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데이비스의 <조용한 열정>
19세기 미국의 한 청교도 가문에서 태어난 여인이 있었다. 그녀(그)는 60이 채 못 되는 삶을 외부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단절한 채 몇몇 친구와 친지, 그리고 가족들만의 폐쇄된 공간에만 머물렀다. 그것은 그의 개인적 성향의 결과이겠지만 시대의 억압이기도 했고 독립되고 개성적인 여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보수성’이 더 큰 이유였다. 그는 종교적 관행에 저항하여 신학교를 자퇴했고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질서에 수용되길 거부함으써 세상으로의 걸음을 스스로 중단시켰던 것이다.
그의 지루한 일상을 구원한 것은 새벽마다 그에게 허용된 ‘시를 쓰는 시간’이었다. 대부분 단문으로 기록된 그의 시는 개인적 고통과 아픔이 시대적 상황과 결합되어 표현되어 있다. 시 쓰는 행위만이 그의 존재를 지속시켜 주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었듯 몇 번의 인간적 단절과 이별은 그를 더욱 폐쇄적으로 변화시켜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한 남자와의 만남도 거부하였다.
그는 1500편 가까운 시를 썼지만 발표된 것은 6편에 불과했고 그것도 익명이었다.19세기 억압되고 폐쇄된 남성 중심사회에서 그녀의 저항은 ‘내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제한된 경험을 넘어 그는 자신만의 시세계를 완성했다. 그것은 ‘조용한 열정’의 소산이었다.
모든 문학작품을 환경의 영향으로 생각할 순 없지만 그의 작품을 시대와 분리해서 이해할 순 없다. 그는 죽으면서 남긴 시를 모두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의 동생은 그것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녀(그)의 이름은 애밀리 디킨슨(1830-1886)이다.
* 최근 여성을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계열의 영화가 많이 개봉되고 있다. 이 영화는 2017년 개봉되었지만 오천 명도 되지 않는 관객만이 보았다고 한다.
* 영화를 끝난 후 시인 ‘오은’의 강연이 있었다. 시인은 애밀리의 시세계를 다음 화면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댓글 - 고독하지 않은 시인은 없다. 고독 속에서의 자기 연민이 시를 탄생시킨다. 세상 모든 것이 잠들었을 때, 홀로 깨어있는 시간! 시인의 몸짓은 시로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