상께서 삼십명의 소태감을 함께 모아 무공을 연마시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십중팔 구 그저 손이 근질근질하데다가 너와 싸울때 재미가 없고해서 소태감으로 하여금 겨루도록 하려 는 것일까?" 그러더니 몸을 일으켜 방안을 왔다 갔다하더니 말했다. "소계자 너는 황상의 환심을 사고 싶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나와 사이좋은 친구이니 그를 기쁘게 한다는 것은 친구ㄷ 도리가 아니겠어요?" 해로공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잘 들어둬라. 금후로 황상께서 다시 너에게 친구니 뭐니 말을 한다 면 너는 어떻게 해서라도 거기 응해서는 안돼. 네가 무엇인데 황상과 친구가 될 수 있겠니? 그는 아직 어리니까 마음대로 말을 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어찌 진짜로 받아들일수 있겠니? 네가 터무 니 없는 소리를 했다간 너의 목위에 붙어있는 물건이 사라진단 말이야." 위소보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했다. 다시 해로공으로부터 날카로운 깨우침을 받게 되자 혀를 한번 쏙 내밀었다. "이후 나는 목이 잘려도 말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사람이 목 이 땅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여전히 입을 벌리고 말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해로공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런데 너는 상승무공을 배우고 싶은거냐 아니냐?"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해로공께서 저에게 상승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라던 바이지요. 공공, 공공 은 일신에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계신데 한 사람의 제자를 거둬들여 전수하지 않는다면 애석하지 않겠어요?" 해로공은 말했다. "세상에는 음흉하고 간사한 사람은 많고 착실한 사람은 적다. 나쁜 제자를 거둬들였다가 나중에 그가 사부의 목숨이라도 훔치려 든다면 고생해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지." 위소보는 마음에 찔리는 데가 있었다. (내가 그의 눈을 멀게 했는데 그가 속으로 혹시 눈치를 챈게 아닌가? 이 일은 반드시 알 아내야 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표정은 무뚝뚝했다. 하지만 화를 내는 빛은 조금도 찾아볼수 없어 위소보 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래요. 공공께서 믿을 수 있고 또 공공에게 충심을 보이는 사람을 찾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에요. 아마도 세상에는 이 소계자 밖에 없을 거에요. 공공 제가 무엇 때문에 서재로 갔겠어 요. 저는 목이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그 사십이장경을 훔쳐서 공공에게 드리려고 했던거에요. 다 만 황상의 서재 안에는 수천 수만권의 책들이 있고 저는 또 글을 몰라......" 해로공이 불쑥 끼어들었다. "네가 글자를 제대로 몰라?" 위소보는 갑자기 가슴이 쿵하고 뛰었다. (참 야단 났군.소계자가 글을 얼마나 아는지 알 수가 없구나. 그가 많은 글을 알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마각을 드러내는 것이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말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십이장경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이후에는 내가 종 종 서재로 갈테니까 언젠가는 그 책을 슬쩍 훔쳐낼수 있을거예요." 해로공이 말했다. "네가 잊지 않으면 됐다."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공공께서 저에게 얼마나 잘 대해 주시나요. 제가 방법을 강구해서 훔쳐내지 않는다면 한평생 헛되게 살아온 쓸데 없는 녀석에 지나지 않을거에요." 이때 해로공의 얼굴은 얼음과 같이 차가왔다. 위소보는 그 차가운 표정에 등이 오싹할 지 경이었다. (늙은 폐병장이가 대단하군. 이미 소현자가 황상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눈치를 전 혀 보이지 않다니. 정말 조심해야겠다. 만약 그가 자신의 눈을 못쓰게 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안 다면 이 위소보의 예쁜(?) 한쌍의 눈동자를 보전할 수 없게 될거야. 만약 보전하게 된다면 하 나님이 눈이 먼 것이지.)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해로공의 표정에 조금이라도 흉칙한 빛이 엿보이 게 된다면 밖으로 도망칠 작정이며 그대로 황궁에서 떠날 생각이었다. 이때 해로공이 말했다. "너는 이후 다시는 대금나수로써 황상과 시합을 하지 말아라. 이 수법을 깊이 연마하게 된다면 분근착골(分筋錯骨)의 경지에 이르러 관절을 꺽는다던가 상대방의 근골을 부숴놓게 될 것 이다. 어찌 황상의 몸에 쓸 수가 있겠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예" 해로공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부터 너에게 다른 한가지의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 이것은 대자대비천엽수(大慈大 悲千葉手)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이름건 정말 이상한 이름이네요. 대자대비관세음보살(大慈大悲觀世音菩薩)이라는 말은 들어본적이있어요." 해로공은 물었다. "너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을 본적이 있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천수관음이요? 관음보살의 몸에 많은 손이 달려 있지요. 그 손에는 각기 여러가지 물건이 들려 있는데 어떤 손은 물병을 들고 어떤 손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고 어떤 손은 바구니나 방울을 들고 있어서 퍽 재미있지요." 해로공이 말했다. "너는 양주묘(楊州)에서 보았느냐?" 위소보는 물었다. "양주묘라니요?" 그러나 그는 속으로 여간 놀라지 않았다. 훌쩍 몸을 날려 문가로 다가가서 뺑소니칠 자세부 터 취했다. 해로공은 말했다. "천수관음의 그림이 있는 곳은 천하에서 양주묘밖에는 없다. 네가 양주묘로 들어가 보지 않았다면 어찌 천수관음을 보았겠느냐?" 위소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양주의 절에만 천수관음이 있구나. 하마터면 놀라서 오줌을 쌀뻔했잖아.) 그리고 그는 재빨리 말했다. "제가 어떻게 양주로 가볼수 있겠어요. 양주는 도데체 어디에 있나요? 천수관음이 어쩌고 저쩌고 한 것은 남에게 들은거에요. 어르신 앞에서 몇마디 큰소리를 치려고 한 것인데 어르신의 견문이 넓어서 금방 저의 헛소리를 간파했지 뭐에요." 해로공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같이 미꾸라지 같은 녀석의 헛소리를 간파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노릇이지." 위소보도 말했다. "쉬워요. 제가 거짓말을 한 마디라만 한다면 반 시진도 안돼서 어르신께서는 금방 알아차리 는 걸요." 해로공이 음하더니 물었다. "추우냐? 어째서 옷을 더입지 않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춥지 않아요." "그런데 왜 말하는 음성이 떨리느냐?" "조금 전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요. 그러나 지금은 괜찮아요." 해로공이 말했다. "문가에는 바람이 세니 문앞에 서있지 말아라." "예,예" 위소보는 몇걸음 다가갔으나 감히 해로공 곁으로 다가가지는 못했다. 해로공은 말했다. "이 대자대비천엽수는 불문의 무공으로 손을 쓰게 된다면 상대방을 제압할수 있지만 결코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지 않는 천하에서 가장 인자한 무공이라 할 수 있다." 위소보는 기뻐서 말했다. "이 무공이 사람을 죽이거나해치지 않는다면 황상과 시합을 하는데 안성맞춤이네요." 해로공은 말했다. "하지만 이 무공을 배우기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초식 또한 너무 많아 제대로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초식이 많으면 모조리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어요. 태반을 잊는다해도 적지 않은 초식 이 남아있을 것 아니겠어요?" 해로공이 말했다. "흥. 게으른 녀석 같으니. 재간을 익히기 전에 게으름을 피울 생각부터 먼저 하는구나. 너 는 한평생 상승의 무공을 익힐 생각은 안하는 것이 좋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네, 그래요. 제가 어르신과 같이 무서운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한 평생 있을 수 없는 일 이죠. 늙은 고양이가 코에다가 소금에 절인 고기를 달아놓은 격으로 꿈도 꾸지 말아야죠."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설사 무공을 당신과 똑같이 연마한다 하더라도 ㄲ내는 남에게 눈이 멀게 된다면 모든게 헛것이 아니겠어?) 해로공이 말했다. "이리오너라" 위소보는 말했다. "예." 그리고 그는 몇 걸음 다가갔다.그러나 여전히 해로공과는 몇자 정도 떨어진 상태였다. 해로공은 말했다. "너는 내가 너를 잡아먹기라도 하는듯 두려워 하는구나." 위소보는 말했다. "제 살은 시큼해서 자시기에 좋지 않을거에요." 해로공은 갑자기 손을 쳐들더니 후려쳤다. 위소보는 깜짝 놀라 오른 쪽으로 피했다. 그런데 도 철썩철썩 하고 두번이나 해로공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대뜸 땅바닥에 꿇어 앉게 되었으며 꼼짝할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끝장이 났다. 그는 나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구나. ) 해로공은 말했다. "이것은 대자대비천엽수의 제일초로 남해예불(南海禮佛)이라는 것이다. 너의 등뒤 혈도 두 곳을 짚은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타혈수법은 연마하기가 매우 어렵다. 상승내공으로 기초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황상과 초식을 겨룸에 있어 정말로 그의 혈도를 때리고 짚어 네 앞에 무릎 을 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 넌 다만 이수법을 배워서 그럴싸하게 초식을 펼쳐 보이면 되는 것이다." 그가 손을 내밀어 위소보의 등 뒤를 문지르자 위소보는 다시 일어 날수가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마음이 약간 놓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그는 생각했다. (늙은이는 나에게 무공을 가르친 것이었군. 그러나 나는 깜짝 놀라 혼비백산하고 말았잖아. 지금까지도 혼이 제대로 돌아온 것인지 알 수가 없군) 이 날 해로공은 그에게 삼초만을 가르치고 말했다. "첫 날은 유난히 어려울 것이다. 이후 너는 좀더 열심히 배워야만 몇초씩 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위소보는 이튿날 놀음을 하러 가지 않았다. 정오 무렵이 되어 그는 무공을 겨루는 그 방으 로 가서 강희를 기다렸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음식도 황제를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을 안 지금은 함부로 먹지 못했다. 약 반 시진을 기댜렸으나 황제는 시종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곧장 서재로 갔다. 서재 문 밖에는 시위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위들은 어제 강희 가 위소보를 데리고 그가 황상의 총애를 받고 있는 소태감인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굽신굽신 하면서 위소보가 서재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위소보가 서재로 들어가자 강희는 발을 뻗어 하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걸상을 차고 있었다. 한 번 발길질을 한 후 계속해서 발 길질을 가하는데 그 표정은 매우 화가 나있었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호통을 쳤다. "너를 차 죽이겠다. 너를 차 죽이겠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각법을 연마하고 있나?) 그는 감히 앞으로 나아가 방해 할 수 가 없었다. 그는 조용히 한 옆에 서있기만 했다. 강희는 한참 발길질을 하더니 문득 고개를 쳐들었다. 위소보를 발견하고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갑갑했는데 네하고 같이 놀아야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예.해로공이 나에게 새로운 수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대자대비천엽수라고 해요. 먼저 번의 대금나수보다 훨씬 무서워요. 그는 내가 반드시 황상을 이길 것이라고 했죠." 강희는 말했다. "그게 무슨 수법인지 나에게 펼쳐 보이려무나." "좋아요. 그러나 이렇게 되면 내가 황상을 때리지 않을 수 없군요." 위소보는 자세를 취하고 두 손을 쳐들었다. 남해예불 금옥와락(金玉瓦樂) 인명호흡(人名呼 吸)의 삼초였다. 수법이 신속하고 민첩했다. 강희의 다섯 곳을 손가락으로 일시에 후려쳤다. 이 대자대비천엽수는 귀하고 특이했다. 대금나수와는 크게 달랐다.강희는 방비할 엄두도 내 지 못하고 고스란히 얻어맞고 말았다.위소보는 매우 가만히 찔렀기 때문에 그를 아프게 할수는 없었다. 위소보는 내공도 없었고 팔 힘도 없어 정말 싸워서 그에게 몇대 맞는다 하더라도 별로 아픈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다섯번을 얻어 맞게 된다는 것은 역시 일찌기 없었던 일이 었다. 강희는 어 하는 소리를 내더니 기뻐서 말했다. "이 무공은 정말 묘하군. 내일 다시 찾아와. 나도 사부님께 상승무공을 가르침 받아 너와 시 합을 하겠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지,좋아." 그는 거처로 돌아가 강희제를 때려준 일을 자랑했다. 해로공이 말했다. "그의 사부가 어떤 무공을 가르칠런지 모르겠구나. 오늘 너는 다시 몇 초를 더 배우도록 해 라." 이 날 그는 위소보에게 육 초를 가르쳤다. 그 육초는 경리관영(鏡裏觀影) 수중착월(水中捉 月) 부운거래(浮雲去來) 수포출몰(水泡出沒) 몽리명명(夢裏明明) 각후공공(覺後空空)이었다.이 육 초는 드러날듯 드러나지 않으며 병화무쌍한 초식으로 허초가 실초보다 많은 편이었다.해로공은 위소보에게 초식의 동작을알려줄 뿐 초식의 오묘한 변화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자세가 바른 지 손을 대는 부위가 합당한지 해로공은 보지도 않을 분더러 젼혀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위 소보는 그가 아무렇게나 가르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좋아했다. (아무렇게나 가르치면 나도 아무렇게나 배우지. 얼렁뚱땅 넘기는거야. 만약 나에게 당신이 진짜로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상대해서 놀아줄 시간이 없거든.) 이튿날 위소보는 서재로 갔다. 그러나 문 밖에는 못보던 시위가 네명 서있었다. 그가 망설 이고 있을때 한 명의 시위가 웃으면서 말했다. "계공공(桂公公)이시죠? 황상께서 즉시 들어오시라는 분부를 내리셨습니다. "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계공공이 무엇이지?) 그러나 그는 곧 알아차렸다. (계공공은 바로 나를 가리키는 거구나. 이 시위는 내가 황제의 심복인 것을 알고 나에게 아첨을 하는구나. 내가 무슨 공공이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만나서 반갑구료. 네 분의 성씨는 어떻게 되시오?" 네 명의 시위는 그에게 통성명을 했다. 위소보는 인사치례의 말을 몇마디 했다. 땅딸한 시위가 웃으며 말했다. "빨리 들어가 보시죠. 황상께서 몇 번이나 물으셨습니다." 위소보는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강희는 벌떡 일어나면서 웃었다. "어제 너에게 진 그 삼초를 깨끗이 깨뜨리는 방법을 사부님께 배웠다. 우리 싸우자꾸나!" 위소보는 말했다. "사부님께서 깰 수 있다고 했으면 깨뜨릴 수 있을 겁니다. 시험해 볼것도 없어요." 강희는 말했다. "반드시 싸워 봐야해. 네개 먼저 우리가 싸우던 곳으로 가서 기다려. 남에게 알리지 않고 내가 금방 갈께." 위소보는 응낙 하고 곧장 그방으로 갔다. 강희는 새로운 초식을 갖 배운터라 무척 안달이 나는지 서둘러 대는듯 했다.잠시후 그가 모습을 들어냈다.즉시 손을 쓰게 된 강희는 교묘한 수법으로 위소보가 첫날 매운 삼초를 해소 시 켰다. 거기다가 위소보의 어깨를 일장으로 후려치기까지 했다.위소보는 그의 손 씀씀이가 무척 교묘해진 것을 보고 속으로 타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물었다. "이 무공이 무엇이라는 거죠?" "이 것은 팔괘유룡장(八卦遊龍掌)이야. 사부님께서 너의 대자대비천엽수는 초식이 너무 많 기 때문에 기억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셨어. 우리의 팔괘유룡장은 육십사초식이지만 반복하여 변 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너의 천엽수를 당해 낼수 있다고 하셨어." 위소보는 말했다. "어느 무공이 더 무서운건데?" "그 점에 대해서 물어 봤는데 사부님께서는 이 두 가지 무공이 모두 상승의 장법으로서 어 느 무공이 더 무섭다고는 말할 수 없대. 누구의 공력이 깊은가 그리고 누가 응용을 잘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고 하셨어." 위소보는 말했다. "난 어제 또다시 육초를 배웠는데 우리 시험해 보자." 그리고 그는 즉시 어제 배운 육초를 펼쳐냈다. 제 이초와 제 삼초는 깡그리 잊어버렸고 제 오초는 전혀 틀리게 펼쳤다. 그러나 강희는 잊달앙 예닐곱 번을 얻어맞게 되었다. 강희는 고개 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육초는 정말 묘하군. 내가 곧장 가서 해소시키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지." 위소보는 거처로 돌아거서 강희가 팔괘유룡장을 배웠다는 시실을 해로공에게 이야기 했다. 해로공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우리 소림파의 천엽수에 대해서는 무당파의 팔괘유룡장만이 당해 낼 수 있단다. 그의 사부 말이 옳다. 이 두가지 장법은 제각기 묘한 점이 있지. 그러니까 누가 잘 배우느냐에 따라 이기게 되는거야."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황제이니 제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요? 자연히 그에게 좀더 잘 배우도록 해야겠 죠." |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