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은 인류의 중요한 동반자
주석은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금속의 하나이다. 주석은 전성 · 연성 · 내식성이 크며 쉽게 녹는 성질 때문에 주조성이 좋아 널리 사용되는 전이후금속이다. 또 주석은 구리와 합금하여 인류의 커다한 획을 그은 청동기문화를 형성하였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본래 주석이라는 명칭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중국에서는 주(周)나라 때인 서기 전 1000년경 이미 주석 석(錫) 자를 사용하였고, 주석야금(朱錫冶金)과 청동제조법 등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 시대에 청동기 문화가 이미 발달하였으며 그 당시에 가장 첨단에 해당하는 청동검 등의 각종 무기류에 널리 이용하였다.
주석은 인체에 전혀 무해하며 융점이 231도에 불과하여 조형성이 뛰어나므로 특히 미니어쳐의 재료로서 많이 이용된다. 조형성이 탁월한데다가 거기에 녹이 슬지 않아 산화에도 아주 강하기 때문에 금상첨화이다. 다만 순수한 주석만으로는 약간 무른감이 있으며, 금속임에도 단지 손에서 떨어트리는 정도로도 쉽게 뭉개지므로 취급에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또한 주석은 금속치고 다른 금속류에 비해서 비교적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주석은 화이트 메탈이라 하여 납이나 기타 금속 등의 합금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주석과 구리의 합금을 청동이라 하여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광물이기도 하다.
주석이 재미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는 고통을 주면 소리를 내게 된다. 만일에 무생물인 금속이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주 음산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Crying Bar라고 알려진 주석은 고통을 가하게 되면 즉, 다시 말해서 이를 휘거나 구부리게 되면 아프다는 소리를 내는 매우 특이한 금속이다.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주석 내부에 존재하는 Crystal들이 외부에서 가하는 힘에 의해 변형 되면서 일종의 부러지는 것과 비슷한 묘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주석은 녹는점이 비교적 높은 온도인 섭씨 232도인데 주석을 녹여서 계속 결정성을 갖게 이것을 다시 식히면 반복해서 소리를 내게 할 수 있다.
주석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광물이며 부드러운 은백색의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원을 보면 아주 오랜 옛날인 기원전 3000년 이전부터 이용된 금속원소 중 하나이다. 이 주석이 없이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청동기 시대도 없었을 정도로 역사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금속이다.
청동기 시대의 극초창기에 출토된 청동기 유물은 주석이나 비소 함량이 2% 내외여서 사실상 그냥 구리나 다름이 없었지만, 이후에 출토된 유물은 주석 첨가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청동이라 불릴만한 재료로 탈바꿈한다.
주석 함량이 12%인 청동은 인장 강도와 강성 등의 기계적인 특성이 구리에 비해 우월하면서도 주조가 쉬웠기에 무기나 장신구와 같은 복잡한 형태의 물건을 만드는 데 적합했고, 폭넓게 보급되어 청동기시대라는 문명을 불러올 정도로 인류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대 유럽-지중해와 중동-아시아간 교역로도 역시 주석 산지와 청동 산지를 이으면서 시작되었을 정도로 주석과 청동은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취급되었다. 특히 청동기 시대에는 구리는 비교적 널리 분포해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었지만 주석은 산지가 상대적으로 아주 한정되어 있어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주석은 가격 면에서 구리나 니켈보다도 상당히 고가이다. 현대에도 주석이 이렇게 구하기 어렵고 비싸니 옛날 청동기시대에는 청동은 비싼 귀중품이었던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청동기는 일상적 도구나 무기로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장식용으로 주로 쓰였다.
예를 들어 지중해의 중요 동광은 키프로스나 시실리아 등이어서 중동지방 주변에서 많이 거래되었지만 주석은 멀고먼 중앙아시아에서 산 넘고 물 건너서 수입해야 하는 중요한 국제적인 교역 품목이었다. 말하자면 청동기시대의 석유라고 할 수 있는 중동의 청동기 시대의 붕괴의 이유를 바로 이 주석의 국제교역 네트웍의 붕괴로 보는 주장도 있다.
또한 중세 시대에는 청동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백랍(Pewter) 식기를 반드는 데 꼭 필요한 재료였으므로 여전히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퓨터는 주석과 납의 합금으로 주석의 함량은 대략 80~90% 정도이며, 납, 안티모니, 구리, 비스무트와 합금한다. 주석은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잘 녹아 가공하기가 아주 쉬우므로 정교한 장식품이나 술잔, 주전자 등 다양한 용도로 주석이 쓰였다.
만일에 주방도구로 동을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음식과 닿는 부분을 주석으로 코팅해서 사용했다. 왜냐하면 구리는 녹이 슬게 되면 녹청이라는 청록색 녹이 생기는데 이것은 인체에 유해한 독으로 동제(銅製) 식기를 사용하면 위험한 구리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녹슬지 않는 주석은 산, 염기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인체에 무해하다.
동(銅)이 토마토, 식초와 같은 산성 음식과 반응해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었고, 동의 뛰어난 전열성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동냄비나 주전자 같은 동제 식기들은 다른 소재의 코팅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주석을 사용했다. 그 방식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주석은 녹는점도 낮기 때문에 그냥 불 위에다 동제 주방도구를 올려놓고 어느 정도 뜨거워지면 땜장이가 손에 장갑을 끼고 주석 덩어리를 쥔 다음 동기 위를 문질러 주석을 녹이고, 그 위를 양모나 솜으로 문질러 코팅을 고르게 하는 방식으로 코팅을 했다.
일반 주방용 가스렌지로도 순식간에 주석이 녹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하며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집에서도 할 수 있다. 물론 주석 코팅이 된 동기에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고 프라이팬 달군답시고 있으면 코팅된 주석이 그대로 녹아버리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그 밖에도 주석은 여러 종류의 금속들과 합금을 만들거나 도금 등 금속의 보강에 이용된다. 예를 들어 서양의 철[이라는 뜻의 양철은 철에 주석을 도금한 금속재료로, 통조림이나 미니카나 얇은 금속판으로 만든 모형 장난감, 식수병 등에 쓰인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싸고 부식에 강한 용융아연도금철판 (galvalized steel)으로 대체된 경우가 많은데 아연도강판은 이를 함석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과거에는 주석을 도금한 양철지붕 (tin roof) 등을 건축재료에 쓰였지만 현대에는 전부 아연도 강판이나 알루미늄 금속판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용융아연도금철판으로 대체된 금속지붕을 그저 양철지붕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테네시 윌리엄스작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나 양철북 (tin drum) 같은 고전영화도 있다. 철판에 주석을 도금한 양철은 금속 통조림을 만드는데 쓰인다. 통조림통이 녹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철판에 주석도금을 한 양철판을 쓰기 때문에 통조림을 영어로 tin can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주석으로 만든 통은 아니다.
주석을 도금하는 이유는 비교적 녹는 온도가 낮아 녹은 주석에 철판은 담가서 쉽게 도금할 수 있고 인체에 무해해서 식품용기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연도금이 가격면에서는 더 값싸지만 유해하므로 식품용기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과거에는 통조림 뚜껑을 밀봉하는 데 납과 주석의 합금으로 납땜을 했지만 현재는 납의 유해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현대에서 주석의 가장 중요한 산업적 용도는 납땜이다.
땜납은 납과 주석을 주성분으로 한 합금으로, 납도 역시 녹는 온도가 낮고 주석도 녹는 온도가 더 낮지만 주석과 납의 6:4 합금은 두 금속보다 더욱 녹는 온도가 낮은 섭씨 180-190〬 도 정도에서 녹아 금속끼리의 접합이나 전자회로에서 각 소자를 기판에 고정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 면에서 주석은 현대의 산업구조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주석을 75일분을 반드시 비축해야 하는 중요 광물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주석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 이집트의 투탄가멘의 왕의 묘에서 납땜된 장식품 등이 출토되는 등, 주석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금속이다. 현재는 납의 유해성 때문에 납 대신 아연이나 비스뮤트 인티모니 은 등으로 대체한 무연납땜이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또 주석은 볼트 너트나 나사 스크류나 못 등 각종 금속제 부품이나 공구, 금속제 생활용품 전기터미널이나 접점부 등 각종 금속제품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주석도금을 하는데 많이 쓰인다.
그리고 또 인듐주석산화물(ITO)은 얇고 투명한 성질을 가져 LCD나 OLED 같은 평면 디스플레이 장치의 투명한 전극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그 가지가 매우 높다.
주석은 반응성이 높아서 여러 광물에 산화물 형태로 포함되어있으나, 고대 시절부터 현대까지 주로 채굴되는 주석 광석은 석석(Cassiterite, SnO2)이다. 이러한 석석을 제외한 나머지 광물은 주석 함량이 너무 낮아서 경제성이 없기에 채굴되지 않는다.
주석은 금속이지만 탄소-규소-저마늄과 같은 족이기 때문에 고분자를 만들 수 있다. 주석을 주사슬로 하는 고분자를 폴리스테네인(Polystannane)이라고 하며, 주석이 금속으로서의 성질도 갖기 때문에 폴리스테네인 또한 전도성을 가진다. 다만 이 경우 공유결합으로 만들어진 고분자인 만큼, 전기 전도성이 일반적인 금속에 비할 정도는 아니고, 상용되는 유기반도체 물질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석은 지각구성비로 보면 구리의 1/5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금속이고 경제성 있는 주석 산지가 한정되어 있고 생산량도 많지 않아 금과 같은 귀금속을 제외하고 많이 쓰이는 금속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금속이다.
주석은 가격이 구리 가격의 3배 아연 가격의 10배에 가깝다. 그리고 가격이 비싸서 준귀금속 취급받는 니켈보다도 무려 1.5배 정도로 아주 비싸다. 그러니 주석도 준귀금속이라 할만하다.
주석은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말레이지아 등이 주요 산지이다. 말레이시아는 주석을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 광물이었으므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실제로 주석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주석의 질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최근 국내의 연구진이 탄소와 저렴한 금속인 주석을 이용한 새로운 촉매를 만들어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에도 금과 은을 대체해 일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주석 촉매가 개발돼 있었지만, 막상 이산화탄소를 반응시키면 일산화탄소보다 다른 부산물(포름산)이 더 생겨서 일산화탄소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한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에 하나인 기후변화에도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제 주석은 과거 청동기 세대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광물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