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뫼산악회의 올해 마지막 산행을 가는 날이다.
연말이라 그런지 경조사 참석이며, 김장담그기를 한다고 불참한 회원들이 더러는 있다. 그래도 20여명이나 참석하였으니 그런대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차창밖을 내다보기도 하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당연히 맛있는 음식들도 나누어 먹는다.
우리가 가고자하는 오봉산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위치하고 있다. 산은 300여m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아기자기 하고, 특히 40개가 넘는 돌탑을 쌓아두었는데 지난해 가서 보았더니 정말 누가 쌓았는지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뒤에 안일이지만 군청에서 지역민 중 솜씨가 뛰어난 사람에게 의뢰하여 4년이 넘게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득량이라!
득량면의 득량이란 명칭은 양식을 얻는다는 뜻이라는데 등산로 입구의 들녘은 오래전에 바다를 매립하였는지 정말 넓었다. 이곳에서 많은 곡식을 생산해 내어 득량이라고 불리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 그리고 삶,
득량과 오봉산.
정말 이곳 사람들의 삶은 여유로워 보인다. 넓은 들판, 그리고 바다를 인접하고 있어 모든 먹을거리가 풍족할 것 같고, 아름다운 산이 있어 이곳의 사람들은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다.
이곳은 마을 입구이기도하고 이곳에서부터 우리들의 산행은 시작된다. 동네는 조그만하고 조용하기도 하다.
기온이 비교적 따뜻한 곳이라 겨울철인데도 시금치 등 채소가 파랗게 자라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눈에 띄질 않았다. 이산엔 편백나무도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것만 같았다.
시금치, 마늘 그리고 아직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자라고 있었다. 겨울철 햇살을 잘 받은 시금치는 양념을 하여 무쳐먹으면 그 맛이 달아 먹음직스럽기 마련이다.
등산을 하며 풍요로운 들판을 내려다 보았다. 왜 여기를 득량이라 부르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한없이 넓은 늘판과 그 끝자락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사람들의 마음도 무던히나 평온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에는 진달래가 핀 5월에 이곳을 왔었었는데 정말 한폭의 그림 같았었다. 지금은 추수가 모두 끝나 조금은 을씨년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산에는 각종 약초나무들이 많았다. 이름을 알수 없지만 귀한 약재들이다. 나는 약초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게 쉽지는 않다고 하였다. 책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산천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의지가 부족하다고도 말해야...
산에는 진달래도 피어났고, 각종 나무들이 눈을 틔우고 있어 지금이 겨울인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들더러 철없는(?) 것들이라고 불렀다.
이 겨울에 철모르고 꽃을 피웠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어떻게 할런지? 그래도 해마다 가는 계절을 알아 꽃을 피워주는 것이 기특하다.
득량만의 바다이다. 바다는 비교적 잔잔하고 그품속엔 많은 어족자원들이 숨어 살고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릴적부터 바다가 매우 좋았다. 바닷가에서 살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여 왔었다.
그러다 총각시절 부산의 송도 바닷가에서 1년인가를 산적이 있었다. 그런데 해수욕장 근처라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닷가는 아니었었다.
오봉산은 다섯개의 봉우리를 뜻한다. 우리가 가고자하는 등산로는 조새바위, 칼바위 392봉, 350봉 등을 거쳐 오봉산으로...그리고 백바위를 거쳐가며 진행되는 것이다.
아침엔 구름 한점없이 맑기만 하더니 산행을 시작하자 하늘엔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엔 전남지방에도 눈이 온다고는 하였지만...
그래도 회원님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며 산을 오르고 있다. 때론 끼리끼리 모여 사진을 찍기도 하며 심신을 단련하는데 열중하였다.
이곳은 칼바위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다들 한면을 칼로 자른듯이 생겼다. 오랜세월속에 형성된 지형으로 자연의 힘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칼바위다. 사방이 바위로 둘러쌓여 있는 이곳엔 수십명이 둘러 않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각 회원님들이 집에서 가져 온 반찬들...과메기를 김과 맛나는 김치에 싸서 술잔을 기우렸고...가시라님이 준비해 온 값비싼 고기를 넣고 끓여낸 거지탕의 맛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날씨는 조금 추웠지만 칼바위 가운데서 맛있는 안주를 곁들여 마시는 그 기분, 술맛이란 또 어느 분위기와 맛에다 비겨도 뒤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진주시내에 거지탕집이 있는데 어쩌다 한번 들리면 그 맛이 일품이라. 소주 안주로서는 최고였다.
그런데 그 곳에는 할매가 오로지 현금주의라 때론 부담이 있기도 하였고...
맛있는 음식물을 가져온 회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하여간 우리 산악회의 산행날엔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을 하곤 한다.
산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 마을이다. 너른 널판과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나 푸근해 보였다. 저곳에서 노년을 한번 살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은 시원한 바다가 있고 뒤편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쌓여 바람을 막아준다. 쉬엄쉬엄 밭농사도 짓고 바닷가를 거닐기도 하며...모든 것이 풍요로운...완전 내 스타일인데!!! 어디 내가 낄자리는 없을까?
칼바위에서의 모습이다. 무엇이 이토록 기이한 형상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자연의 힘은 정말로 대단하다. 자연 앞에 헷소리 하는 것은 조금은 불경스럽긴 하지만...농담으로 우리가 서로 자기가 바위를 잘랐다고들 말하였고...
멀리 바다가를 바라다 보았다. 북녁에선 세차게 눈발이 내리는데 바다는 구름에 가려진 사이로 햇살이 내려 바닷물에 반사되고 있었다. 올들어 처음으로 눈을 맞았다. 비록 내려 쌓이지는 않았지만...
오늘 우리는 6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였다. 각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 아름답게 쌓아올린 탑들, 그리고 종일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산행은 정말 즐거웠다.
산행도중 어제까지 대화를 나누었고, 멀쩡해 보이던 동료가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였다는 비보를 받았다.
안타까움과 아울러 마음이 찡하였고, 세상사는 것이 허무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우린 등반길 내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나는 우리 회원님들은 모든 것이 풍요로운 이곳에서 우리는 산행을 통하여 체력을 단련하고 마음의 양식도 듬뿍 쌓아가기를 바랬다.
시내로 돌아와 뒷풀이겸 정기총회를 가졌다. 한분의 회원님의 이탈없이 참석을 해 주셔서 더 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다른 회원님께 부담을 넘겨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으나, 그래도 앞으로 더 열심히 마음을 비우고 심신을 단련하며, 나 자신과 산악회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해동안 열심히 산행에 참여하고 도움을 주신 회원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려야 겠다고 다짐하며 2011년의 마지막 정기산행을 정리했다.
첫댓글 득량면 오봉산이라,,,네이버에 찿아보니 웬 오봉산이 그래 많습니까? 마치 장군봉만큼 많네요,,근데 오봉산타령에 나오는 오봉산은 아니지요? 오봉산타령은 경기민요니까,,,아뭏든 돌탑과 산, 좋습니다,,저는 어제 친구랑 남산제일봉 다녀 왔습니다~
정말 재밋게 사시네요. 저는 빨리 세월이 흘러가서 배낭 짊어지고 전국을 떠돌고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