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의 홍콩방문을 한마디로 결산하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도시가 펼쳐보인 윈윈게임이었다. 기업가 출신의 둥지앤화(董建華) 홍콩행정수반과 차세대 국가지도자로 주목받는 상하이의 젊은 시장(49)은 지난 27일 마주 앉아 8개 항의 경제협력과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홍콩공항관리국과 상하이공항이 항공물류 건설과 관리분야에 협력하기로 했고 항구와 해상화물운송대리 등 해상물류 협력기반도 갖추어졌다. 홍콩 물류기업이 투자형식에 상관없이 상하이에서 화물운송과 창고, 정보서비스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이 특히 눈길을 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관련해 홍콩기업들은 SOC, 설계, 광고,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참여를 보장받았다. 또, 홍콩기업들은 상하이에 독자로 소매유통업과 무역업, 호텔 경영의 길이 열리게 됐다.
상하이가 거둬들인 수확도 만만치 않다. 홍콩과 증권, 선물, 은행 등 금융분야 인력교류를 강화하기로 해 취약한 금융인프라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자격을 갖춘 상하이의 금융기관들이 홍콩의 중소 금융기관을 인수합병할 수도 있게 됐다. 이 밖에, 상하이에 와서 취업하려는 고급 전문인력을 지원하는 자문센터가 홍콩에 세워지게 됐다.
상하이와 홍콩의 8대 경제협력과제 : 분야별 주요 합의사항
공항건설, 관리
▷홍콩공항관리국-상하이공항 협력의향서 체결
항만건설, 관리
▷항구, 물류, 창고, 화물운송대리 등 협력
상하이엑스포
▷홍콩기업의 참여(융자, SOC, 설계, 법률, 통신, 지재권, 광고, 기념품 판매 등)
관광
▷관광업무협력 연례화 및 관광상품 개발 추진
▷홍콩을 통한 상하이의 국제관광시장 개척 추진
▷홍콩기업의 상하이내 호텔, 식당 등 독자(또는 합자)경영
▷홍콩 크루즈 선박회사 상하이진출 고려, 홍콩 및 상하이 중계 노선개발 추진
투자, 유통
▷홍콩기업의 상하이 소매유통업/무역업 독자(또는 합자) 진출
▷상하이시 기업의 홍콩내 지역본부(또는 국제업무관리센터) 설립
교육, 위생, 스포츠 등
▷고등교육분야 교류협력 확대
▷의학분야(관리, 연구, 중의약품 기술, 지재권) 교류협력 확대
▷스포츠산업 교류협력 강화
금융서비스
▷증권, 선물, 은행, 보험, 회계서비스 등 전문인력 교류강화
▷홍콩 금융기관의 상하이진출 확대 및 상하이 금융기관의 홍콩 중소 금융기관 인수합병 지지
전문인력 교류
▷법률서비스분야 인적교류협력 추진
▷상하이내 홍콩 전문인력 자문서비스기구 설립
▷상하이 취업희망 전문인력을 위한 자문서비스센터 홍콩에 설립
▷홍콩-상하이 중소기업 인력교류훈련 확대
이로써 아시아 허브(hub) 선수권을 놓고 방어냐 도전이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대로만 알았던 두 도시는 협력의 손을 잡게됐다. 마치 거대 다국적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를 보는 듯 하다.
상하이와 홍콩의 이번 윈윈게임은 우리에게 한가지 분명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상하이 경제의 급부상을 보면서 홍콩과 상하이의 우열비교에 몰두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이제 중국의 중심은 상하이라는 온건한 주장에서부터 심지어 홍콩의 역할은 이미 끝났다는 등의 극단적 논리도 가세했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무대인 중국을 놓고 우리가 흑백논리에 빠져있는 동안 막상 당사자들은 협력을 통한 재도약(홍콩)과 성장(상하이)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급변하는 중국진출의 첫 걸음은 상품개발이 아니다. 마케팅전략 수립도 아니다. 바로 인식의 전환이다. 중국시장 진출에 관한한 흑백논리를 하루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시장의 홍콩방문 기간 중에는 우리가 주목해야할 여러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번 방문은 결코 쇼가 아니다.”
<한정 상하이 시장, 홍콩방문을 마치고 8개 항의 협력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었음을 강조하며>
“중국은 거대규모의 경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대도시를 여러 개 가질 수 있다.”
<陳啓宗 홍콩 恒隆그룹 회장, 상하이의 홍콩 대체론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