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실제 동성애자의 삶.
혐오와 환상을 걷어내고 드려다 본, 어느 한 동성애자의 유쾌하고 재미있는 리얼스토리.
왜냐고 묻지 마세요
지은이 : 권용우
펴낸곳 : 도서출판 해울
가격 10,000원 ㅣ 면수 182쪽 ㅣ ISBN 978-89-945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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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해 종신보험을 들어보라는 보험설계사의 말.
“지금이야 젊으시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는 들고 싶어도 병력이나 비싼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 못하는 고객들이 많으십니다. 장차 결혼하시면 아내나 아이들을 위해서 이만한 준비는 꼭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의 대답을 이러하다.
“난 가족이라곤 어머니밖에 없고 장차 결혼계획은 전혀 없어요. 그럼 객관적으로 이 보험을 유지하는 게 나을까요? 주위에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내가 아플 때 현실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게 맞을까요? 저 상담 좀 해주세요.”
이런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동성애자들은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생의 둘도 없는 아군인 배우자와 대신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아이들 대신, 그들은 길거리에서 손목 한번 잡을 수 없는 애인과 종로와 이태원에서만 유효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 우린 종신보험보단 손해보험이 어울려.”
이렇듯 현실의 차이는 사실 미래의 차이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어느덧 동성애와 이성애는 단지 성정체성의 차이일 뿐, 이라고 쿨하게 말하는 것이 21세기 진보적 도덕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한 동성애자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보다 보면 성정체성의 차이는 단순한 취향 차이가 아닌 구조적인 차별과 각기 다른 삶의 방향(한쪽이 일방적으로 불리한)을 강제한다.
‘그냥 차이일 뿐이잖아.’라고 쿨하기엔 너무 쨘한 스토리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동성애자의 삶이, 그렇다고 차별에 억눌려 신음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제약에 가로막혀 살고 있는 한국의 동성애자들도, 종신까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손해는 보상’할 수 있는 삶을 꾸려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담긴글들
신입생 사랑에 빠지다/권상병의 커밍아웃/2천원/월요병/편도선염을 앓고 있나요/매달 5일, 카드결제일/계란을 던지면 계란후라이로 변해요/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없는 번호/토스트 굽는 훈남/나는 사랑을 믿습니다/18만원/공포의 엘리베이터/그런 날/나도 이제 서른인가 보다/메뚜기볶음/비 오는 날의 아침/당신도 가끔 에이즈가 두렵나요/All or Nothing/낳아주신 분에게 커밍아웃하기/명상/엉덩이 예찬론/연락 없는 그 남자/미션, 커플룩 입기/사랑을 냄새 맡다/여자친구 남자친구/인기 동네 장안동 살아요/자학/새벽 네 시 반 짜파게티/주유소의 세 마리 개들/게이가 싫어?/부를 수 있어 행복한 이름, 엄마/눈물이 날 뻔했어/일요일 오후 6시/난 네가 질려/열심히 살게요/노무현 대통령/외출 전에 개념은 챙기셨나요/착각/왜냐고 묻지 마세요/종신보험과 손해보험/초짜를 만났을 때 우리의 대처법/백수 된지 이틀째/유통기한 지난 우유/게이는 캘빈클라인 팬티/북엇국 닭죽 미역국 김치찌개 고등어구이/여긴 광주입니다/귀고리 한 짝의 미스터리/내 동생은 일반입니다/우리는 영예로운 충무공의 후예이다/다리 위의 멍들/미치지 않고 살아가기/해운대 바닷물은 아직 차갑다/故 박용하에 관한 짧은 기억/나의 클레오/열린 방충망/꼽등이와 게이/안회장님께
작가 - 권용우
혼자서 아무 계획없이 훌쩍 여행 떠나는 것과 생뚱맞은 사고로 주변 사람을 깜짝 놀ㄹ라게 만드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나이 서른들어 여전히 운명 같은 사랑은 있다고 믿는, 철 안든 대한민국 평범 게이. 작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이후 나고 자란 서울과 가족을 등지고 연고도 없는 광주에 게이바를 차리는 또 한번의 대형사고를 치고 현재 뒤늦은 독입생활을 만끽 중이다.
작가의말
근시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한 콘택트렌즈로 인해 몇 해 전 결막염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소프트렌즈를 빼고 눈 건강에 낫다고 알려진 하드렌즈를 꼈습니다.
착용하면 안구에 꼭 달라붙어 눈과 하나가 되는 소프트렌즈와는 달리 하드렌즈는 그 볼록한 모양과 딱딱한 재질 때문에 눈을 깜빡일 때마다 렌즈가 움직이므로 눈에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결막염은 많이 나아졌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느껴지는 이물감은 이후로 매 순간 내 두뇌에 콘택트렌즈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고 더 나은 장래를 꿈꾸는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입니다만, 이성애자를 위해 맞춤 디자인된 이 세상은 하드렌즈의 이물감처럼 한 순간도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도와줍니다.
나는 평범하지만 또 특별합니다. 보통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여러 모습의 사랑들과 그것들을 가로막은 채 차갑고 가혹하게 서있는 장벽들은 특별한 눈을 가진 자에게만 허락된 세상의 풍경입니다. 나는 오늘도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제보다는 조금 더 그 따뜻하고 넓은 품을 내밀기를 기대하면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많은 아픔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동성애자에게도 이성애자에게도 치열하게 살 만한 가치들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