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많은 양의 비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옹벽 곳곳에 금이 가고 일부 구간은 기울어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 소태동 대아아파트 주민들이 옹벽 붕괴위험에 수년간 시달리고 있다. 주민들은 옹벽 위에 만들어진 도로에 차량통행이 늘면서 도로 한켠에 콘크리트 인도를 만들면서 아파트 옹벽에 차량 하중과 진동이 가해져 붕괴의 위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29일 오후 동구 소태동 대아아파트 102동 옹벽. 20여년 전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는 96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옹벽 밑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곳 옹벽에는 균열진전 여부를 확인하는 균열진행측정기 5개가 설치돼 있으며, 옹벽 일부에서는 배부름 현상을 보였다. 여기에 적벽돌로 증축한 옹벽 일부는 지반침하로 접착력이 약해진 부분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일부 구간에서 접착제가 뜯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 날 취재진이 옹벽균열 현장을 돌아보며 배부름 현상을 보인 구간의 접착제를 손으로 뜯어보자 쉽게 뜯겨졌다. 문제가 되는 옹벽은 6m 길이의 지원로 42번길이 뚫리기 전까지는 콘크리트로 계단식으로 쌓아 올렸다. 그러나 옹벽배면에 길이 뚫리면서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옹벽 위에 적벽돌로 3m 이상의 옹벽을 쌓아 올렸다. 그러나 도로통행량이 늘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폭 80㎝ 콘크리트 인도를 개설하면서 차량 하중과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적벽돌로 쌓아 놓은 부분에 균열이 발생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벽이 기울어지는 등 현상이 발생했다. 대아아파트 102동 입주자회는 지난해 1월과 2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도로 옹벽 붕괴위험에 대한 민원을 신청했다. 이에 동구는 지난해 6월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시설물 안전점검을 의뢰했다. 안전점검 결과 적벽돌로 축조된 옹벽구간에서 비구조적 균열이 발생했으며, 옹벽배면 콘크리트 보행로 침하에 의한 미세한 전후방향 단차가 발생한 상태로 주의관찰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옹벽 종점부에서 우천 시 배수구멍을 통해 많은 양의 지하수가 유출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로 배수망을 확인해 유출경로를 파악하고 관 내부조사를 실시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토록 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유지관리를 위해 지난해 6월 적벽돌로 쌓아 올린 옹벽구간 균열부위에 균열진행측정기를 설치해 균열진전 여부를 확인하고 진행성 균열이 확인될 경우 신속하게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고 동구청에 건의했다. 주민 최 모씨는 “붕괴 우려에 비만 내리면 주민들이 옹벽 일부를 순찰하며 지하수가 쏟아지는 배수구와 균열부위를 유심히 지켜본다”며 “2년 전에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아파트 일 같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박대현 동구의회 의원은 “주민들의 민원이 구청 건설방제과 등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파트 옹벽이 공동주택의 부대시설에 포함돼 관리주체가 아파트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구청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