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도박물관 마지막편
상당히 term이 길었지만, 마지막 완결편을 올립니다. ^^
기관차차량전시청 외부전경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철도박물관 차량전시부문은 그 규모면에서 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일단 덩치하면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나라다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철도와는 관련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소개하고 싶은 박물관이 한곳 더 있는데 '중국항공박물관'으로 전시비행기수가 200여대에 이르러 이 역시 규모만으로는 아시아지역 최대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일면 엉성한 부분도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중국철도박물관은 확실히 2003년에 '개관'하였습니다만, 그것은 앞서 소개한 '기관차차량전시청' 에 한한 것이고, 종합전시관은 여전히 '건설중' 입니다. 어디까지나 그쪽 표현이고... 개인적 느낌으로는 '방치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더군요. 건물은 오래 전에 완공되었으나 내부에 전시물이 없어 굳게 문을 걸어잠근 상태입니다. 구석구석에서 아직 만들다 만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웃한 중국철도과학연구원 동부분원 시설 중 하나. 은하철도에까지 손을 대다 파문? ^^
2003년도를 전후해 철도는 중국의 대 스타이자 화제의 중심이었지요. 여객전용고속철도 계획 등 혁신적 미래를 제시하는 십일오계획 (제 11차 철도발전 5개년 계획) 의 발표. 상하이 자기부상열차의 개통. 중화지성, 장백산 등 첨단철도차량의 잇단 개발 등등... 이렇게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 맞춰서 국가철도부에서 대규모 국가급 박물관을 신축한 것 같습니다만. 분위기에 휩쓸려 너무 의욕만 앞섰던가, 냄비에 불이 꺼졌던가 하는 아쉬운 상황에 직면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철도박물관 입장권. 정가20원, 학생(대학생포함)10원.
대개의 박물관에서 학생증은 거의 마패수준입니다. ㅎㄷㄷ
경영상태 역시 그리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철도박물관도 그렇지만, 이곳 역시 교통편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고, 방문자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뭐 덕택에 수천 평에 달하는 기관차전시청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둘러보는 희대의 경험을 했습니다만... ^^ 마지막에 중국인 관람객 한 명이 더 오긴 온 관계로 (박물관 하나 보려고 내륙지역 무슨 성에서 수천km 를 기차타고 왔다고... ㅎㄷㄷ), 그날 기록된 매상은 단 두명. 30위안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_- 유지가 되나 싶을 정도지만, 엄연한 국가급 박물관이므로 연간 예산 전액은 국가에서 지원된다고 합니다. 다른 관련 커뮤니티에서 본 것으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지원하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고 하는군요.
여하튼 이런저런 극단적인 면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박물관인 셈입니다. ^^
우리 철도박물관에 시사하는 점이라면 서너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1) 지역 박물관/철도공원의 육성
아무리 덩치가 큰 나라라지만 2003년에 개관한 박물관이 단숨에 수십대의 기관차를 끌어모았다는 것은 상당히 참고할 만한 대목입니다. 사실 이 기관차들은 본래 상해철도박물관, 심양증기기관차박물관, 장춘증기기관차공장 등... 기존에 전국에 산재하고 있던 박물관들에서 몇 대씩 징발(?)되어 온 것입니다.
보존가치가 높은 차량을 지역의 소규모 박물관/철도박물관을 활용해 보전해 두었다가, 나중에 중앙박물관의 상황이 좋아졌을 때 다시 회수하여 체계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철도박물관 야외차량전시관의 경우 수년 전부터 전시공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철도박물관을 이전하든 확장하든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문제이며, 이대로라면 전시공간의 부족을 핑계로 가치있는 철도차량 다수가 숟가락, 젓가락으로 변할 공산이 큽니다.
무턱대고 박물관이 좁다는 이유로 녹여 없애는 것보단, 필요로 하는 지역 박물관/철도공원 등에 조건부 무상임대 등 형식으로 보존해 둔다면, 언젠가 철도박물관이 이전 또는 확장했을 때 정작 전시차량이 없어 고민한다거나 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2) 지속적인 관심과 업그레이드가 필요
관련 커뮤니티니 기타 자료들의 사진을 보면 기관차차량전시청의 차량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는 느낌입니다. 처음엔 휑-하던 전시관 내부가 지금은 빽빽할 정돈데, 실제로 전시차량에 부착된 전시연월 명판을 보면 꾸준히 차량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자기부상열차등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새로운 전시물도 있는 듯 했구요.
전국에 산재했던 전시물들을 계속 모아들여 체계적으로 철도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현재진행형'으로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데 대해서 크게 참고가 될 만합니다. 우리 철도박물관은 철도의 '과거'만 보여주는... 요컨대 철도의 무덤정도가 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_-
정 반대의 참고로써는, 기약 없이 비어있는 일반전시관이 되겠군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냄비가 그냥 식어버리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이곳은 시사하고 있습니다. ^^
(3) 접근성과 interactive를 갖추어야.
양국 모두 철도박물관이 교통이 불편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 걸어들어가야 하는 것까지도 똑같습니다. -_- 덕분인지 관람객 수가 바닥을 기는 것은 마찬가지가 되는군요. 그나마 예전에는 서울역에도 분점 비슷한 것을 운용해서 부족한 접근성이 조금은 커버되기도 했었지만, 고속철도 신역사 건설을 핑계로 영업을 중지하더니 완전히 철수해버려 아쉽습니다.
덩그러니 기차만 갖다놓고 있어 솔직히 재미가 없다라는 부분도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나마 중국쪽이 더 나았던 것은, 운전실이고 기관실이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끔 해 두어서 탐험(?)하는듯한 재미가 쏠쏠했습니다만... 대체로 우리나라쪽은 밖에서 보기만 하게 되어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기관차 몇 대는 마스콘(제어간)을 온전히 꽃아 두었더군요. 플스용 장난감하고는 확실히 다른 묵직한 느낌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었습니다. ^^
(양쪽 모두) 관람객을 보다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중국철도박물관의 경우 환싱티에루에 체험용 열차같은것을 운행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순전히 '시험'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철로인 만큼 영업용열차가 다니는 일도 없고, 단지 시험운행이 없을 때 가끔씩 증기기관차 같은 것으로 한바퀴 돌아주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시험중인 열차의 공개 시승식을 개최해도 되겠구요.
우리나라의 경우 모형디오라마도 있고, 실제로 사람이 탈 수 있는 우주관광열차(?)도 운행합니다만 감질날 정도로 짧습니다. 부르릉~ 소리한번 나면 운행 끝이니. ^^ 가능하다면 이 동차를 박물관 밖으로 끄집어내서 의왕전철역-박물관/철도연구원 간 셔틀운행에 투입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의왕역에는 소화물이나 전차(-_-)를 싣기위한 저상플랫폼도 마련되어 있고, (로템 의왕공장 폐쇄에 소화물도 영업중지한지 오래라 더이상 쓸 일은 없음) 궤도를 별도로 깔 것도 없이 화물유치선 하나만 슬쩍 전용하면 바로 차가 다닐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로써 좀더 긴 거리를 달리는 위락시설이 탄생함과 동시에, 역과 박물관을 연결하는 셔틀교통편도 생기는 셈이니 일거양득이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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