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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8) 관운장과 장비의 만남
< 이 장(章)에서 만나는 중요 인물 소개>
* 관우(關羽) : (? ~ 219)
자(字)는 운장(雲長)으로 하동군 해현(河東郡 解縣) 출신으로 이곳은 중국 최대의 염호(鹽湖)가 있어 소금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한(漢)나라 시절에는 소금이 국가 전매품이어서 밀매가 성행했는데, 관우는 소금 밀매에 관여했다가, 소금상인을 죽이고 유주(幽州) 탁현으로 도피하여 지내던중 장비와 유비를 차례로 만나 형제지의(兄弟之義)를 맺게된, 대의(大義)를 중시하고 강직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충의(忠義)의 화신(化身)이다.
관우는 신장이 9척이나 되고, 붉은 얼굴에 배꼽까지 이르는 길고 아름다운 삼각 수염을 가지고 있으며, 82근이나 되는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휘드르고, 적토마(赤兎馬)를 탄 용맹한 장수였다.
전투에서 맞은 독화살을 당시의 명의(名醫)였던 화타에게 어깨를 째어서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으면서도 태연하게 바둑을 두었다는 일화도 전해지는 호장(虎將)이다.
이렇게 오래 전부터 충의와 무용의 상징으로 중국 민간에서 숭배되어 온 관우는 급기야는 민간에서는 그를 무신(武神)과 재신(財神)으로 모시는 등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1601년 우리나라에도 관우의 동관왕묘(東關王廟)가 세워지기도 하였는데, 줄여서 동묘(東廟)라고 불리는 동관 왕묘는 지금은 지하철 역(驛)이름으로 불리지만, 1963년부터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유비가 집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황건적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자꾸만 확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즈음에는 세상이 자기들 것인 양, 백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재물과 관공서를 공공연히 약탈해 가건만 아무도 그들을 막아내는 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정에서는 십상시 내시들이 권세를움켜쥐고 매관매직으로 정사를 주물러 대는 판인지라, 관기가 날로 문란해져서, 관군으로서는 황건적 도당을 토벌할 기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뜻있는 사람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한숨을 크게 지으며 개탄해 마지않는 시절이었다.
탁현 고을에서 십 리쯤 떨어진 하동 해량촌(河東 解良村)에 살고 있는 관우(關羽)라는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관우는 어려서부터 공맹학(孔孟學)을 익혀서 고서(古書)에 능통하였고, 혁혁한 호반의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무예(武藝) 또한 출중한 사람이었다.
아울러 풍채가 좋기로도 유명한 사람으로서, 얼굴은 말상(馬相)으로 길쭉한 것이 무르익은 대춧빛 같았고, 입술은 여자들이 연지를 바른 것 처럼 붉었으며, 눈은 봉(鳳)의 눈에, 삼각 수염이 두 자 길이나 되어 고개를 숙이면 배꼽에 닿을만 하였고, 키는 무려 구 척에 이르렀다.
이런 관우는 평소에 백학선(白鶴扇)을 애용하였고, 어디 외출이라도 할 양이면, 반드시 수레를 타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가 수레에 앉아 백학선을 들고 외출을 할 때에는, 마치 선인이 지상으로 하강을 한 것으로 여겨져서, 일대의 사람들은 그를 <하동 선인(河東 仙人)>이라 불렀다.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관우는 백학선을 들고 툇마루에 앉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한겨울 모질던 동장군이 물러가고, 인근 산천에는 이미 봄빛이 무르익었지만, 어지러운 세상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황건적 일당들은 어제 저녁에도 이웃 마을을 습격하여 백성들의 많은 재물을 약탈해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봄은 대지에 무르익어서 도처에 복사꽃 살구꽃이 아름답게 피고있건만, 극심한 황건적의 행패에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나날이 인심은 날로 흉흉해 가고 있으니, 세상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관우는 봄볓 그득한 툇마루에 앉아 눈앞의 자연 경관을 보며 백학선을 고요히 흔들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의 심중은 매우 착찹하였다.
사나이 대장부가 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배우고 무예를 익혀, 어지러운 세상을 그냥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 같았다.
(사람이 있어야지... 뜻을 같이하고 생사를 같이할 만한 사람이 있어야지...!)
관우는 문득 몸을 천천히 흔들며, 소리 내어 중얼거렸다.
관우가 자기 힘으로 세상을 한번 바로잡아 보려는 결심을 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안 될 일이 아닌가?
그리하여 그는 오래 전부터 내심으로 뜻과 행동을 같이할 만한 인물을 찾고 있었지만, 아직 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난세에는 반드시 인물이 나타나는 법인데, 어찌하여 인물이 이렇게나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관우는 여러차례 개탄하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서, 백학선을 접어 무릎을 탁 쳤다.
(그렇다!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을 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결심한 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애, 어디 있느냐?"
하고 굵다란 목소리로 사동을 불렀다.
"불러 계시옵니까?"
열다섯 살 가량 보이는 사동이 툇마루로 달려오며 대답한다.
"나, 읍내에 다녀올 것이니, 말에 안장을 얹어라!그리고 청룡도(靑龍刀)를 이리 가져오너라!"
관우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동은 안방으로 달려가 청룡도를 들고 나온다. 길이가 한 장(丈)이 넘고, 무게가 다섯 관이나 되는 호품이 있는 칼이었다.
구척에 이르는 큰 키에 기다란 칼을 가로 비껴 허리에 차고 나서니, 관우는 누가 보아도 기골이 장대한 늠름한 천하의 대장군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탁현 고을에 나가, 세상 돌아가는 정세도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뜻을 같이할 수있는 사람도 찾아보려는 것이었다.
대문 밖으로 나오니 말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관우가 몸을 날려 마상에 올라 채찍을 한 번 호되게 후려갈겼다.
말은 채찍 한 번에 완전히 제압되어 흙먼지를 일으키며 앞으로 세차게 달려나갔다.
이렇게 인마일체(人馬一體)는 십릿길을 바람을 일으키며 잠깐 사이에 달려갔다.
그야말로 기운찬 전진이요, 번개같은 속도였다.
그리하여 탁현 고을이 바로 눈앞에 바라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관우는 말고삐를 당겨 말을 급히 멈추었다.
관우는 말을 멈추고 나서, 말을 달려오며 본, 먼지 구름이 일고 있는 먼 광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웬 일일까?)
관우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해보았다.
관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한테 엉켜 먼지를 일으키며 들끓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아우성 소리조차 아득히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한번 가 보자!)
관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머리를 그쪽으로 돌리며, 박차를 가했다.
그리하여 수풀을 가르고 쏜살같이 달려가 보니, 넓은 들판에서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쪽은 키가 장대하고 시꺼먼 수염이 모질게 난 한 사람이 사십 명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머리에 누런 수건을 질끈 동여맨 것으로 보아서, 틀림없는 황건적이 아니런가?
말하자면 한 사람이 황건적 사십 명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이미 땅바닥에는 이십 여명의 황건적 시체가 널부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아직도 닥치는 대로 황건적을 후려 갈기고 있는데, 몸이 날래기는 가히 호랑이요, 힘이 세기로는 황소와 같았다.
관우는 처음에는 <도와 주어야 할까?>하고 망설였지만, 상대의 솜씨가 가히 일취월장(日就月將)인지라, 가만히 지켜 보기로 하였다.
괴력의 거한은 덤벼드는 어떤 놈은 땅바닥에 메다 꼿아 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기도 하고 , 칼을 빼어들고 공격하는 놈은 칼끝을 피해 뒷덜미를 움켜 잡고 냅다 잡아 돌리다가 패대기를 쳐대는데, 처음에는 상대가 한 사람 뿐인 것을 보고 만만하게 덤벼들었던 황건적놈들도 상대가 워낙 세다 보니 한 놈, 두 놈 꽁무니를 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모두 뒤도 돌아다 보지 않고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천하에 도둑놈들아!게 섯거라!"
괴력의 장사는 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따라가더니, 절뚝 거리며 도망가는 몇 놈의 뒷덜미를 번개같이 낙아 채 또다시 내동댕이를 쳐버리는 것이었다.
관우는 멀찍이 멈춰 서서, 그 광경을 통쾌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이제야 인물다운 인물, 장수다운 장수 한 사람을 발견했구나 싶었던 것이었다.
이렇게 황건적들이 모두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줄행랑을 쳐버리자, 괴력의 거한은 숨찬 모습도 보이지 아니하고 손과 손을 마주 탁탁 털고, 이어서 옷에 묻은 먼지 흙을 툭툭 털어내더니, 뒤로 돌아서서 읍내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관우는 그제서야 말에서 내려 그 사람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하여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정말 통쾌한 싸움이었소. 황건적 오십 여명이 형씨에게 꼼짝도 못하고 당했구려."
하고 정중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괴력을 보인 거한은 멈칫 멈춰 서서 관우를 시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당신은 누구요?"
하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나는 하동 해량촌에 사는 관우(關羽)라는 사람으로 자(字)는 운장(雲長)이란 사람이오. 나도 귀공 처럼 황건적 도당을 엄청나게 미워하는 사람이오. 우리 서로 이름이나 알고 지냅시다."
괴력의 거한은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며,
"아, 그러면 당신이 그 관운장이시오? 당신 이름은 그 동안 많이 들었소. 그러잖아도 내가 언제 한번 찾아가 만날까했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어 반갑소. 내 이름은 장비, 자는 익덕(翼德)이오."
하고 머리조차 꾸벅 수그려 보이는 것이었다.
"허어..... 장 공이 나를 어떻게 아셨기에 나를 만나려고 하셨소?"
관운장이 적이 놀라며 물었다.
"나는 혼탁한 이놈의 세상을 바로 잡아 보려고 사방으로 쓸 만한 사람을 찾는 중이오. 그런데 듣자하니 하동 해량촌에 관운장이라는 인물이 쓸만하다기에 한번 찾아볼 생각이었소. 정작 만나 보니, 풍채도 풍채려니와 대사를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 같구려!"
실로 말버릇이 우악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사람만은 다시없이 진실해 보이는 데다가, 뜻이 일맥 상통하므로 관우는 빙그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거 참, 듣던중 반가운 소리요. 나도 사람을 찾는중인데, 장공이 쓸 만한 사람으로 보이니, 우리 서로 뜻을 합쳐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보시려오?"
"좋소!그런 의미에서 우리 읍내로 들어가 술이라도 한잔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합시다."
장비는 예의범절과 체면치례하고는 거리가 있는 말과 우악스럽고 순진한 성격을 보였다.
"좋은 말씀이오. 장 공같은 보기어려운 인물을 만났는데,내 어찌 술을 사양하리오. 어서 함께 갑시다."
두 사람은 잠시후 가까운 주막에 들어가 앉았다.
그리하여 술을 서로 주고 받는데,장비는 힘이 장사일 뿐만 아니라, 주량도 밑빠진 독이나 다름 없었다.
"장 공은 싸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술에도 장사구려!도대체 오늘은 어쩌다가 황건적놈들과 싸움이 붙었소?"
관운장은 술을 권하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장비는 술을 마셔 가며 이렇게 싸우게 된 경위를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은 탁현 고을에서 산돼지를 잡아 고기 장사를 해먹고 있기는 하지만, 호반으로서 무사들을 거느리고 있었소. 그런데 황건적놈들이 우리 고을에 쳐들어와서 집집마다 불을 지르고 성주님을 죽여 버리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낙백(落魄)을 하고 말았소. 그러나 성주님의 원수를 갚고 황건적 놈들을 없애 버리고 세상을 바로 잡아 볼 생각에서, 성주님의 외동딸인 부용 아가씨를 중심으로 흩어진 옛날 부하들을 모으려고 애써 보았지만, 모두들 황건적의 기세에 눌려 꽁무니를 빼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난 달부터 산이 많은 이곳 탁현 고을로 와서 산돼지를 사냥해다가 고기를 팔아 연명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도 사냥을 나가려니까 몇놈이 나타나서 나더러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오? 그러잖아도 황건적 놈들에게 앙심을 먹고 있던 판인데 놈들이 되먹지 않게 놀길래 그 몇놈을 옥살박살을 내버렸지요. 그랬더니, 본보기로 몇 놈만 혼낸다는 것이 얻어 터진 놈들이 일당을 끌고와서, 이렇게 사오십 명이 되어버린 것이오."
"그나저나 대단하시오. 몇 놈만 혼내려다가 물경 사오십 놈들을 한꺼번에 맨손으로 물리쳐 버렸으니,하하하..."
"나는 워낙 성미가 사나워서,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니까, 어디 한 두놈만 죽여 없애고 참겠소이까. 그래서 덤벼드는 놈들 족족 씨알머리도 없이 부셔버린 게지요."
"아무튼 구경만 해도 통쾌합디다."
"나도 오늘은 오래간만에 울적하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소. 더구나 당신을 만나고 보니 더욱 통쾌하오 하하하...."
관운장과 장비는 술을 나눠 가며 통쾌하게 웃었다. 서로간에 마음과 뜻이 맞았던 것이다.
술을 한 잔 한 잔 거듭하는 동안에 어느덧 석양 무렵이 되었다.
관운장은 마지막 술잔을 내려놓으며 장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오늘은 이만 헤어지고 일간 다시 만납시다. 나는 언제든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장 공은 내일이라도 우리 집에 한번 놀러와 주시지 않으려오?"
"아니, 우리가 뜻을 같이해서 큰일을 도모해 보자더니, 이대로 헤어지자는 말이오?"
장비는 화를 불끈 내면서 투덜거린다.
"하하하, 장 공은 성미도 급하시오. 여기는 술집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하오."
"여기가 주막이란 것을 내가 모르는 줄 아시오? 우리가 대사를 도모하는 데 주막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주막이란 곳이 술을 마시는 곳이지, 대사를 도모할 장소는 아니잖소. 장 공은 나를 믿고, 수고스런대로 내일 아침에 내 집까지 와 주면 고맙겠소."
관운장이 장비의 손등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달래는 바람에 장비도 약간 누그러졌다.
그러나 아직도 어딘가 불만이 남아서,
"그 양반 참, 성미도 누그럽기만 하네. 이왕 만난 김에 죄다 털어놓고 말할 일이지. 내일까지 미룰 건 뭐란 말이오!"
하고 투덜거렸다.
"하하하, 천하의 대세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니까, 서로간에 생각도 하고 계획도 신중하게 세워야 할 게 아니오?"
관운장은 빙글빙글 웃으며 장비를 다시 달래 놓고 나서,
"장 공이 만나 본 사람들 중에 우리와 뜻을 같이할 만한 인물이 더러 있습디까?"
하고 화제를 돌려 물어보았다.?
"웬걸요!모두 다 쥐새끼같이 소심한 놈들뿐이어서, 쓸 만한 위인이 한 사람도 없던 걸요!"
장비는 머리를 설래설래 저으며 부인하고 나서, 잠시 궁리에 잠긴다.
"아 참, 쓸 만한 인물이 한 사람쯤 없는 것도 아니오."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쉿!- 듣는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도 크오."
관운장이 은근히 책망을 하자, 장비는 찔끔하며 움츠러들기는 하면서도, 여전한 기세로 말한다.
"제-길, 남의 눈치가 이렇게도 무서워서야 무슨 큰일을 한단 말이오.... 이제 생각하니, 우리와 뜻을 같이 할 사람이 한 사람은 있는 것 같소!"
"그 사람이 누구요?"
"이름은 유비라고 하는 친구인데, 내가 4년 전 쯤 우연한 일로 한 번 만나 보았는데, 그 사람이라면 제법 쓸 만할 것이오."
"대체 유비란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그때 탁현 누상촌에서 돗자리를 짜 먹고 있다지만, 옛날엔 한나라의 종실이었던 모양입디다."
관운장은 그 소리를 듣고 내심으로 만족해 하였다.
그런 사람을 대외적으로 떠받들고 나서면 민심을 간단히 집중시키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심되는 바도 없지 않아서,
"유비라는 인물이 한나라 종친인 것은 확실합디까?"
하고 장비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자신의 허리에 찬 칼을 보여 주면서,
"이 칼은 그에게 선물로 받은 것인데, 조상때부터 물려오는 보검이라합디다."
관우는 장비가 가르키는 검의 문양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장 공이 한번 만나 보아 주구려. 장 공은 그 사람의 집을 아시오?"
"집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누상촌으로 가서, 찾자고 나서면 사람이야 못 찾겠소?"
"그러면? 수고스런대로 장 공이 그 사람을 한번 찾아봐 주시오. 그래서 뜻을 같이할 수 있겠거든 나도 한번 만나게 해 주시오."
"그럽시다그려!오늘은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내일쯤 찾아보리다. 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댁으로 데리고 가기로 하지요!"
"만약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오기를 꺼려 한다면, 내가 그 사람을 만나러가도 괜찮소."
"말을 안 들으면 끌고서라도 가면 될 게 아니오?"
"하하하, 동지를 삼으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온대서야 될 말이오?"
"어쨌든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리 아시오."
장비는 주막을 나오자, 이내 관운장과 작별을 하였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얼른 발길이 돌아서지지 않아서, 말을 달려가는 관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과연, 오늘에서야 사람다운 사람을 한 사람 만났구나.)
첫 인상으로 보아, 저 사람이라면 족히 큰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