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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작품집 시가 흐르는 서울
지하철 특공대 시 낭송회
초대손님 : 김송배/김영미 가 수 : 사월과오월/에보니스/이성국/조희진/김복주 낭 송 가 : 이가을/윤현순/김소영/김서운/김인희/민영숙/강상숙/김순영/전양우/김종분/박순영 낭 독 : 곽병수/김용회/윤순희/박세진/심재우
일 시 :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오후 3시 장 소 : 종각역 영풍문고 입구 (2번 출구)
원고접수: 시가 흐르는 서울 사무국 : 사무국장 (이상미 - 010-7192-8295
총무국 : 총 무 (박세진 - 010-3862-3832
주 최 : 시가 흐르는 서울 주 관 : 현대시선 문예지 후 원 : 서울메트로 동묘서비스센타 협 찬 : 인사동 여유당
시가 흐르는 서울
목차
-1부-
이가을 : 바다 나비 - 4 윤현순 : 쓸쓸한 날, 우리어머니 외 - 5 김소영 :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외 - 8 김서운 : 행복(幸福) 외 - 12 김인희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외 - 14 민영숙 : 봄은 - 17 강상숙 : 별 헤는 밤 - 18 김순영 : 너 영혼의 활화산이여! 외 - 20
-2부- 전종옥 : 사랑으로 - 24 김종분 :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 25 박순영 : 창외 설경 - 26 곽병수 : 우리의 염원 외 - 28 김용회 : 능소화 - 30 윤순희 : 꿈이 일던 날 - 31 박세진 : 뻐꾹새 같은 당신 - 32 심재우 : 접시꽃 당신 - 33
바다 나비 시/이가을 낭송/이가을
슬픈 바다 어디 쯤 파도처럼 내 남자가 산다 스타치스 꽃잎을 입에 물고 읍파읍파 내 품 속을 파고 든다 달빛이 금화를 뿌려놓은 물길에 뭇별들의 눈물이 따끔 거린다 옛날을 허물어 돌려주고 싶은 사람 나는 눈 먼 부나비가 되어 별빛에 비틀 거린다 아, 바다가 된 가엾은 사람 내 몫의 사랑은 얼마나 슬픈 낙조 였는가 울음 뒤에야 환하게 속을 여는 슬픈 바다 위를 나는 날아간다 도르르 말아 숨겨놓은 더듬이 하나로 나는 날아서 간다 저 아린 눈물바다 어디 쯤 자맥질 하고 있을 내 남자는 쏴쏴 넋 놓고 울고 있을 게다 그 파도에 매달려 나는 또 날아간다. 이가을 시인 시인 낭송가 1997년 문학세계 등단. 바다나비 ‘영화 소풍 발표’
쓸쓸한 날, 우리어머니
시/이운룡 낭송/윤현순
마른 날 가랑잎 하나가 큰 산을 끄는 소리다
낮은 말슴에도 힘이 부쳐 찬 바람 소리 흔들리는 늦가을
땅으로 돌아갈 것은 다 땅으로 돌아가고 만다
지상에는 슬픔만 남아 슬프게 자란 세월도 한풀 기가 꺾여서 아무말 없이 저승곁에 눕는다
아직도 철 없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나와 아내와의 푸른 물아랑 그 수선스런 강둑에서 홀로 어머니는 외로움을 낚아채 떨리는 손 겨우겨우 빈 어구에 가득 채워넣고
한 생에 폭삭 졸아든 어둠을 밤마다 방 안에 부려 놓으신다
눈 감으면 그만인 저 무명의 까맣게 지워지는 여운으로.
농
시/이운룡 낭송/윤현순
방문을 열었을 때 어머니는 혼자 농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농 속을 뒤적뒤적 뒤지고 계셨다
혼자 농문을 열어놓고 70년의 눈물을 이것저것 꺼내 보시고 다시 눈물을 닦아 좀약 싸서 개어 넣으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안 계시고 자식 며느리는 딴방을 차리고 있고 손자 손녀는 제 멋대로 뛰놀다 잠드니 그 누구와 이야기할꼬?
오직 농 하나만은 말할 것이다 철커덕 철커덕 들려오는 베틀소리와 졸음을 찧는 방앗소리 새벽밥 짓는 나무 타는 소리와 콩밭에 배어있는 땀냄새...... 호미 끝에 배어있는 먹먹한 불꽃 그 어느것 버릴 수 없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오직 농 하나만은 지킬 것이다.
웃음보다 울음이 많았던 너무도 울음이 많았던 어머니의 일생이 차곡차곡 개켜져 있는 농,
초저녁에 한소금 주무시고 나면 잠이 없어 부스스 일어나 앉으시고 한밤내 옷을 꺼내셨다 넣으셨다 날이 새는 긴 겨울 밤
오늘도 어머니 방엔 불이 켜져 있으니 혼자 농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삼베옷 무명옷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골백번 한숨으로 날을 새우시려는가.
윤현순 낭송시인 온누리꽃예술중앙회장, 시인 (제1시집 : 중심꽃 제2시집 : 되살려제모양찾기)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시/이운룡 낭송/김소영
산새의 집에는 어떤 슬픈 비밀을 숨겨놓았는지 아무리 엿보려 해도 창이 없다
침발라 구멍을 뚫고 눈을 깊이 밀어 넣으려 해도 창호지 봉창이 안 보인다
오직 방문 하나 빠끔히 열어놓고 사는 집이거니와 하늘 전체가 門인 산새의 집.
그래서 하늘 문을 열어놓고 새들은 깃을 쳐 파랗게 하늘을 쓸고는 저들끼리만 마음대로 들고 난다
하늘의 마당은 넓기도 하지만 아무나 발 들여놓지 못 한다 몸을 줄이고 뼛속까지 파내어 가벼워진 새. 그 중 뼈 몇 개만 추리고 또 추려서 얽어맨 산새들만 들락거린다.
호롱 호오롱 호오로롱......
뼈아픔 삼키다 걸려 속울음 내밷는 죽음보다 더 슬픈 눈비가 되어 하늘의 집을 지키면서.
김소영 낭송가 시를 좋아하고 시낭송을 즐기는 영원한 문학 소녀
그대에게 가고 싶다
시/안도현 낭송/김소영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 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행복(幸福) 시/유치환 낭송/김서운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느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인정의 꽃밭에서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김서운 (시인, 시낭송가- 전북시낭송협회 전북지부 회장 )
해 시/박두진 낭송/김소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창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보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
시/정호승 낭송/김인희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을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김인희 아나운서 낭송가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시/노희경 낭송/김인희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봄은
시/민영숙 낭송/민영숙
푸른 잎 쓰다듬는 포근한 첫 바람결 호미잡은 아낙의 바구니 가득 봄 담기고 찬란한 소리 깨어나는 들녘이구나 꽃 어느새 빛 고운 옷 살며시 벗어 푸르르는 정원에 깊숙이 뿌리박는다 머잖아 울창한 숲 푹신한 깃 내리고 빛나는 해탈 꿈꾸는 이 누군가 새벽 이슬로 마른 목 촉촉이 축여 새 아침 맞으러 가자.
민영숙 낭송시인 한국시문학 연구회 이사
별 헤는 밤
시/윤동주 낭송/강상숙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 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 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 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강상숙 시인 낭송시인 숙명여대졸업 한국시문학연구회 이사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너 영혼의 활화산이여!
가람/장철재 낭송/김순영
눈을 들어 예를 보아라 하늘의 뜻이 이 땅에 내리시고 그 성령이 백두대간을 종주하다가 평지 출사의 한반도요 군왕지지인 서울이라 그 이름 찬연한 배달 민족의 터전이다 천년 솔숲에 백학이 나래를 펴고 이 강산 겨레의 꽃으로 피어나니 선비들의 도량이요 천하 영재의 산실이다 일제의 암흑기에 자주독립의 함성을 횃불로 밝히고 백척간두의 6.25 동란에는 몸을 던져 조국을 지키였어라 겨레가 헐벗을 때 오대양 육대륙을 누비었고 이 나라 민주제단에 초개처럼 선혈을 뿌렸노라 자유, 박애, 지성, 노력으로 꿈을 이루고 자강, 자율, 자립정신으로 갈고 닦으니 민족의 동량이요 조국의 영걸이다 오호라! 단군신화, 전설의 상아탑에 성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라 겨레의 얼이 굽이쳐 온 가람 나라의 넋이 뻗어온 줄기찬 맥락 피 끓는 위용을 세계로 저 넓은 우주를 향하여 오! 너 영혼의 활화산이여 불멸의 화염 네 육신을 공양하여 타오르게 하라 용솟음치는 불의 여신을 하늘에 이르게 하라 그리고 한 알의 영롱한 사리를 취하여 여의주를 만들어라 아! 그대 뛰는 심장으로 희망찬 깃발을 올려라 타오르는 촛불처럼 스스로 불을 밝히듯이 조국의 기둥이 되고 조국의 꿈이 되어라 너 피 끓는 젊음의 함성으로 자유의 종을 울려라 너 끝없이 진리를 밝혀 지축을 울려라 너 정의로 끓는 뜨거움으로 천지를 포효하거라 저 그늘진 민초들에게 가뭄에 내리는 소낙비가 되고 장백산 미인송 같은 올곧은 기개가 되어 메아리 칠 때 우주를 향한 샘솟는 예지의 부르짖음이 폭포수가 되어 민족의 혼이 되어 민족의 불이 되어, 천둥을 칠 때... 아! 너 배달의 꽃송이, 대한의 아들딸들이여! 조국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리라 온 누리 밝혀주는 등불이 되리라
김순영교수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시낭송 전문가 과정 주임교수 자랑스런 악마, 12번 전사여
붉은 악마여!
시/박준영 낭송/김순영
물가에 내 놓은 애들처럼 항상 불안하던 너희들이 붉은 색만 보면 떠오르던 저 이데올로기가 하필이면 악마인가, 하던 우려의 목소리조차 긴 장마 뒤 갠 하늘처럼 이렇게 말끔히 씻고 유월의 장미보다 더 불타고 거칠 게 없는 모습으로 우리 가슴 대~한민국 불을 지핀 아들딸들이여 교실 정면 액자로만 남아있던 홍익인간이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이기면 더 좋고 져도 괜찮다던 이 순수여 열정이여 희망이여 이제 극중극은 끝나고 일상이란 엄연한 무대에서 신화는 역사로 남고 너희들은 자유 그 자체가 되어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 소롯이 안고 전사와 악마의 이름으로 남과 북 벽을 헐고 한반도 떨쳐 일어나 지구를 안자 평화를 일구자. 빛나거라 동양의 큰 등불이여 세계를 비추는 빛이여
사랑으로
시/전종옥 낭송/전종옥
당신의 눈빛이 아름다운 것은 쌍까풀 때문이 아니랍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입술이 매혹적인 것은 촉촉하고 탐스럽기 때문이 아니랍니다 당신이 그 입술로 나를 인정해주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노랫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은 것은 당신의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랍니다 당신이 나를 향하여 불러주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보아도 아름답고 사람들을 보아도 모두가 행복해 보입니다 허름한 이 뒷길이 이렇게도 눈부신 거리가 된 것은 걸으면서 당신이 내손을 꼬옥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푸르고 건물들이 빛나는 것은 여름의 태양 때문이 아니랍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의 마음을 녹이기 때문입니다 눈뜨고 일어나서 밥 먹고 사는 일이 늘 새롭고 아름다운 것은 색다른 밥을 먹고 유별나게 살아서가 아닙니다 당신과 내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1997.6 교단문학 시부문 신인상('봄'으로 등단) 2002.8 서울 상명여자중고등학교 퇴임(17년) 2002.9 전양우 화술/리더십 아카데미 원장 한국예술고등학교등 고등학교 국어강사 출강(현) 저서(시집): 겨울허수아비의 노래/ 바람으로 사는 갈대 외 4권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시/김종분 낭송/김종분
냇가 물속에 비치는 풍경처럼 투명하지는 않아도 힘든 현실 앞에 작아지지 않는 그런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아침이 눈 뜰 때 침대 맡에 떠오른 당신의 기도들이 빛나는 태양처럼 오늘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오늘 할일을 미루면서 내일을 걱정하는 그런 당신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가운 땅에서 밤새 꽃대를 밀어 올리는 저 쑥부쟁이들처럼 죽음 보다 더한 절망 앞에서도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을 믿는 당신 희망은 언제나 당신 편에 서 있고 오늘은 당신 곁에 왔습니다 대지에는 화사한 오월의 신부들이 당신을 위해 춤출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무는 다시 푸르며 꽃은 향기로 출렁입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저 거친 바다를 쉬지 않고 항해하는 화물선처럼 어떤 절망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김종분 시인, 시낭송가 인사신문 문화부 기자 역임 한국문인 편집국장 역임 현) 샤론화원 운영 현) 시인대학 낭송학, 시낭송 출강
창외 설경
시/조병화 낭송/박순영
지금 창 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일년 이년 삼년 ...십년을 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지금 서울엔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한 번 맘 먹고 새 옷 차림 하고 누추한 서울을 찾아 내리다 다시 한 번 주저한듯이 주저하다가 아주 마음 열리듯이 망설이다 아주 마음 애린 듯이 서울에 창 밖에 내 곁엔 눈이 와 앉고 있습니다. 서울의 사랑은, 눈 쌓인 창안의 어설픈 보금자리 길이 막히어 가시나무 그늘이 멧새 처럼 눈 내리는 눈 속에서, 진종일을 종일합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과 서로 미워하기 위하여 서로 다투고 견디기 위하여, 나온 것은 아닙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과 그리운 것이 있어 그리워 하기위하여 사랑하는 것이 있어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나온 것입니다.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묵은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내 가슴 흐뭇이,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박순영 낭송가
1968.5월 24일 한국동시문학회 동시2등단 준비 시낭송가 지도자과정 시낭송가협회에서 동상수상 울산지회낭송활동중
우리의 염원
시/곽병수 낭송/곽병수
통일이 어디 메냐 너와 나 살던 마을 비무장 생태계는 세계자랑 되겠지만 먼 훗날, 아리랑 가락이 널 웃길 수 있을까? 굶주림 없애려고 보내보는 마음으로 서로가 왕래 고자 개성공단 지었더니 핵포탄 두더지 땅굴 누굴 겨냥 하는 건가 기껏, 너희들은 천안함 피격인가 순고히 작열한 마흔여섯 용사들이여 우리들 가슴은 피 망울져 그대들의 순고함을 영원히 잊지 않으리 두렵구나, 너희들은 자유를 아랴마는 통일을 외치면서 토끼는 울고 있네 묶인 허리띠를 풀어 달라고
곽병수 시인 현대시선 시로 등단, 시가 흐르는 서울 임원 3회 시화전 시화 발표
그 리 움
시/곽병수 낭송/곽병수
인생은 그리움의 연속이라 하였든가 오래전 떠나보낸 친구가 생각난다 산역 날 너를 잃은 슬픔과 아쉬움에 뗏장 꼭꼭 밝아보고 아직도 찾지 못한 친구야! 미안하구나. 고개가 숙여 진다 아쉬움 남기고서 떠나버린 친구야 그대의 산소 앞에 다시한번 간다면 무슨 말, 너를 위해 해야만 하는 건가 친구야!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어느 날 어디에서 어떠한 장소이든 우리는 옛날처럼 그대로 변함없이 좋았던 인연으로 꼬~옥 다시 만 나리
능 소 화
시/정완영 낭송/김용회
부박한 세월이라 정줄 곳이 없었는데 능소화 피는 아침 창문 열고 바라보니 절로는 손 모아집니다 세상 환히 빛납니다. 주황만도 아닌 꽃이 분홍만도 아닌 꽃이 우리들 사람들만 보라고도 안 핀 꽃이 하늘로 이어진 길목에 등불 내다 겁니다.
김용회 시인 서가 흐르는 서울 임원
2008년 유심 봄 (그물)로 등단 2006년 유심 가을 제부도에서 차상입상 2009년 부터 격월간으로 전환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 주관 통권 33호 달과 노송 발표 통권 39호 무지개 발표
꿈이 일던 날
정원/윤순희 낭송/윤순희
창공에 짙푸른 햇살과 지면에 맑은 이슬과 해변에 빛나는 포말 일던 그날 하늘은 고요했고 자연은 수줍음으로 바다의 풍요한 가슴은 희망 전부이었지. 개울 진 산골에 노을을 벗 삼아 쌀밥 짓고 누렁이 밥 짓는 아직 여물지 않은 여식은 그리움 가득한 어린 어미이었고. 하루하루 치맛자락 검게 그을진 수줍은 꿈은 초가집 뒤 안 누런 솔밭 숲 사이 해맑은 하늘에 살짝 입맞춤하곤 하였었지.
윤순희 시인 현대시선 시로 등단, 시가 흐르는 서울 2~3~4회 발표
뻐꾹새 같은 당신
시/윤기영 낭송/박세진
뻐꾹새 둥지가 그리운 날 당신에게 가고 싶다 늘 곁에 있거늘 채울 수 없는 그 소리 잔설로 잃어버린 것들 침묵하라 그러면 내 마음은 초록섬에 갇힌다 그리움이 잠든 그 자리 가을처럼 물들어 가는데 당신은 뻐꾹새처럼 계절마다 찾아오는가 거리를 돌아보면 당신의 무늬가 가득하여 쉰 목소리로 아프다 부르면 눈이 멀어 보이지 않아도 내 존재의 끝은 당신.
박세진 시인 현대시선 시로 등단, 시가 흐르는 서울 총무,
접시꽃 당신
시/도종환 낭송/심재우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 왔읍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심재우 시청역장
2010년 06월 제 4회 시가 흐르는 서울 시낭송 작품집 발행처: 시가 흐르는 서울 발행일: 2010년 6월 23일 통 권: 제 4호 다음카페: http://cafe.daum.net/maydas 편 집: 도서출판 현대시선 TEL : (02) 844-5756 070-7566-8233 E-mail-hdpoem55@hanmail.net *비매품* 본지의 책은 시가 흐르는 서울 시낭송 작품집입니다. 잘못된 책은 교환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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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행사는 다시 읽고 싶은시 80번에 소개된 이운룡교수님의 시를 윤현순 김연경이 서울지하철역에서 4회때 낭송했던 행사입니다. 서울지하철에서 문학인들과 함께 전국적으로 벌인 행사였고 우리는 초청을 받아 아주 재미있게 낭송하고 왔습니다. 이운룡교수님의 농이 초창기에는 이런 내용이었는데 중간에 보정판이 나왔습니다. 이런 역사적 상황이 있는 소중한 자료이기에 여기에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