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리포트] 현대판 중일전쟁
2001년 일본에 고이즈미 정권이 탄생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난 해마다 8월 15일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할 것이다."
그 때 한국에서는 극우적인 정치인이 수상이 됐다고 비판의 칼날을 번뜩였고,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고이즈미 수상의 중국 공식 방문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돼
버렸다. 사사건건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외교적인 문제까지 부딪치지 않는
것이 없다. 오죽했으면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 입에서 '현대판 중일전쟁'이 시작
됐다고 했을까.
지난 4일자 아사히신문 경제면은, 도요타자동차 광고 사진과 문구가 중국인을
매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중국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사실 도요타자동차는 3일 '1급소형자동차정비사기능검정' 시험문제지 유출 사건
으로, 사장과 임원진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4시간도 안된 상태
였다.
그런데 이튿날 다시 중국에서의 광고문제가 터졌다.
중국인들이 문제삼은 것은 자동차 월간지와 신문에 게재된 두 종류의 도요타
광고 내용.
하나는 다리 난간에 있는 두 마리의 돌 사자상이 도요타자동차를 향해 경례를
붙이면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장면.
그런데 이 광고가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왜냐하면 다리의 모양이 중일전쟁의 발단이 됐던 노교구와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 게다가 사자상은 옛부터 중국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의미였다.
그런 사자상에게 도요타자동차를 향해 경례를 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존경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외치게 했으니 중국인들이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의 광고는, 도요타자동차가 덜컹거리는 낡은 트럭을 끌고
눈 덮인 언덕길을 올라가는 장면. 그런데 이 장면도 중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도요타자동차가 끌고 가는 낡은 트럭이 사실은 중국인민해방군 트럭과 똑같았던 것.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일부 중국인들이 인터넷에 광고사진과 함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도요타자동차가 중국인을 매도했다고 비판하자 다른 중국인들
까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것이다. 급기야 중국 정부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
까지 광고를 제작한 회사를 불러 제작의도와 제작목적, 제작경위를 묻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도요타 중국사무소 측은 즉시 "기분 나쁜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해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중국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잖아도 그동안 일본인들은 중국 안팎에서 크고 작은 잡음을 많이 일으켰다.
아직도 중국인의 뇌리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본기업의 사원여행 집단매춘,
일본유학생에 의한 대학축제에서의 음란무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중국인 비하발언과 범죄인 취급, 가나가와 현 지사의 "중국인 유학생은 모두
좀도둑"이라는 망언 등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일이
사실은 지난 주에 있었다.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일본 법무성이 중국유학생들의 비자신청 90% 이상을
거부한 것. 이는 중국과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중국인 앞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반성하는 척 했던
일본이, '비자'라는 무기로 단 한번에 복수를 한 것.
따라서 비록 이번에는 도요타자동차 광고 문제로 중국인의 분노가 일부 표출
됐지만, 앞으로 어떤 문제로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지 궁금하다.
일부 중국유학생들의 말처럼 이미 '현대판 중일전쟁'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yoo jae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