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토요일인 만큼 한가하게 앉아 있다보니, 작년에 귀주성의 성도 귀양시에
소재한 한국독자기업에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의 일들이 떠올라서 몇글자
적어 봅니다.
광주 백운공항에서 출발하여 1시간 반이 지나니 비행기가 착륙하기 시작하는데,
밥공기를 엎어 놓은 듯한 산들이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양 독립적으로
봉긋 봉긋 솟은 광경이 펼쳐지더군요.
더욱 신기한 것은 귀양공항 조차도 그 유방닮은 산들중 어느 하나의
정상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산을 끼고 도는 고속도로를 한 반시간가량
내려 달리고 나서야 귀양시의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귀양을 山林之城 즉,산림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를 단박에 알 것같았습니다.
또 한가지 貴陽이 왜 貴陽이냐 하면 太陽이 貴해서 라고 하던데
정말로 기후는 대단히 좋은 편이 었지만 몇 주씩이나 해를 보지 못할 만큼
구름낀 날씨가 계속되곤 했었습니다.
귀양시내를 둘러 보면서 좀 특별하다고 느낀점은 소수민족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귀주성은 인구 3,700만명중 60%가 한족이고
40%가 소수민족으로서 전중국 소수민족중 12% 가 귀주성에 소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귀양시는 인구 120만 정도로 중국의 성도치고는 무척 작은 도시였는데,
시정부 관계자들은 말끝마다 서부대개발의 중심부임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제 생각으로는 개발의 중심에서는 약간 비켜선 주변도시 정도 쯤
되는 것같았습니다.
하지만 소비의식은 대단히 발달하여 중심부에 위치한 KFC는
새벽 1시까지 성황을 이룰만큼 장사가 잘되어
오픈 몇 개월만에 단지 100 미터 떨어진 곳에 2호점을 내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조선족이 사장이라는 식당에서 삼겹살을 시켰더니
고기위에 참기름을 발라 나오더라고요....
좀 있다가 김치가 나왔는데 고추가루와 배추가 완전히 따로 노는
겉저리 정도였고 된장이나 고추장은 없었으며 이상한 양념장에
삼겹살을 찍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사는 왜 그리도 잘되던지...... 제대로된 한국식당 하나 차리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즉,귀양은 변변한 한국식당 하나 없는 도시로서 귀양대학에 2십여명의
어학연수생이 있었고 한국기업은 제가 근무한 회사와 자동차 부품 한중합자회사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성급 혹은 시급 행사에서 사장님과 저를 많이 초청했고
저는 중국말을 료우리?하게 할 줄 아는 한국사람으로서
많은 정부고위관계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중에는 귀주성 여행국 국장이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초청을 받아
그의 아파트에 들어 서는 순간 "왠? 일본풍".......온통 일본풍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더라고요.....여행국 국장은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일본통이었고 일본관광객유치에 혁혁한 공헌을 하여 그 자리까지 올랐다고
하면서 한국관광객 유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귀주성은 전 성전체가 공원일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관광객이 연 2만명을 헤아린다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黃果樹폭포인데요.... 아시아 최대인 낙폭 90 미터의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폭포 중간에 석류동굴이 발굴되어 폭포의 안쪽에서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모택동이 공산당의 주도권을 잡은 그 유명한 준의회의의 개최지 준의시도
귀주성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의 전통이 살아 있는 관광지가 개발되는 等
귀주성 정부는 관광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행국장에게 한국관광객유치를 위한 방안으로 한국에 직접
마케팅을 하겠다는 그의 생각 보다는 우선 중국주재 한국인 25만명을 대상으로
귀주를 알리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고 조언하였습니다.
중국의 명주인 마오타이를 마시면서 여행국장은
마오타이주는 귀양의 마오타이촌에서 나오는데 창고를 빠져 나오는 순간
부터 가짜가 되어 버릴 만큼 가짜가 많다고 소개하면서,
술김에서인지 한국관광객 유치사업을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즉, 국제 여행업무를 할 수 있는 여행사를 차리려면 인민폐 6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하는 데, 보증금을 귀주성에서 지원하겠다는 그런
취지로 말을 꺼내서......저는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인 만큼...
그냥 조언정도만 하겠다고 받아 넘겼습니다.
기억에 남는 또 한사람이 있는데요.....저는 그를 귀주성 공관협회에서
알게 되었고, 그는 자신이 29살의 젊은 나이에 백운구의 부구장에 오를 만큼
官界에서 고속승진하다가 돈을 벌어야 겠다고 결심하고, 자진 퇴직한 후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말합디다.
그래서 저는 중국사회에서 돈을 벌려면 官界에 있는 게 유리할 텐데....라고
믿기지 않는 듯 대꾸하였더니, 그는 공무원은 봉사를 하는 자리이지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는 것이 正道라고 힘주어 말하더군요.
실제로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철도 공사를 주로하는 제법 큰 건축회사의
동사장으로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었고,
정말로 눈에 확들어 올 정도로 이쁜 시아오미(情婦)를 곁에 두고 있더라고요...
현재 귀양시는 20년 개발계획으로 귀양시만한 신도시를 하나 더 세우기
위하여 근교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발전일로에 있는데,
서부대개발의 정책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있어 은행 출신의 로비스트들이
정책자금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다는 말도 돌더군요....
더우기 심천 혹은 상해 부자들과 홍콩자본이 유입되어 발전의 희망이
막 궤도에 오른 형국입니다.
근데 정말 기특한 것은 위대한 한국인은 그곳 귀양에도 예외없이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이뚠이라는 4성급호텔은 홍콩사람이 오너이고, 그 친구인 한국사람이
가라오케에 투자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경영은 홍콩인 총경리가 대행 하고 있었고 아무튼 저는 반년동안 그곳을 많이
다녔지만 한국 주인어르신네를 뵌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총경리가 하는 말에 따르면 호텔이 오픈될 때 한번 딱 오셨고
거의 경영의 일체를 자신이 대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한국 주인어르신이 대행권을 홍콩사람에게 맡기는 대신,
"나에게 경영 할 기회를 주시면 정말 잘 할 자신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가라오케의 생명은 시아오지에의 풍부한 소싱능력인데
제가 볼 때 4성급 호텔 가라오케라 가격만 무지 비쌀 뿐 그럴싸한 애들을 한명도
건지지 못했거든요.
즉, 한국 사장님이 부재중이어서 그런지 호텔 전체의 비즈니스에만 비중을
두다보니 가라오케의 영업 개선 노력를 일부로 게을리 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더라고요......... 원래 고급호텔일 수록 가라오케는 장사가
너무 잘 되서는 안되는 법입니다.
그래서 고급호텔에는 유명한 가라오케가 별로 없지요.
그리고 귀양의 아낙네들은 손뜨게질을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저는 그들이 뜨게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더불어 너무나 싼 귀양의 임금 수준을
생각하면서, 니트류의 순수 수공제품을 여기서 만들어서 사업화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깐 스치듯이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이젠 어쩌면 중국에서 값싼 임금이 중요한 공임 따먹기 아이템은...대표적으로
아직도 광동성에서 힘들게 공임을 따먹고 있는 봉제공장같은 아이템들은
동부연안 지방이 아니라 서부내륙으로 더 들어 갔을 때라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절이 곧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만 제가 중국 서부내륙지방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들 내륙노동자들의 근로의식입니다.
임금은 무척 싼 편이지만, 노동의 생산성은 동부연안지방의 노동자들 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즉, 뭐 촌구석이니까 순수하겠지 생각한다면 정말 천만의 말씀입니다요....
근로의식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도 않으면서 까지기는 어찌 그리 까졌는지
영악하기 그지 없더라고요.
아마 중국인들은 잘 살거나 못 살거나 돈앞에서는 다들 그렇게 영악한가 봅니다.
귀주성은 안휘성과 더불어 중국에서도 못살기로 아주 유명한 동네이고,
사실 돈이 없는 동네일 수록 돈에 대하여 악착스럽기 마련이지요.
아무튼 이젠 중국의 서부도 열리고 있고, 그에 발맞추어
한국사람들도 조금씩 서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슨 기회의 땅이라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그 누군가에게는 분명 좋은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다시 광동성으로 돌아와 떨어져 있지만 멀리서나마,
제대로 된 한국음식점 하나 없는 벽지에서 분투하시는
회사 동료 한국인 여러분의 건승을 지면을 통하여 간절히 기원합니다.
고생하시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