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가 이른 아침의 창문을 통해서 감지되었을 때 차라리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매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역시 날씨였다. 아파트 앞 도로에 정차되어있는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한 시간은 9시가 넘어서였다. 샌드위치 휴일인 7일을 농번기 휴가로 정하고 아이들은 하루 동안 임시휴교를 했고 그 것을 이용해서 교직원이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인데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삼일을 연거푸 쉬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나 아니면 가정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는 지방도를 지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지나 서울로 달렸다. 도로 옆에는 모내기를 한 논이 바둑판처럼 정열이 되어있었고 물을 가둔 논에 초록이 떼 지어 피어오르는 모습에서 여름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지나 김포공항에 닿은 것은 출발시간 한 시간 전이었다. 국제선과는 달리 수속이 그리 복잡하지 않기에 삼층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육계장과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고 잠시 기다리다가 가이드로부터 항공기 표를 받았다. 제주행 김포 발 OZ 8931편이었고 수속을 마치고 15번 게이트로 향했다. 중간에 공항에 설치되어있는 컴퓨터를 보고 잠시 인터넷 연결을 하고 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들어가서 잠시 글을 남겼다. 공항에 컴퓨터를 설치해놓고 여행객들에게 잠시 동안의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설치되어있는 컴퓨터마다 잠시 동안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검색을 한 후 일행들과 함께 탑승 구를 따라서 기네에 들어가니 승무원이 미소를 우리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입구에 놓여있는 신문을 하나 집어 들고 내 자리를 찾았다. 자리는 38A로 창문 바로 옆이었으나 비행기의 뒷부분이었다. 비행기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시 후 활주로로 나가서 잠시 동안의 준비동작이 있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늘로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나는 아득함을 느꼈다.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탄 것도 바로 십 여 년 전에 제주도에 갈 때 였고 그 때는 대한항공을 이용했었다. 하늘로 수직상승을 하였고 잠시 후 본 항로에 접어들 때 까지 기체가 조금 흔들리는 동작이 있었다. 비행기가 안정되자 승무원들이 음료수 서빙을 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원두커피 향이 나의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수 천 미터의 상공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기분을 상승하도록 만들었다. 몇 년 전 싱가포르 항공에서 마셨던 커피가 원두를 너무 많이 볶아서 탄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늘은 적당한 향기와 맛을 품고 있어서 커피 맛이 무척 좋았다. 하늘을 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창을 가진 카페는 아니고 비록 아주 좁은 창이지만 그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구름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도 무척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내가 제주도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었다. 처음 제주도에 간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를 기다리던 해였다. 어느 날 K라는 친구가 나의 집에 와서 무조건 바람을 씌러가자는 말을 했다. 항상 엉뚱한 짓을 하여 나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 서로 잘 어울렸다. 2월 초 녀석이 우리 집에 배낭을 하나 메고 왔다.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해서 나는 칠갑산이나 계룡산을 가리라고 생각하고 어머니께 용돈을 받아 집을 나섰다. 2월 초였기 때문에 추위가 아직까지 우리를 괴롭게 만들었다. 우리는 버스에 탔고 친구는 차표를 대전까지 끊었다. 놀라는 나에게 그는 제주도에 가자는 제안을 하였다. 정말로 도깨비 같은 친구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우리는 서대전까지 갔고 야간열차를 이용해 목포로 향했다. 우리들의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분식을(여행이 끝난 후 몇 달 동안은 분식을 먹지 않았다) 주식으로 했다. 목포에서 도라지호를 타고 제주로 향하는데 뱃멀미가 나서 혼났다. 12시간 만에 제주항에 도착하여 여인숙에 묵었는데 우리들이 충분한 여행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몸을 씻고 마당의 빨래 줄에 있는 수건을 발견하고 즐거움에 그 수건으로 발을 닦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옆방의 문이 열리며 노랑머리가 나타나 수건을 찾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문을 꼭 닫고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잠을 자는 척 했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다고 생각을 하고 수건을 빨래 줄에 돌려놓으려 할 때 여인숙 주인이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우리들을 보고 말했다.
첫댓글 부럽네요....정말 좋은 여행을 하셨어요...우리 문협도 조만간 여행 한번 가야겠죠....문학기행이라고 하죠..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