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들은 정보통신보호기반법에 의해 국가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돼 있다. 대형은행들에서 발생하는 전산 침해사고와 장애는 그만큼 국가 안전보장과 경제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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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형 은행들에서 최근 크고 작은 전산 장애가 빈발해 은행권의 반성과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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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오전 9시, 국민은행 전산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50분 동안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최대 은행으로 소매 금융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시스템이 1시간 가까이 돌아가지 않자 고객들이 겪은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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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관계자는 이날 “옛 국민은행 정보계 시스템에서 가동되는 DB 관리 소프트웨어에서 장애가 발생해 20∼30분 동안 복구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계정계 시스템까지 중단시키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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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가 IT 통합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발생한 것이라면 문제가 커졌겠지만 다행히 옛 국민은행 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 충돌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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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민은행이 옛 주택은행과 옛 국민은행의 통합 시스템 체제로 채택하고 있는 시스플렉스(Sysplex:메인 프레임 병렬처리) 시스템의 운영 및 관리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통합 시스템 오픈을 보름 정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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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구현된 시스플렉스 사례다. 옛 국민은행은 지난 99년부터 약 2년간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보계와 계정계에 모두 IBM 메인프레임(IBM 9672) 기종을 도입하고 이를 병렬 처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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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플렉스란 IBM이 자사 메인프레임 기종의 처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MVS(메인프레임)’ 운영체제를 다중환경으로 전환시켜주는 고유의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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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체제에서는 2대의 메인프레임 사이에서 CF라는 중간 CPU가 데이터를 교환해 주기 때문에 정보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계정계 시스템은 가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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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시스플렉스는 ‘무정지 무장애 시스템 가동’이라는 국내 은행들의 숙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약 2년 전부터 금융권에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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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은행이 차세대 시스템을 시스플렉스 환경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LG증권 등 대용량 거래를 처리해야 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1년 전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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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민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이 무정지 무장애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스플렉스를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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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시스템 운영 앞두고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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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플렉스 시스템 자체는 어느 한쪽 부문의 가동이 중단돼도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은행에서는 장애 원인을 파악해 재빨리 복구하면 시스템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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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장애가 발생하면 은행 IT 인력들이 그 원인을 파악하고 복구하기까지 최소한 2∼3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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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전원을 내렸다가 올리고 복구하는데는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면서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보다 시스템 전체의 전원을 한번 껐다 켜고 장애를 복구하는 편이 빠른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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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이번 사고를 통해 시스플렉스에 대한 운영 및 관리 노하우가 얼마나 빈약한가를 확인했지만 당장 2주 후에 같은 형태의 통합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라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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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은 캡제미니언스트영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옛 주택은행 시스템(IBM 2064기종) 위주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오는 추선 연휴에 공식 가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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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은행의 일일 트랜잭션 건수가 3천5백만건 이상인 점을 감안해 통합 시스템에도 대용량 처리에 적합한 시스플렉스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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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들도 시스플렉스 환경에 무지(無知)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하반기에 시스플렉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사업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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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부 직원들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도 차세대 시스템에 시스플렉스 체계를 구현하자면 IBM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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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이에 대한 인력과 노하우를 갖추려면 IT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IT업계에도 시스플렉스 전문가가 부족해 이마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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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6일에는 국민, 우리 등 일부 시중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마비됐다. 주 5일 근무제로 토요일(23일)이 은행 휴무일인데다 급여일·카드결제일(27일)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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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뱅킹 시스템 에러는 월말마다 반복되는 사소한 사고로 취급되며 제한된 시스템 용량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은행도 어쩔 수 없는 사항이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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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인터넷 뱅킹 등록 고객 수는 1천4백48만명이다. 인구 4명당 1명 꼴로 인터넷 뱅킹을 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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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 이후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나는 등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은행들의 서비스와 시스템 관리체계는 매우 부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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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관람 티켓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한꺼번에 인터넷 뱅킹 사이트에 사용자가 몰리면서 접속하기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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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택은행의 인터넷 뱅킹 사이트는 한밤중에 들어가도 ‘시스템이 붐벼서 접속할 수 없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뜬다. 옛 주택은행이 독자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설계할 때부터 주택포털 등에 신경을 쏟은 나머지 기본적인 뱅킹 프로그램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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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버 동시 접속자수 13,000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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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태는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인터넷 뱅킹 서버 한 대가 소화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는 5백명이며 대부분의 은행들은 보통 10대 미만의 웹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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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라는 옛 국민은행의 웹 서버 동시접속자수는 1만 3천명이 한계다. 은행들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은 이렇게 종종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보완해줄 백업 시스템을 갖춘 곳은 국내에 부산은행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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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은행들이 무작정 자체 시스템 용량을 늘릴 수 만은 없다. 인터넷 뱅킹 트랜잭션 건수가 최고점인 시기와 최저점인 시기의 처리 용량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고점인 월말의 거래처리를 생각해 시스템 용량을 증설하면 한 달 중 27일은 상당수의 장비를 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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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지난 99년 인터넷 뱅킹 첫 도입 이후 은행당 평균 30∼40억원씩 투자하며 시스템 용량을 증설해왔다. 서버 한 대당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합치면 3억∼4억원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투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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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이 월말 등 트랜잭션 건수가 많은 시기에는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ASP 서비스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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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결제원은 은행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 백업 시스템과 ASP 시스템 마련에 관한 방안을 기획하고 있으며 뱅크타운도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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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 김상래 상무는 “월말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 에러 발생이 정기적으로 반복될 정도로 시스템 용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시스템 유지 보수에 들이는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에는 인터넷 뱅킹 뿐만 아니라 모바일 뱅킹 등 전자금융채널 사용량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공동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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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뱅킹 공동 백업 시스템 등이 실제로 구축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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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은 e-비즈니스 붐이 일던 2000년 초, 독자 인터넷 뱅킹 시스템 구축에 줄줄이 나서면서부터 공동 시스템 활용이나 서비스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이 이제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효율적인 전산시스템 관리체제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