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전 돼지입니다. 돼지도 그냥 돼지가 아니라 수호신이 된 돼지저금통이라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들어간 깊은 산골마을입니다.
일곱 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어떤 이들은 오지마을이라고도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청화산은 택리지에 나오는 곳으로 청정지역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우복지라고 하여 소의 배 밑으로 전란이 일어 나을 때 피하면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피난민들이 들어와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합니다.
경치가 좋다보니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전 2년 전에 50대 부부가 1남2여를 키우고 있는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다른 돼지저금통보다 크다고 주인아저씨가 저를 아이들에게 선물을 했습니다.
밥도 많이 주고 잘 키우라는 말을 했죠.
아이들은 착했습니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저를 잘 돌봐 주었습니다.
밥도 열심히 주고 집안에서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오는 창문 옆 텔레비전 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때 전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아주머니께서 청소를 하신다고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그 날 우연히, 창밖으로 파란하늘,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방안에서 주는 동전만 먹고 있던 저에게는 충격 이였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아시죠.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는 우물 안에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죠.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고 그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살아가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창밖으로 푸른 하늘을 보는 순간 밖아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전 자주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네모난 방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긋한 꽃냄새와 매일 같은 시간에 들려오는 꼬꼬댁 소리가 무엇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창문을 열어 줄때 만 볼 수 있는 하늘과 창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은 날은 까마귀, 나비, 참새, 산 까치가 날아가는 것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밖아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간절해져 왔습니다.
밖아 세상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열망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는 밖아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괘종시계는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라고 우리같은 인생은 한번 놓아진 곳에서
인간들이 옮겨주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듯
우리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고 가망없는 희망을 가지면 살아가는 것이
더 힘들고 괴롭다고 주어진 삶을 받아 들리라고 했습니다.”
장롱과 책상은 저금통주제에 분수도 모른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나의 꿈이 이루어 질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꿈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고 그리고 결과보다는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고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 하잖아요.
저 또한 당신네 인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꿈을 꿀 수 있고 희망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괘종시계가 고장이 나서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장롱은 집주인 새로운 장롱으로 교체하고 장롱은 분리수거장으로 가버렸습니다.
저는 괘종시계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연민의 감정과 언젠가 나도
괘종시계와 장롱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두려움은 현실로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제 배속이 가득차서 더 이상은 동전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은 의논 끝에
내 배안에 들어있는 동전들을 꺼내기로 했고, 그날 저녁가족들이 모여서 동전을 꺼내고
저는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고 말았습니다.
‘아! 이제 나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구나!’
그때 전 너무 슬퍼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네모난 창밖의 세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쓰레기통에서 다시 분리수리장이나, 아님 아궁이속으로 들어 갈 것을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너무 슬퍼서 내배가 갈라져 있어도 아픈 줄 몰랐습니다.
울다가 언제 잠이 들려는지 모르게 전 잠이 들었습니다.
꼬꼬댁 소리가 들려오고,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이 부셔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살며시 눈을 떠보았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높고 넓은 푸른 하늘 붉은 띠를 두른 동쪽 산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여기가 어디지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주위를 둘려 보았습니다.
난 긴 장대에 꽂혀서 대문입구에 놓여있었습니다.
‘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 전 밖아 세상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네모난 방안에서 넓고 넓은 세상으로 나와 온 동네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대문입구에 그것도 장대에 꽂혀 있는 것이 이었습니다.
전 저에게 주어진 이 현실에 놀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꼬꼬댁 소리를 내는 것이 닭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구름의 모양이 다양하다는 것과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밤이며 달과 별이 빛나고 노란달맞이꽃, 제비꽃,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도 보였습니다.
새들이 날아 가다가 저의 모습을 보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머리위에 앉는 것이 좋았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저기에 왜 돼지저금통을 올려놓았는지 궁금해 하면서
피식 웃으면서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40대 중년부인이 산책을 하다가 저를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저! 돼지저금통이 저 집의 수호신이 되었네! 누가 저렇게 깜찍한 생각을 했을까!”
“너무 귀엽구나, 얼굴엔 예쁘게 화장까지 했구나, 돼지저금통 넌 좋겠다.”
그 후 전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저의 꿈이 이루어 졌습니다.
그래요 전 희망대로 밖아 세상으로 나왔고,
그뿐만 아니라 봄볕이 잘 드는 높은 장대에 앉아
지나가는 이들에게 웃음까지 주는 '수호신'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