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은 가평, 양평과 함께 경기도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
그래서 터미널도 지역에 따라 포천, 일동, 운천에 각각 흩어져 있는데,
이 중 가장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은 곳이 일동이다.
포천, 운천이야 의정부에서 철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어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일동은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터미널의 생김새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생겼다.
매표소, 대합실, 승차장, 박차장의 경계선이 모호하면서도 각자 따로따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
처음에는 굉장히 찾아가기도 어렵고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나름대로의 매력이 느껴지는 아담한 모습을 보여준다.
재밌게 표현하자면 '따로국밥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포천시청에서 66-1번 버스를 타고 일동터미널어 첫 걸음을 내딛는다.
안내방송에서는 분명 '일동터미널'이라고 소개했지만,
정작 내리니깐 터미널은 보이지 않고 평범한 마을의 모습만 나타난다.
일동터미널 정류장과 실제 터미널의 위치는 약간 다르다.
일동버스터미널이라 쓰여진 곳도 엄밀히 말하면 터미널이라기보단 단순한 정류장에 가까운 형태다.
그저 건물이 움푹 들어가고 그 사이로 버스가 오가는 형태이지만,
그래도 일부 시내버스의 종점 역할도 하고 있고,
모든 시외버스가 돌아서 나가는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다.
간이대합실과 상가건물 사이의 조그만 길이 사실상 승차장의 역할을 한다.
동서울-일동-와수리, 동서울-일동-사창리행 버스가 주로 경유하는데,
서울방면과 강원도방면의 시외버스 모두가 이 곳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군인 관련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있지만,
시내버스가 발달하지 못한 탓에 시외버스에 의존하는 경향도 상당 부분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 곳에서 서울까지 나가는 시내버스는 아예 없으며,
그나마 의정부까지 연결되는 138-5번 버스도 배차간격이 1시간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값은 비싸도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터미널 뒤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상가건물 중앙에 매표소가 자리잡고 있다.
터미널 건물이 딱히 없어 상가 일부에 기생하다시피 한다.
보이다시피 워낙 눈에 안 띄는 위치에 있어,
아예 표를 사지 않고 카드로 승차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 같아 보였다.
매표소는 편의점과 공간을 같이하고 있는데,
휠체어조차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공간이 협소하다.
매표소 자체도 계단 밑부분에 만들어 놓았는데,
마치 모든 것을 어딘가에 기생하고 있는 듯 하다.
와수리에서 수유리행 시외버스나 동서울행 완행버스는 포천, 의정부을 경유하지만,
동서울로 가는 직행버스는 거대 수요처를 놔두고 일동이라는 조그만 마을을 들렸다 간다.
포천, 의정부쪽은 거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아 주말만 되면 정체가 극심하지만,
이동, 일동쪽은 상대적으로 한적하여 내촌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막히는 일은 없기 때문.
그래서 일동은 마을 규모에 비해 상당히 시외버스의 수혜를 많이 입고 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직행인터라 내촌, 장현 등으로 가는 교통편은 많이 불편하지만,
동서울, 와수리, 사창리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중장거리 이용객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 동서울-와수리 10~30분, 사창리 30~40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포천, 의정부쪽으로는 시내버스가 어느 정도 있는지라,
의정부-송우-포천-일동-현리-청평-가평-강촌-춘천으로 이어지는 시외버스는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다.
이외에도 상봉 하루5회, 전주 하루1회 운행된다.
일동-춘천을 오가는 버스는 의정부행(송우, 포천)과 동송행(갈말, 운천)으로 나뉜다.
그래서 춘천까지 오가는 교통편은 생각보다 꽤 무난한 편이다.
안양을 경유해 인천으로 가는 버스도 하루 7회 운행하고 있으며,
동송에서 출발해 현리, 청평, 청주, 대전으로 가는 버스도 하루 5회 운행한다.
구석에 숨어있는 것 같지만 은근히 교통의 수혜을 상당히 입는 곳이다.
일동터미널의 요금표.
포천과는 다르게 깔끔하게 인쇄하여 상당히 보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그나마 단거리인 의정부로는 4,400원의 요금을 받는데,
138-5번(1,500원)이 1시간 내외로 연결해주고 있어 거의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반면 동서울은 5,700원씩이나 받음에도 직행버스인 까닭에 1시간이면 연결되고,
서울로 직접 연결되는 거의 유일한 노선이나 다름없어 상당히 인기가 좋다.
경기 북부지역의 문제점은 대체로 고속도로 연계성이 무척 약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외곽순환도로가 뚫린 고양, 의정부는 사정이 낫지만,
고속도로 자체가 연결되지 않은 포천, 가평, 전곡 등은 어딜가나 요금이 비싸다.
옆동네 청평이 3,800원, 춘천까지는 무려 7,900원을 받으며,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와수리와 동송도 각각 4,100원, 4,500원을 받으니 적잖게 부담이 된다.
일동터미널 매표소의 공간이 워낙 좁아,
맞이방(대합실)은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에 설치되어 있다.
승차장 너머에 도로와 경계선 역할을 하는 아주 조그만 공간인데,
이따금씩 기사 분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매표소 따로, 대합실 따로, 승차장 따로...
일동터미널은 굉장히 흥미로운 생김새를 보여주고 있다.
따로따로 운영되면서도 흩어져서는 서로 살아갈 수 없는 그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느낌이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첫댓글 출장중 자가차량으로 몇번 지난적 있지만 맥시멈 님의 자세한 설명과 사진을 보니 새롭군요 /항상 좋은기행기 감사드리며 건승하십시요
댓글 고맙습니다. 이기병님께서도 항상 쾌활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일동 정류장 오래간만에 보내요.... 군 생활 할때가 생각이 나네요....
일동 주변에 군부대가 정말 많긴 많더군요... 여러가지로 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저기 사진보니까 대전으로 가는 버스가 보이는데 대전발은 우등인가요? 아님 일반인가요? 조만간 한번 시승할 계획이 있어서요..//항상 좋은 시승기 감사 드립니다.
대전행의 경우 전 차량 31인석입니다. 좌석이 우등이긴 하지만 종아리받침대도 없고 앞뒤 간격도 좁은 편이죠.
일동에서 이동,도평리방면은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이득입니다. 66-1, 3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좌석버스이기 때문입니다. 138-5번은 차량이 많이 늘어서 30분 간격으로 거의 좁혀졌습니다. 660번과 660-1번이 138-5번의 틈을 메워주고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138-5번 덕분에 도평리-일동-포천-수유리 직행버스가 1년 전에 없어졌지요(4년 전 30분 간격-2년 전 1시간 간격-1년 전 완전 폐지);; 환승제의 힘은 무섭습니다. 660번, 660-1번도 원래 종점은 송우리 동남중고가 종점이었으나 3년 전 포천고등학교까지 단축되었지요;;
일동에서 내촌,장현방면으로 가자면 주민들은 주로 7번버스(일동-광능내)를 이용합니다.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그럭저럭 탈만합니다. 광능내로 가면 다양한 방면으로 환승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모쪼록 포천, 일동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도평리-일동-포천-수유리 직행차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다 순식간에 폐지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138-5번 좌석버스의 세력이 무섭게 커지긴 하나보군요. 내촌, 장현방면으로는 버스편이 그리 많지 않은 줄 알았는데 1시간 간격이라... 생각보다는 자주 운행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