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었습니다. 부산 사하구에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일이 끝나자 의례 통과적인 일들이지만 저녁도 먹고 술도 한 잔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간 일행은 주변에서 숙소를 찿아서 자자고 하였지만 어떻게 저떻게 동료를 설득하여 택시를 타고 감천항으로 향하였습니다.그래도 부산에 왔는데 감천에는 한번 들려보고 가야지..........이기의 극치인줄 알지만.
남성조선 앞에서 내려 감천항의 옛추억을 더덤어 보는데 영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버드나무집 옆에는 러시아 술집이 들어차 있고 감천초등학교로 이어지던 해변도로는 모두 매립되어 창고나 식당으로 변하였고...........참으로 쓸쓸한 풍경이었습니다.
매립이 되어져 감천의 지역경제가 얼마나 좋아졌고 감천인들의 고용에 얼마나 순기능으로 작용했는지는 모르나 참으로 씁씁한 감정을 지울 수는 없었답니다.
돌이켜 보면 바다건너엔 구평마을이랑 장림마을이 파도에 너울거리기도 하고 밤이면 도깨비 불처럼 아런거리기도 해 어린 나에게 크다란 상상력을 부여하였고 아침이면 정다운 통통배 소리가 감천포구의 아침을 열면 동전을 들고 싱싱한 생선을 싸러 바닷가로 달려가 동터는 아침을 맞이하던 벅찬 가슴들......그리고 횟집이 부산해지면서 하루가 이어지던 곳.....
문득 황석영씨의 삼포로 가는길이란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도시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이상향의 도시---바로 삼포가 그리워졌습니다. 옛모습을 보존하며 감천만을 발전시킬 수 없었는지........
무척이나 아쉬운 마음에 바닷가 시멘트 위에서 곰장어에다 소줏잔을 기울이며 옛날을 회상해봅니다. 옛날에는 발전소로 오가는 뱃고동의 울림이 있었고 아침을 여는 통통배의 뱃고동의 울림이 있었고 거리엔 재칫국 파는 아주머님의 가날픈 울림이 있었습니다.
재칫국 사이소ㅡㅡㅡㅡ재칫국 사이소-----
통통통통통-----------------------------
부웅-----부웅---------------------------
아침에 일어나 부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는 울림으로 가득했던 감천 만이 이젠 경적만이 가득한 바닷가로 변해있었습니다. 울림을 그리워 하고 울림에 길들면서 자라온 한 장년의 쓸쓸함이었나요?
난 돌아오는 경부선 열차에서도 아름답고 낭만이 살아있어 울림의 감동이 있었던 감천항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카페지기 옮김
팔 랑 개 비
정처없이, 또는 기약없이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아니면 저 멀리 타국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부지런하게,
아니면 분망하게........
정말 팔랑개비 같은 삶이 아니었던가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더, 갇힌 우리를 벗어나려고 어린아이 적에는 멀리 부산으로, 다시 대구로,
서울로 자리를 찾아 다녔고....
군대인들 한자리에 있었나
한 여름 집마당을 맴도는 닭 한마리를 친구들과 잡아 먹고는 송추로, 가평으로, 서울로, 송추로 정말
바람개비처럼 뱅뱅돌았다
뭔 군대 복이 있어서 사병으로 들어간 놈이 작대기를 꼬부려 달고 나오지 않나
신체발부 불감훼상(身體髮膚 不敢毁傷)이 효의 앞길이거늘 뭔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이빨과 눈알도 하나 군에 갖다 바치고.......
외동 아들 찾아 불원천리 찾아 오신 임당댁 어머님을 모시고 한 밤중 송추 언저리를 찾아 헤메다가 수하에
놀라 번쩍 손을 들었던 적도 있었던 듯하다
머리 굵어서는 어땠나
서울 언저리에서 기회를 엿보다 저 멀리 바다 건너 일본에까지 길을 열었고, 그 이후의 파란만장함이란.....
그야말로 팔랑개비, 바람개비 같은 삶이 아니었던가
늘 부지런하고, 열심히, 불같은 삶을 살았다
늘 살아 있는 정의감으로 잘못된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것
그것이 때로는 불안함으로 비추어지고, 불만을 부르는 수도 있었지만 그 마음 잘 알기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벗이 아니었던가
다정다감함
지도 어려운 처지에 남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는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언제 어느 자리에도 그는 있었다
이젠 이 모든 것도 그냥 그리움으로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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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나이가 드나보다
나이가 들면서 객지에서 지친 몸과 마음은 더욱 벗을 그리워하고, 그러하기에 생체리듬은 더욱 더
하루밤의 여유있는 휴가를 기다린다
늘 모이는 친구들, 한결같은 얼굴들 속에 새로운 얼굴이 보이고, 또 보이던 얼굴이 사라져 간다
그 모임에서 오고가는 수 많은 말과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그 옛날 대가리 피도 벗겨지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가 아련한 꿈속을
헤메이다 문득 돌아오기 싫은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병길이는 아마도 그 꿈에서 다시 돌아오기 싫었던 것일까
무척 외로웠나보다
그냥 그 옛날, 그 꿈을 찾아 헤메이다 그냥 그대로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먼 길을 떠난 심사
지는 참 편하겠지만
난 마음이 아프다
전날
어린 시절 모여 잠자고 꿈을 꾸던 옛집에 가서 자자기에 정말 수십년 만에 찾아가 본 옛집
그냥 평상에 누어 잠자고 있다가 잠결에 옆에 있는 놈들이 하나 둘 없어지는 기척을 느끼고 줄곧
잠을 자고 있을 때 그는 새벽녘에 베개를 들고 나와 받쳐주었다
아침에 본 퇴락한 옛집 마당 한가운데 옛날에는 볼 수 없던 고추가 실하게 크고, 우엉 잎은 꽤
넓게 퍼져 있었고 그것이 마지막 밤이었구나
한편으로 이해도 간다
늘 외로웠을 텐데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떠나면 더 마음이 가볍지 않으려나
그렇지만 하나 남은 딸은 눈에 밟히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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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개비 또는 바람개비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나
풍운아
이제 와서 보니 너무 적절히 붙인 이름이라 놔서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바람이 불어야 사는 운명, 바람이 그치면 바람을 찾아 떠나야 하는 운명
그대와의 추억을 생각하는 동안
갑작스런 충격에 부딪친 순간 너무나 담담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현실들이 이제와서
깨달아 지는지
그냥 눈물이 난다
이제 그만 고단한 몸 한 자리에 누이고 편히 쉬시게나
이제 그만 바람을 따라 돌지 말고, 바람을 찾아 떠나지도 말고
그냥 쉬시게나
늘 아끼고 사랑하던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시게나
우리의 옛 추억일랑 이제 잊어버리고 그쪽 세상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아보시게나
이젠 너무 분망하지도 말고, 조금 느긋하게, 느릿한 걸음걸이로 우리 보다 먼저 새로운
길을 찾아보시게나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던 친구여
2011. 8. 2401 퍼옴 |
첫댓글 참.. 눈에 눈물이나게 만드는구나, 병길아~~~~~~~~~~
저눔 나쁜넘이야~므시눔믈나냐~~~
병길아! 좋은곳으로 잘찾아같냐~~ 그곳에 개량된 향토길 없으면 병길이가 개발한 향토길 만들면서
천천히 만들며 가려무나!! 너혼자 개발하며 고생하였던 황토길 그러면 그곳이 살기좋은 천국이겠지.
그때 완공되면 우리도 그길을 황토향기 맡으면 친구~~만나려 갈께...그때 만나면 오래오래 보며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