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는 신념은 그에게 용접 분야 최고의 전문 기술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다. 용접 한 분야에서 기능사보와 기능사1·2급, 기능장, 기사1·2급, 기술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종목을 모두 석권해 이른바 국가기술자격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원자력정비기술센터 한동수 대리를 만나 본다.
“몇 개 안되는데.... 참 쑥스럽네요(^^)”라며 자신이 들고 온 자격증들을 조심스럽게 내미는 한동수 대리. 하나같이 낡은 수첩처럼 평범했지만 하나하나의 자격증 속에 남모르는 노력과 그로 인해 얻은 지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결코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은 용접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포함해 보일러시공 및 취급기능사, 굴삭시운전기능사, 비파괴검사기사(1급), 보일러산업기사, 천정기중기운전기능사, 직업훈련교사면허증 등 무려 17개. 그 중에서도 특히 한 분야(용접)에서 관련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그랜드 슬램’ 달성자는 우리나라에 한동수 대리 외에 2명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 “어렸을 땐 공부하는 방법을 정말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 것쯤으로만 알았죠.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용접일을 시작했어요. 그땐 그냥 빨리 졸업해서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그가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 입대하면서부터다.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남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그는 군대 복무 중에 용접기능사(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대 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83년 창원기능대에 입학한 그는 용접 분야를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그 때만 해도 기능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치 않았어요. 기능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 한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는데.. 운이 좋았던게죠. 등록금과 기숙사비 면제에, 용돈까지 받아가면서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4년제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집안 형편상 직업전선에 다시 뛰어들어야 했던 그는 ’85년 우리회사에 입사했다. 그 당시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전기계연구소와 연계해 용접엔지니어교육을 실시했는데, 이 때 받은 3개월간의 용접교육은 그에게 앞으로 용접 분야 최고의 전문기술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용접에 관한 폭넓은 이론적 지식을 제공했다. “독일 기술자들과 용접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죄다 와서 교육을 했었는데, 이제까지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은 정말 새발의 피더라구요(^^). 더 배우고,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교육 수료자들에게 주어지는 독일용접엔지니어(현 유로피언 용접엔지니어) 자격증도 바로 이때 받은 것.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용접관련 자격증은 물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시험에도 하나 둘 도전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격증에 집착한 것은 아니예요. 그냥 따다 보니 이렇게 된거죠(^^)”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한동수 대리. 하지만 그에게 자격증은 단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치열한 싸움의 성과물이었으며, 부단한 자기계발의 결과물이었다.
“어휴~ 3번 째 합격자 발표에서 전화기를 통해 ‘불합격입니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구요. 동료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떨어진 3번이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97년 3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통과한 용접기술사 자격증. 어렵기로 소문난 이 시험은 단답형의 기능장 시험과는 달리 400분에 걸쳐 12장의 백지에 빽빽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조리있게 풀어가야 하는 시험이니 만큼, 웬만한 전문지식과 현장경험 없이는 욕심내기 힘든 자격증이다. 더군다나 이를 위한 학원이나 전문기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논술 부분이 취약했던 그는 불합격의 원인이 자신의 논술실력에 있다고 분석하고, 서점에 가서 고등학교 논술책을 사서 보기도 하고, 그 동안 시험 응시자들이 게재해 놓은 글들을 읽어보면서 자신이 쓴 글과 비교해 보는 등 논술실력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자신만의 공부비결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내가 시험관이라면 나는 어떤 문제를 낼까?라고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문제에 접근해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그는 집중력 향상을 위해 단전호흡을 권유한다. 원자력기술연수원에서 훈련교사로 재직시 단전호흡을 시작한 그는 지금도 점심시간이면 식사하기 전 30분 정도 매일 단전호흡을 한다. “사내 규정상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가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한동수 대리는 자격증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더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정말 귀신같이 문제를 잘 풀어요. 아마 자신만의 문제 접근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해 주네요(^^).” 기술영업팀 조충민 팀장은 한동수 대리를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강한 사람, 항상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라며 칭찬한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며 미래를 위해 꿈을 개척하는 한동수 대리. 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며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그랜드 슬램’ 역시 늘 자신의 기술을 다듬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그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