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상 『세상을 광고합니다』-어느 카피리이터가 은퇴하고 쓴 카피
세상엔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 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힘겹고, 혼자만 간직하기 버거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 앞에서 동물적으로 펜과 종이를 꺼내드는 사람들을 우리는 작가라고 부르지요. 카피라이터란 직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소리와 풍경도 덤덤히 흘려버리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아예 우뚝 멈춰 섭니다. 급기야 손나팔을 만들고 소리칩니다. 이리와서 이것 좀 보라고, 여기와서 함께 귀기울여 보자고, 이 책에 실린 들들을 먼지 읽으며 몇 번이나, 혼자 손뼉을 치고 무릎을 두드렸습니다. 혼자 읽기 아까워서! 저는 이제부터 유제상 씨를 작가라고 부를 참입니다.
-윤제림(시인) 표4 중에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가까이 혹은 멀리 여행 떠나는 당신의 가방에 꼭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읽어야 하는
이유
늙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유산소 운동을 해야한다고
그러니 헬스라도 다녀야 한다고
가족들은 성화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늙어 보이지 않으려면
염색이라도 좀 하라고, 그것만으로도
몇 년은 젊어 보일 거라고
주변에서 권하지만 내키지 않습니다.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그저 틈틈이 걷는 일과
꾸준히 읽는 일이 전부인 내게
박완서 선생의 이 말이 크게
위로가 되는 요즘입니다.
그러니 게으른 나도
열심히 읽을 수밖에요.
-125-126 쪽
누구나에게나 있는
그 병
대학 친구 정경수와 평일 아침마다
시 한두 편씩을 주고받으며
시 얘기로 하루를 연 지가 꽤 되었습니다.
나이들어서 매일 하는
즐거운 숙제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엊그제는 김기택의 시
<모녀>를 올렸는데 잠시 후 답이 왓습니다.
“지난번에 한 번 올렸던 시.”
아차 싶었지만, 뭐 괜찮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글을 읽은 뒤로는
이 증세가 무엇인지 우린 서로 알고 있거든요.
바로 ‘문학의 건망증’
쥐스킨트의 이 인상적인 단편은
읽은 책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는 건망증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는 흔하고 평범한
증상이라는 걸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더불어 큰 안도감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우리도 평범한 사림임을 자각하고
이것은 ‘유익한 건망증’이라고 서로 위로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무렇지 않게
같은 증상을 반복합니다.
-128-129 쪽
#유제상_글_세상을_광고_합니다
#깊은샘_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