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의 토크콘서트
철학 · 영화 · 그리고 음악 이야기Ⅱ
2016년 8월 21일 (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한국음악평론가협회 명예회장 정원상
음악저널 2016년 10월호.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인정하는 마음, 상대와 함께하는 공동의 생각으로 바꿀 수 있는 힘.
이것은 바로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다.”
서로가 조금씩 생각의 틈을 메워가는 것이 철학이다. 이것이 정두환의 토크 콘서트인 <음악, 영화 그리고 음악이야기 Ⅱ>의 음악회 본질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였지만, 준비하는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음악회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일반적인 음악회에서는 음악만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음악회에서는 영화를 분석하여야 하며, 이 영화에 사용된 클래식음악을 찾아야 하고, 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철학적 근거를 찾은 뒤 이를 관객들에게 쉽게 음악을 전달하여야 하므로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아주 난해한 음악회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악회를 왜 하여야만 하였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토크 콘서트를 기획과 진행, 그리고 지휘까지 도맡아한 문화유목민 정두환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문화유목민이라 칭하고 다양한 문화 중에서도 공연예술문화와 영화문화에 다양한 식견을 갖추고자 노력한 음악인이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작곡을 전공하였으며, 이후 철학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 중에 있는 음악인이다. 30여년 음악을 하면서 개인작곡발표회 6회와 합창단을 비롯하여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17여년을 라디오방송에서 부산음악과 부산음악인을 알리기에 열과 성을 쏟았으며 부산시민들에게 무료 음악강좌를 17여년 동안 570여회 이상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음악평론, 칼럼과 정두환의 음악친구들오케스트라와 부산볼런티어윈드앙상블을 지휘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이날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먼저 살펴보겠다. 첫 곡으로 연주된 글린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은 ‘악마를 물리치고 루드밀라를 구해 결혼에 성공한 루슬란 왕자“의 이야기처럼 이날 음악회의 앞날에 밝음을 이야기 하는 듯 경쾌하게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이어지는 <철학+영화>의 관계에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연주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1악장은 영화와 음악이 만나는 인류가 만든 세상의 미완성을 아주 효과 있게 설명되었다. 이어지는 영화 ’킹스 스피치‘에 나타난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 알레그레토는 리듬의 향연이라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말을 더덤는 왕의 연설을 호흡과 리듬으로 해결하는 영화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하였다. 특히, 2악장의 리듬을 조금 느리게 연주하므로 효과를 배가 시킨 부분은 아주 효과적으로 와 닿았다.
이어서 <영화+음악>에서 만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영화에 사용된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사랑의 과정을 아주 애틋하게 연주되었다. 이어지는 영화 ’여인의 향기‘는 영화 속 춤의 모습과 현실의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현의 모습이 아주 상쾌하고 명쾌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철학>에서 만난 영화 ’JFK’에서 모차르트 호른 협주곡 제2번 3악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케네디의 암살 사건과 관련된 영상에 모차르트의 음악, 특히, 호른은 어쩌면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 위대한 정치인과 음악의 모습이 한데 어울려 새로운 시도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어진 ‘대부Ⅲ’에서 만난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까나의 간주곡은 삶과 죽음의 교차점에서 만난 사이의 음악이었다. 음악이 이야기 하는 ‘사이’와 영화가 이야기 하는 ‘사이’가 서로 만나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철학+영화+음악>으로 이어진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은 광활한 대지를 향한 아름다운 서사시를 노래한 영화와 삶의 연장선을 죽음으로 암시한 듯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만나 우리네 삶과 죽음, 그리고 무한히 열려있는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어울려 음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영상미와 철학을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난 뒤 앙콜로 전해준 ‘영화음악 모음곡’은 우리네 삶이 영화 같을 수 있으며,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사는 문화유목민 정두환의 토크 콘서트는 다음을 기약하였다.
작은 부분 같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공감을 형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정두환의 토크콘서트는 부산에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새로움이란, 본질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문화유목민 정두환의 앞으로의 음악회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