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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에 가보자.
가을산이 참 좋다.
등산로에는 낙엽이 깔리기 시작하고, 숲은 더 고요해졌다.
등산객들이 뜸해진 이맘 때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단풍철보다
산과 호흡하기 좋은 계절이다.
마니산은 그리 높지 않다. 높이는 469m. 정상까지 918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초등학생에게는 조금 버겁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다.
마니산 등산로의 활엽수들은 벌써 나목이 돼 가고 있다.
앙상한 가지들이 서로 잇대어 터널을 이뤘다.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만주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섞여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가쁜 숨을 서해 바람에 날리며 오르는 산길.
계단과 사이사이 돌밭 길을 넘어서면 참성단이 나타난다.
참성단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부경의 사상대로
윗제단은 둥글게, 아랫제단은 네모로 돼 있다.
4,300여 년 전 단군이 제를 지낸 이래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의 왕들이
머나먼 이곳까지 행차해 태평성대를 빌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인조 때와 숙종 때 각각 중수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요즘도 이곳에서 전국체전의 성화를 점화한다.
성화를 채화할 때는 요즘도 옛날처럼 햇빛을 모아 불을 붙인다.
참성단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는 울타리를 쳐서 제단 위에
올라가지 못하게 했지만 참성단의 생김새는 볼 수 있다.
참성단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중간쯤에 있다.
풍수상 백두의 천기와 한라의 지기가 모인다고 해서
‘양기처’ 또는 ‘생기처’라고도 불린다.
참성단에 서면 강화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개펄은 검은빛으로 반짝거린다.
강화도에는 호국유적지가 많다.
전략요충지인 강화도에는 12진·보(진은 대대병력, 보는 중대병력이 지키던 곳)와
소형 진지인 53돈대가 있다.
이 중 광성보는 신미양요의 격전지로 가장 단장이 잘 돼 있다.
1871년 초지진과 덕진진을 무력으로 점령한 미군을 맞아
광성보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어재연 장군과 200여명의 병사가 모두 이곳에서 전사했다.
광성보 뒤편엔 용두돈대가 있다.
돈대가 용머리를 닮았다는 뜻이다.
용두돈대 앞은 물살이 빠른 손돌목. 물이 빠지면 인천이 손에 잡힐 듯
강폭이 좁지만 밀물 때는 배가 난파할 정도로 회오리를 일으킨다.
고려 때 몽고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피신하던 고종은 이곳에서 뱃길이 막히자
뱃사공 손돌이 계략을 꾸민 줄 알고 그를 죽였으며
이때부터 손돌목으로 불렸다고 한다.
섬 전체가 역사박물관인 강화도. 강화도는 역사여행의 시발점이다.
▲여행길잡이
초지대교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행주대교 남단에서 김포방향 48번 국도를 탄다. 김포시내를 통과해
누산4거리에서 352번 지방도로로 빠진다.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군 온수리까지 연결된다.
온수리에서 직진해 마니산 산행기점인 화도읍까지 가면 된다.
신촌 시외버스터미널(02-324-0611)에서 화도읍까지 하루 16회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신촌에서 강화읍까지 간 뒤 군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신촌에서 강화읍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1시간30분이 걸린다.
강화군청 문화관광과 (032-930-3621), 마니산 국민관광지(032-937-1624)
〈최병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