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과메기에 맛이 들고 있다. 미역에 싸서 한 입 먹으면 구수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겨울 진미 과메기를 찾아 구룡포로 나섰다.
한반도 동쪽 끝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20분쯤 내려오면 구룡포항이다. 오징어잡이배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거센 파도가 선착장을 때린다. 갈매기가 뱃머리 돛대 주위를 빙빙 맴돈다. 부두 한쪽에는 사내들이 불가에 둘러앉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소주병 옆에는 과메기를 담은 접시가 놓여 있다.
“겨울이믄 구룡포에서는 김치보다 흔한 기(것이) 과메기 아입니꺼. 소주 안주로는 최고지예. 과메기하고 같이 묵으믄 술을 아무리 마시도 안 취합니더.”
뱃사람들은 연신 소주를 들이켠다.
“올해 오징어는 별로 안 잡히는데 꽁치는 풍년인가베. 꽁치 값이 많이 싸요. 여기부터 저어기 대보면까지 과메기 덕장이 널렸습니더. 덕장 볼라카믄 아무 마을로나 내리가 보이소.”
정말 그렇다. 과메기가 지천이다. 어물전과 횟집마다 ‘과메기 팝니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과일 가게와 신발 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판다. 도로를 따라가다 아무 마을이나 들어가도 과메기 덕장이 보인다.
과메기는 꽁치를 바닷바람에 ‘어정쩡하게’ 말린 것이다. 오징어로 치면 반건조 상태인 ‘피데기’와 비슷하다. 이 어정쩡하게 마른 꽁치가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이즈음이면 미식가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예로부터 구룡포에서는 청어를 바닷바람에 말려 김이나 미역에 싸서 먹곤 했다. 구룡포에서 청어는 흔하디흔한 생선이었다. 장기곶 가장 끄트머리인 구만리에 가면 까꾸리개란 갯마을이 있다. 풍파가 심한 날이면 청어가 뭍으로 밀려나오는 경우가 많아 까꾸리(갈고리의 방언)로 긁어 들였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지금은 꽁치로 과메기를 만든다. 청어는 동해에서 1960년대 이후 사라졌고 꽁치가 흔해졌다. 요즘은 북태평양에서 잡은 꽁치를 사용한다. 말리는 일만 구룡포에서 하는 셈이다.
구룡포과메기협회 정재덕 회장(67)은 “10여 년 전만 해도 청어로 만든 과메기를 묵었제. 지금이야 청어가 있나. 다 없어져버렸어. 꽁치가 흔하니까 꽁치로 만드는 거지”라고 말한다.
과메기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뼈를 추려서 말린 것을 편과메기(배지기)라 부르고 통째 말린 것을 통과메기(엮걸이)라 한다. 만드는 과정도 다른데 통과메기는 짚으로 엮어 덕장에 걸어 놓으면 되지만 편과메기는 배를 가르고 씻어내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편과메기다. 편과메기는 3~4일이면 만들 수 있지만 통과메기는 보름 정도 말려야 한다. 과메기의 참맛을 즐기려는 이들은 통과메기를 선호한다.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내장의 즙이 살에 스며들어 오묘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명태가 덕장에서 눈을 맞아가면서 황태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메기를 맛본다. 촉촉하면서 꾸들꾸들하고 비린내가 살짝 나면서도 담백하다. 동해의 바람이 만들어낸 맛이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기름지면서도 구수한 맛이 살아 있다. 김에 과메기 한 조각을 얹고 실파와 마늘을 얹어 쌈을 싼다. 그 쌈을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을 어떻게 설명할까?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에 과메기를 돌돌 말아서 먹어도 맛있다. 과메기의 고소한 맛과 해조류의 상큼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술은 소주처럼 톡 쏘는 술이 어울린다.
과메기는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많이 먹어도 살 찔 염려가 없다. 과메기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다. 접시 위에 놓인 과메기에서 기름이 흘러나오지만 소나 돼지의 기름과 달리 허옇게 엉겨 붙지 않는다. 좋은 지방이라는 증거다. 구룡포 지역 술꾼들은 “밤새 술을 마셔도 과메기 안주와 함께 먹으면 아침에 얼굴이 번지르르하다”고 자랑한다.
구룡포까지 갔는데 과메기만 먹고 여행을 끝낼 수는 없다. 핸들을 잡고 겨울 바다 드라이브를 즐긴다. 구룡포에서 호미곶을 지나 포항까지 이어지는 925번 지방도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운전하는 내내 바다가 오른쪽 차창을 떠나지 않는다. 길은 해안가 언덕을 따라 파도가 치듯 오르내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검은 갯돌해안에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포말에 탄성이 흐른다.
호미곶 일출도 좋지만 저물 무렵의 바다도 운치 있다. 등대에 불이 켜지고 고기잡이를 떠난 배가 항구로 줄지어 돌아오는 장면은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아름답다. 가수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가 흘러나오고, 소주 한 잔에 과메기를 곁들인다. 겨울밤이 춥지 않다.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와 김천-포항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포항. 포항에서 31번 국도를 따라가면 구룡포다. 구룡포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925번 지방도는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제격. 일출 명소 호미곶을 지난다.
▶숙박 바하모텔 : 대보면 구만리 보리밭에서 포항 방면으로 15분 거리에 있다. 임곡휴게소 부근. 높은 산 중턱에 있어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054-292-6000 ●2인 기준 3만~4만원
▶먹거리 과메기 특구 김순화 식당 포항에서 유일한 과메기 전문 식당. 과메기회를 비롯해 무침, 튀김, 초밥 등 과메기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포항시 죽도 2동 중앙교회 옆에 있다. ☎054-283-9666 ●09:00~02:00 ●주차가능 ●과메기회·과메기무침 각 1만2000원, 과메기튀김 6000원, 과메기초밥 5000원, 택배 2만5000원(채소와 초장 포함) 동림식당 구룡포에서도 알아주는 복집. 콩나물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는 복탕이 일품이다. 구룡포 영일수협어판장 건너편에 있다. ☎054-276-2333 ●07:00~22:00 ●주차가능 ●은복탕 6000원, 밀복탕 1만원, 수육 1만5000~3만원
▶알뜰구매 구룡포항 앞에 있는 횟집과 포항 죽도시장에서 과메기를 싸게 맛볼 수 있고 구입할 수도 있다. 택배도 가능하다. 1두름(20마리)에 8000~9000원 선. ●구룡포과메기 영어조합법인 ☎054-276-0760, ☎영일수산 054-276-8286, ☎우럭돌과메기 054-276-3534 발췌;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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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과메기 정말 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