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축제를 다녀와서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문학회 전선숙
하늘은 카멜레온이다. 하루에 12번도 더 변한다. 진청색바탕에 새털구름이나, 노을 진 붉은 하늘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요즈음엔 드높은 가을 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것을 우리나라의 관광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을까?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인 흰 구름은 외출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바다로 보이기 시작한다.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바다. 풍덩 잠수라도 해볼까? 아니 흰 구름이 외출을 했으니 나도 그냥 집에 있을 수 없지. 주변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구절초축제 구경이나 갑시다.”
두 사람이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대환영이었다. 목적지 부근에 이르니 차가 막혀서 걷는 것보다 더 느렸다. 주차요원의 갓길 정차지시로 승용차에서 나오니 주차된 차량 머리와 꼬리가 보이지 않고 뱀처럼 길게 이어졌다. 우리는 한참을 걸어서 섶다리를 지나 구절초동산에 올랐다. 먼저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멀리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메밀꽃이 보이고, 주인공 구절초는 수수한 시골 아낙처럼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예년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풍성했는데 올해는 약간 헤성헤성했다. 기후 탓일까, 아니면 여러 작물을 가꾸다 보니 손이 덜 간 까닭일까. 관광객 중 잘 아는 분을 두 사람이나 만났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나온 것 같다.
해바라기꽃밭은 푸른 하늘과 주변에 있는 산이 어울려 더욱 샛노랗다. 넓은 들에 핀 코스모스는 꽃 이불을 깔아놓은 듯 뒹굴고 싶을 충동까지 느끼게 했다.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메밀꽃을 보려고 강원도 봉평까지 갈 필요는 없다.
모든 꽃의 색깔과 향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곳에 온 관광객이 꽃을 감상하고 몸과 마음까지 치유되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가족이나 연인들은 셀카 봉을 이용하니 이전처럼 남에게 부탁할 필요 없이, 마음껏 감정을 표현하며 멋지게 찍는다. 주위의 산, 꽃, 넓은 냇물이 구색을 갖추어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이루었다. 점심때가 되어 따끈한 다슬기탕과 도토리묵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꽃동산에 올랐다. 두둥실 떠있는 애드벌룬 아래로 음악방송국이 있었다. 패티김이 부르는 ‘가을을 남기고 사람’이란 노래가 잔잔하게 흐르고, 감칠맛 나는 DJ(Disk Jockey) 입담에 여러 사람이 신청곡을 접수하고 있었다. 나도 기회다 싶어 달려가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란 곡명을 쓰고, 사연은
“꽃구경 잘하고 있어요.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이웃주민과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주신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쓰고 자리에 앉으니 내 신청곡이 나왔다. 난생처음 신청해본지라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노래에 취하고 꽃에 취해 콧노래도 절로 나왔다. 내 신청곡을 마지막으로 필리핀 밴드가 울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노래를 들어보지도 못할 뻔했으니, 기회를 잘 포착했다 싶었다.
필리핀 가수의 신바람 나는 노래와 율동이 시작되자 관광객도 노래를 따라 부르고 손을 흔들며 함께 즐겼다. 농산물로는 구절초를 이용한 수공예품, 음식, 유화전시회, 분재도 있었다. 이날을 위해 관계기관과 주민이 이른 봄부터 수고한 손길이 스쳤다. 입장료가 3천 원인데 그중 이천 원은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모두가 주민의 소득을 생각해서일 것이다. 전체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부에서 쌀 개방으로 벼 이삭이 나온 논을 경운기로 갈아엎는 것을 TV에서 보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직접 농사를 지은 농부의 마음은 오죽할까. 전국 축제 현장마다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게 물건과 음식을 애용해 주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2014.10.15.)
※구절초는 음력 5월 단오에는 5섯 마디. 9월에는 9마디가 되어서 구절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꽃과 줄기를 잘라 부인병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로
한약재로 쓰인다.
첫댓글 교수님께서 제 메일에 보내시고 마로니 샘가나 제 글방을 못찾으셨나해서 직접 올렸습니다.ㅎㅎㅎ
저는 구절초행사가 끝난 14일, 팔순 스카우트원로님들을 모시고 다녀 왔습니다.
한가하니 구절초 차도 마시고 가을의 의미와 풋풋한 국향을 코끝으로 훔치며 음미해보았습니다.
점심은 산내 소재지에 자리한 동호매운탕집에서 입맛을 즐겼습니다. 일찍 돌아오기에는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이번에도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를 부르셨나요? 무슨노래를 부르셨나를 몰라서 물어본것입니다.
나는 구절초도 모르는데 조금 알것 같네요. 능력과 재주가 대단한것 같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한 폭의 유명 화가의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유명한 문인이 쓴 동화를 읽는 기분도 들구요.
나날이 필력이 멋들어 집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뱀꼬리보다 차꼬리가 긴-것은 관광철이지요,
멋지게 나드리하시고 멋지게 사진찍어 올리시겠네요, 기대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감사하고요,
글 쓰는것은 역시 어렵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은 오래전 영상에 올려놨는디요?ㅎㅎㅎ
옥수님 구절초를 다녀와서..를 진즉 잘 읽었습니다. 항상 고풍스러운 글로 감동을 주시는 내용에 구절초 향이 내 코를 찌르는듲 합니다. 기억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김광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