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립관현악단 음악회 가신 분들 계신가요?
어제 너무 좋은 무대였거든요.
호탕 과감 시원시원한 이은미씨, 눈물 흐르게 가슴 먹먹해지게 만드는 장사익씨 참 대단했어요.
다만 내년 충북도지사 선거를 의식한 그 수많은 소개와 멘트와 '감히' 음악회 무대 오르는 관행에 남편과 그만 입이 딱 벌어졌어요.
객석은 이미 만원, 밖에 스크린까지 설치해 참 많은 시민들이 함께 즐겼는데 그 자리를 그렇게 이용한다는 게... 낯이 붉어졌구요.
그 목청 좋고 심성 좋고 여유 낙낙한 장사익님이 도지사 18번까지 부르겠다 하실 땐 참 마음이.....................ㅠ '찔레꽃'은 정말 가슴 찡하게 들었는데 말이에요.
이은미씨... 예전 대학 시절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콘서트를 갔을 때 이후 처음 뵌 건데
그때랑 느낌이 사뭇 달라 달라진 나를 느꼈네요.
은미씨 특유의 자기도취. 심하게 감정몰입하고 시옷 발음 버터 냄새 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 좀 많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제는... 물론 같은 스타일인데도 그 표현 너머의 주제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여전히 취해(?)계시고 여전히 시옷 발음이 강하지만...
사랑과 이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자신을 설득도 하고 숨기기도 하고 탓하기도 하는,
우리가 경험하기도 했던 그 마음이 복받치는 음성으로 전달된 것 같았거든요.
특히 '녹턴'에서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포효할 때 그 느낌이 찡하게 와닿아 눈물도 고이고...
아~~ 이젠 이은미가 들린다. 통했다. 그런 느낌이 아주 새로웠죠.
노래 부를 때,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하는 사람을 가까이 손짓해
그 휴대폰을 마이크와 함께 쥐고 열창하는 모습은
대단한 자신감이자 이은미식의 친화력이란 생각이 들었네요.
남편 또한 "저건 아무나 못하는 것"이라며 치켜올린 장면.
MR과 마이크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녀에게서 500회 콘서트의 관록이 느껴졌네요.
위대한 탄생의 인간미 없는 독설의 잔상, 그 아주 너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은미씨가 입고 있는 의상이 왠지 낯익다 생각했는데 정체를 알았어요.
'꽃빵'을 닮았더군요 ㅋㅋ
남편이 "고추잡채는 어딨어" ^---^)
장사익씨는 '천상 노래꾼'이란 느낌을 강하게 주는 정말 타고난 목청을 지니셨더군요.
성악가들과 매치해도 넉다운 시킬 정도로,
마이크 소음 날 정도로 크고 풍성한 소리.
마치 한지에 먹으로 농담을 주어가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같은.
'아버지'도 정말 좋았는데 이후의 선곡들이... 특히 부러 코믹하고 끈적한 멘트를 덧붙인 대전부르스는 좀 아니다 싶었던... 아마 행사에 가면 그런 노래들을 많이 요청받는 것 같은데
가곡도 대중가요도 운동가요도 아닌 아주 독특한 자리에서
아주 멋지게 자신만의 노래를 하실 수 있는 분이란 생각에
너무 그 재능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그런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구구절절한 행사 참석 인사 소개와
두 번이나 무대 오르내린 도지사님의 장악력(?)이
참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청주의 문화적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못내 안타까웠지만...
어쨌든 청주까지 귀한 걸음한 '달인' 두 명을 만나고 오는 길,
귀와 마음을 씻어낸 느낌입니다.
첫댓글 저도 보고 싶었는데.... 개구리 조사 가느라 못갔어요.
오늘은 백기완 선생님 노래마당에 정태춘 가수가 오신다고 했는데.... 오늘도 개구리 조사.... ㅎ.ㅎ
^^ 개구리들 노래 들으러 가셨군요.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