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Seoul World DJ Festival
[현장스케치/20080504] 비오는 오늘 난지는, 그래도 하루 종일 맑음.
일요일의 이른 아침, 난지지구가 다시 조용해졌다. 물론 그것도 잠시, 아직도 지난밤의 꿈같은 파티를 잊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 자신들을 위해 상상공장의 21c RPM과 난지인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해가 밝을 때부터 하늘이 비가 올 것처럼 어두워 걱정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럴수록 더욱 힘차게 돌아가는 제2회 World DJ Festival(이하 월디페)이 아닌가.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팬들의 ‘충격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준 내 귀에 도청장치, 월디페를 더욱 뜻 깊게 만들어준 일본의 The Cornelius Group, 광란의 댄스파티를 정점으로 몰고 간 Rabbit in the moon 등 최고의 토요일을 보낸 난지지구의 사람들은 조금은 지친 몸, 그러나 더욱 단단해진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두 번째 월디페의 마지막 밤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신선한 충격, 신예 아티스트와의 즐거운 만남
둘째 날의 서막을 알리는 난지 樂 Festival은 ZY의 무대로 시작되었다. 국악과 락의 접목이라는 독특한 시도를 통해 차분한 듯 강렬하게 머릿속을 울리는 ZY의 목소리는 술 마신 다음 날의 따뜻한 해장국처럼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뜨끈하게 달래 주었다. 그들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부드럽고 관대했다. 뒤이어 나타난 밴드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유쾌한 리듬에 신나는 창법과 생동감 넘치는 가사로 최근 인디신의 떠오르는 샛별인 그들은 잠시 부드러운 멜로디를 즐겼던 관객들을 다시 호르몬 넘치는 광분의 세계로 인도했다. 항상 열정적인 모습의 보컬 서강윤과 공연 내내 항상 미소를 잊지 않는 네 멤버의 ‘무대에 대한 감동’이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었다.
우리를 즐겁게 만드는 비타민, 2nd SWDF
월디페는 짜릿하고 청량감 넘치는 프로그램들의 연속이다. 7,000쌍의 커플 동시키스 이벤트 'I Kiss you'와 어제에 이어 강렬한 밸리 댄스의 유혹을 선보인 몽환비의 화려한 무대를 포함해서 얌전하던 시민들마저 춤의 카오스로 이끈 스트릿 댄스의 진수 마스터브릿지, 대학생 연합 댄스스포츠 동아리 대즐스가 선보인 댄스스포츠의 진수 등 온몸과 아이디어를 총동원하여 선보이는 개성 있는 장기와 구경거리, 참여의 기회가 돋보이는 월디페였다. 평소에는 그저 낯설고 어색하게만 보이던 타투(tatoo)나 길거리 페인팅은 왜 또 이렇게 매력적인지……. 어떻게든 기어코 우리를 만족시키고야 마는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 축제는 우리들에게 비타민처럼 신기하고 상큼하게 다가왔다.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월디페’ Spirit
공연이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어두웠던 하늘이 기어코 성을 냈다. 머리 위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관객석에 우산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쨍쨍했던 전날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 STAFF들과 관객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오늘의 무대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전에 일을 그르치게 되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무대에 오른 브로콜리 너마저 덕분에 우리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비를 즐기며 그들의 부드럽고 섬세한 음악에 빠져드는 관객들을 보니 ‘오히려 비가 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치가 넘쳤다. 이어서 파워풀한 자신들의 곡과 동시에, 센스 넘치는 편곡을 선보인 커버곡 ‘Kiss me' 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래빗펀치. 줄 듯 말 듯 사람을 녹이는 독자적인 멜로디 라인을 뽐낸 넘버원코리안 등으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물론 네바다#51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 네바다#51은 공연 초반에 무대를 기준으로 관객들을 반으로 나누어 ’공연을 더 신나게 즐기는 방법‘ 을 알려주며 그들만의 무대 매너를 과시했다. 관객들은 네바다#51의 음악과 분위기에 심취한 듯, 열심히 머리를 흔들고 몸을 움직여가며 그들과 입을 맞추었다. 넓은 난지를 가득 메운 아티스트와 관객의 교감이 어두운 하늘을 뚫고 빛나는 듯 했다.
컨셉을 알고 나면 더 즐거워지는 월디페!
이번 월디페의 컨셉은 알려진 대로 ‘전통’이다. 특히 한복을 입고 미래지향적인 음악에 맞추어 댄스파티를 즐긴다는 쇼킹한 모토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축제에서는 한복을 입은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늘의 메인 공연 사이의 브릿지 타임에는 최근 유행하는 반복적인 하우스 음악에 맞추어 한복 패션쇼가 진행되었다. 해괴하다 싶을 정도로 낯선 광경에 관객들은 탄성에 가까운 박수를 보내었다. 또 개성 있는 미니 무대가 연이어 연출되고 있는 열반화와 축제 마을에서는 자신들의 특별한 문화를 뽐내며 한복을 차려 입은 외국인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한국이 최고에요”를 연발하여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작은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음악의 가치, 미니 난지 樂 Festival
큰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락 Festival의 재미는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자고로 진정 그 아티스트와 교감하고 싶다면 월디페의 서브무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니 樂 Festival을 쉽게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의 무대는 강력한 의미전달을 무기로 내세운 매력적인 가사와 공허하리만큼 슬픈 어쿠스틱의 면모가 돋보이는 스카피쉬의 등장으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이어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골든팝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이키델릭한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오리엔탈루시, 팀 이름만큼 특이하고 경이로운 아우라를 내뿜는 국카스텐, 최근 2집 발매와 함께 자주 거론되고 있는 한국 인디의 핵 눈뜨고코베인, 인도의 타악기 타블라의 선율이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준 뱀부트립이 뒤이어 무대를 빛냈다. 각자만의 음악으로 각 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홀리는’ 아티스트들과의 ‘밀접한’ 만남. 서브 난지 樂 Festival만이 가진 특별한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였다. 특히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떠나는 관객들의 모습이 자유로운 새 같은 느낌이 들어 음악이 가진 해방과 일탈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힙합으로 내지르는 자유의 외침 HIPHOPPLAYA, 그리고 에픽하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관중들이 메인 스테이지로 모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HIPHOPPLAYA의 공연이 6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부터 이들을 보기 위해 기다렸던 수많은 힙합 팬들은 소리를 한 데 모아 공연의 시작을 환영했다. 빗발은 더 거세게 난지지구를 덮기 시작했는데도 전혀 굴하지 않고 공연을 즐기는 팬들의 열정과 사랑이 절로 느껴졌다. Kebee, 넋업샨, The quiet 등 힙합 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는 MC들이 궂은 날씨로 열악해진 상황을 완전히 잊게 할 만큼 멋지고 호화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들의 랩 향연이 끝나고, 드디어 등장을 알리는 국내 최고의 힙합 그룹 에픽 하이! 힙합 그룹으로는 대단한 대중적 인지도와 골수팬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인 만큼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팬들의 굉장한 함성을 이끌어냈다. 최근 발매한 앨범 ‘Pieces, Part one'의 수록곡인 Breakdown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 그들은 지난 몇 해간 힙합 싱글로서는 굉장한 사랑을 받은 자신들의 히트곡을 메들리로 열창했다. Love Love Love나 Fly같은 익숙한 곡들이 나오자 팬들은 탄성을 지르며 한 목소리로 그들과 함께 노래했다. 이 날,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을 향해 에픽하이는 유독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들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음악으로 그 사랑에 보답했다.
우리들의 축제 월디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나는 힙합의 물결이 끝나고 월디페의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류재현 감독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월디페는 이제 채 하루도 남겨두고 있지 않습니다. 즐기세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즐기세요!” 류 감독의 그 말에 지난 이틀 동안 체력을 아끼지 않고,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 관객들은 아쉬움과 기대가 섞인 함성을 보냈다. 아직 이 밤은 끝나지 않았다. 밤새도록 있을 빗속 DJing 파티와 서브 무대에서 진행되는 진귀하고 소중한 공연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그래도 아쉬움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지난 두 달 동안 축제를 준비해오면서 게을리 한 점도, 후회되는 점도 많다. 그래도 그 결과물을 별 탈 없이, 함께 준비한 사람들과 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눈물이 핑 돌 것처럼 즐겁고 아쉬웠던 지난 두 달, 그리고 어제와 오늘에 걸친 이틀에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 World DJ Festival이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과 좋은 생각, 좋은 추억을 많이 나눠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일요일 밤에, 문득 토이의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이란 노래를 떠올린다. 비록,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어둡고 우울했을지라도 월디페를 준비한 사람들과, 이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이 곳 난지지구는 하루 종일 맑았을 것이다. 다음 3회에도, 30회에도,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 World DJ Festival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맑았으면 좋겠다.
2008.5.4
취재 / 김민우(21c RPM 취재팀, wdfnews@hanmail.net)
에디터 / 오뜨락(21c RPM 출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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