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움직여요
송 인 현
극단 민들레 대표
어린이들과 함께, 혹은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준비하는 회원들에게 그림자극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드리고자 한다. 그림자극에는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그림자극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OHP를 이용한 그림자극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림자극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아름다운 작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렬만 있다면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책 속 인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 동안 빛그림을 갖고 책과 연관된 행사를 한 단체가 많았다. 책에서만 보던 이미지가 커다랗게 벽에 비춰질 때 아이들은 환성을 지른다. 그런데 그 책에서 만났던 인물(동물)들이 움직인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클까? 답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상이 갈 것이다. 그것도 엄마가 직접 만들어서 보여준다면 그림책에 인물들이 훨씬 살아서 아이에게 남게 될 것이다.
그림자놀이는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데서부터 우리는 그림자놀이를 즐겨왔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서로 그림자밟기 놀이를 한다. 집안에서도 불빛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 누가 들어오는 지 금방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림자는 우리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아주 친숙한 것이다. 요즈음은 형광등 밑에서 그림자극 놀이를 하기가 어렵지만 등잔불을 켜고 지내던 세대나 백열등을 켜고 살던 세대는 문에 비춰진 그림자를 비추면서 개나 새, 그 밖의 다양한 물체를 만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빛을 밝기나 빛과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아주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OHP를 이용한 그림자극 만들기
OHP그림자극은 중국 그림자극의 전통을 현대 기기를 통해서 쉽게 만드는 작업이다. 중국 그림자극은 그림자판을 만들어 그 판(그림)을 막에 대고 뒤에서 불을 비춰 그 불빛을 통해서 막에 나타나는 상으로 그림자극을 한다. 그렇지만 OHP그림자극은 OHP기기 위에 OHP필림을 놓고서 거기서 나타나는 상을 이용하여 그림자극을 만든다. 물론 원시불빛이 아닌 전구를 사용한 불이기 때문에 생명력은 떨어지지만 편리성이나 안전성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의욕만 있다면)그림자극을 만들고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중국 그림자극은 원하는 크기를 만들어야하지만 OHP그림자극은 OHP판을 넘지 않고도 얼마든지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원하는 그림을 확대 축소하여 OHP필림에 옮기면 다양한 크기의 그림자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책에 있는 배경이나 인물들을 그대로 OHP필림에 그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물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관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절만 만들 수 있다면 그림자극을 시작할 수 있다. 관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책에 나온 인물 가운데 가장 움직이기 쉬운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이야기 이야기”라는 책 속에 나오는 노인은 관절을 만들기 아주 쉽게 되어있다. 사람의 경우는 몸통과 어깨를 분리하여 몸통과 어깨를 연결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몸통과 어깨가 겹치는 부분을 만들어서 바늘로 구멍을 내고 낚시줄로 고정을 시킨다. 낚시줄로 고정을 시키는 방법만 알게 되면 그림자극 만들기는 90%를 완성한 것이다. 낚시줄은 굵은 바늘과 비슷한 굵기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너무 얇으면 관절 역할을 충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낚시줄을 약 1㎝가량 잘라서 한 쪽을 라이터 불로 지진다. 그리고 관절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바늘구멍에 낚시줄을 넣고 짧게 짤라내고 나머지 부분을 다시 같은 방법으로 불로 지져서 고정을 시킨다. 처음에는 라이터 불이 OHP필림을 태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쉽게 익힐 수 있다. 이 때, 라이터는 일반형보다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주둥이가 긴 라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사용하기 편하다.
이제 움직이려면 조정막대기가 필요하겠죠? 얇은 아크릴 판을 이용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연결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크릴 판은 구하기도 어렵고 아크릴 판에 구멍을 뚫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건 광명 동화모임에서 개발한 방법인데, OHP 필림을 3장정도 코팅을 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사용한다. 그럼 어느 정도 강도가 생겨서 훌륭한 조정막대가 된다. 무엇보다 바늘로 쉽게 구멍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연결하기 훨씬 수월하다.
앗! 그림을 모두 만들었는데 OHP 기계 위에 올려놓으니 균형이 안맞는다구? 이것 큰일이네. 모든 인물들이 같은 비율로 그려져야 할텐데 그림책엔 그렇게 되어있질 않다. 먼저 그림자극을 비출 수 있는 OHP 기계의 판보다 큰 그림을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그 판에 한 인물만 만들어서 보여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인물들을 수를 고려하여 인물의 기본 크기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원하는 크기의 그림이 없다고? 그럴 경우 다시 문명이 이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확대복사 축소복사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인물을 확대하거나 축소를 해서 원하는 크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비춰놓고보니 사각으로 끊어지는 그림자판이 너무 마음에 안든다면? 그럴 땐 기본 판을 원으로 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경을 원으로 만들 경우 인물들이 이동을 할 때 아주 수월하다. 그림자극은 허상을 이용한 환상이기 때문에 극중 인물이 꼭 옆으로만 나가란 법은 없습니다. 하늘로 사라질 수도 있죠.
이제 그림책을 읽어가면서 연출을 해볼까? 아, 이거 책을 읽고 그림을 맞추다보니 1분도 안되서 끝나버리네. 힘들여 준비한 인물들이 급하게 이야기를 쫓다가 끝나버린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그건 그림자극을 조정하는 사람이 이미 예술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자극을 조정하는 순간 이제 당신도 예술가가 된 것이다. 기계적으로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극중 인물이 생명을 갖고 움직일 수 있도록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배경음악을 만들어서 음악과 함께 움직임다면 금상첨화라고 하나?
자, 그림자극을 만들 판의 한계를 생각하시고 같은 이야기라도 과정을 살아 움직여봅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생명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그림책 고르기
어떤 그림책이든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관절을 만들
기 쉬운 그림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훨 훨 간다”같은 책은 얼굴과 몸체가 붙어있어 인물
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익숙해진 다음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사람은 두 손 이상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두 개 이상의 봉을 움직여서 표현
할 수는 없다. 두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계를 정하기
그림책의 전 장면을 다 넣겠다는 생각은 되도록 접는 것이 좋다.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적당한 장면을 배치하고 이야기를 다시 구성한다.
그러나 한계를 연출적인 기법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비율 정하기
먼저 OHP 판을 살핀다.
OHP 기기 위에 원하고자하는 배경이나 인물을 얼마만한 크기로 올려놓을 것인지 를 정한다.
인물이나 배경을 확대, 축소 복사하여 다양한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배경 만들기
빈 화면에 인물들만 움직이는 것보다는 배경이 있으면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다고 장면마다 배경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 전체를 담아낼 수 있 는 배경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경이 너무 탁하거나 전체를 지배하는 것도 곤란하다. 전체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을 따오거나 장면마다 적당한 연출 기법을 활용 할 수도 있다.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 배경은 원형으로 만드는 것이 활용하기 편하다.
인물 만들기
인물을 움직이는 사람은 두 개의 손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절 을 만들어야 한다
배경과 어울릴 수 있는 비율을 다시 정하고 그림을 그린다.
자르고 채색하기
OHP필림 위에 그림을 그리고 가위나 칼로 자른다
채색을 한다
유성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스텐드그라스 물감을 사용할 수도 있다 - 면봉등을 사용하여 핀다
그 밖에 빛을 투과하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다.
관절연결하기
낚시줄을 이용하여 관절을 연결한다.
낚시줄을 약 1cm 정도 잘라한 한 쪽을 라이터로 지진다.
바늘로 구멍을 뚫고 낚시줄을 넣는다
1mm 정도 남기고 잘라낸다
위에 나온 부분을 다시 라이터로 지져서 필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낚시줄은 바늘 두께보다 약간 얇은 힘줄처럼 단단한 것을 사용한다.
너무 얇은 것은 관절을 지탱하지 못한다
관절을 연결할 때는 반드시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두 사람이 움직인다면 4개의 관절도 가능하겠지만 되도록 두 개의 관절을 만 드는 것이 좋다.
라이터는 일반형보다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코가 긴 것이 좋다
연출하기
털이나 끈을 이용해서도 원하는 배경을 만들 수 있다.
너무 빨리 움직이면 그림이 흔들린다
정지 동작을 적당하게 사용한다
조정막대를 잘 활용하여 그림에 생명을 넣는다
준비물
OHP 기기 (환등기의 경우 유리판을 함께 준비)
OHP 필림 - 문방구에서 한 묶음을 사면 10개조 이상이 활용할 수 있다
낚시줄
바늘 (이불 꿰매는 굵은 것)
칼, 가위
유성펜
스테인드글라스 물감
검정도화지 - 약간 딱딱한 것
라이터
밑그림을 그릴 종이
연필 등
스카치테이프
잔털이 많은 털실
빛이 투과하는 비닐끈
빛이 투과되는 각종 끈이나 물건들
젤라틴 - 셀로판지
그림책
관절을 만들기 용이한 책
여우누이, 이야기 이야기, 물고기는 물고기야
어려운 책
훨 훨 간다, 커다란 순무
만드는 순서
종이로 적당한 밑그림을 그린다. 전체적인 연출 플랜을 작성한다.
그림책 위에 OHP 필림을 놓고 유성펜으로 그림을 딴다.
적당한 크기로 축소 혹은 확대를 한다.
다시 OHP 필림에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한다. - 관절을 분리할 것
관절과 관절을 움직이는 봉을 붙인다.
OHP 기기에 비추면서 움직여본다.
봉을 활용하여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야기 만들기
그림자극을 만들면서 책만 읽는다면 너무 허망할 것이다.
정성들여 만든 그림이 금방 지나가게 될 테니.
그림이 움직일 때 감정에 따라 말을 한다. 물론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길을 잃어서 는 안된다. 하지만 적당한 이탈은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게 된다.
예의
그림자극을 상업적으로 활용을 할 때는 반드시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규모가 있는 문화행사의 경우 상업적인 경우가 아니라하더라도 허락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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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림자극 워크샵 재미있고 뜻깊었던 것 같아요. 강숙 회장님이 북두칠성에서 작품하나 해보라고 하셨쟎아요. 우리 북두칠성 모둠에서 다들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운영회의 하실때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셔서 뜻도 모으시고 이그림자극은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규정하시고 구체적으로 문서화 시켜서 보관하시고 회원들도 충분히 숙지하시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제안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에서도 검토중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