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30분. 내가 선택한 교양수업 시간이다. 사실 이걸 선택할때는 '고전이라면 고전 이야기를 말하는 것인가?'하면서 이야기를 공부하는건 재밌는 일이지 싶어서 신청한건데 막상 수업에 들어가보니 '古傳'이 아닌 '古典'이었다. 뭐 나름대로 배울게 많고 옛날 역사도 배우는게 꽤 재밌는 일이라 잘 선택했지 싶다. 모든것은 작가수업의 일환일 뿐이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대학로를 따라 어학원으로 가서 두번째 영어회화 수업을 들었다. 항상 짝을 맞춰서 Q&A식으로 진행하는 이 수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중 하나다. 정말 영어수업다운 영어수업을 듣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선생님께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면 뭔가 짜릿하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서 경래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잠깐 경래식당을 소개하자면 안동대 주변 맛집중 하나로 찌개류 3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무한 리필이 되는 밥과 엄청난 양의 밑반찬, 수준높은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었다. 무엇보다 밑반찬이 풍성한점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김치찌개도 정말 맛있어서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아할까...
밥을 먹는 도중에 동아리 회장 선배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늘 저녁에 있을 정기모임 시간에 시내에서 이벤트 사진관을 여시는 선배님의 일을 도와드리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또 우리 동아리에 대해서 잠깐 소개를 하자면...일단 이름은 '포크 다큐'고 동아리 활동 목적은 '다큐멘터리 메이킹'이다. 사진기도 생겼고 동영상 편집기법도 배워볼겸 해서 동아리에 들었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은것같았다. UCC대회에서 수상경력이 굉장히 많은 동아리라서 그 실력이 학교 내에서 입증되었다고 한다.
사회학의 이해 시간은 윤리교육과가 빠져서 교수님께서 수업진도를 조금 늦게 빼셨다. 덕분에 7시에 모이기로 한 포크다큐 모임에 늦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비는 멈췄는데 날은 몹시 찼다. 포크다큐 동아리 새내기 친구인 승환, 혜성과 회장 공다해 선배님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가 갑자기 회장선배님이 잠시 다녀오신다며 자리를 비우셨고...잠시 후 모임이 캔슬됬다며 미안하다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주린배를 이끌고 집으로 가다가 분식 생각이 나서 승환이랑 같이 분식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집으로 뛰어가서 우산을 가지고 나오니 이번엔 무슨 우박같은게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산에 닿자 퍽퍽 거리는 무서운 소리가 나는게 아니겠는가. 안동날씨 참 이상하다며 승환과 꿍얼거리며 분식집으로 향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을 사고 기다리면서 포장마차 밖을 가는데 이럴수가, 이번에 하늘에서 내리는건 정말 엄청난 크기의 눈이었다. 그 성경에서 보면 굶주린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서 하늘에서 커다란 눈처럼 생긴 만나라는 양식이 내렸다고 하지 않는가. 그 만나같은 눈이 솔뫼에 뿌려지고 있었다.
지름이 정말 4센티정도 되는것 같았다. 실로 엄청난 크기다. 승환과 나는 눈사람이 되서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렇게 우석과 함께 분식을 먹으며 밖을 바라보니 펑펑 눈이 계속 쏟아지다가 이내 그쳤다. 씻고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이번엔 우석의 탄성소리에 왜그러냐며 물었더니 마른 밤하늘에 날벼락이 친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 들리는 조그만 천둥소리...대체 이 동네 날씨는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첫댓글 이제 아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게 되어 반갑구나. 선생님과 우리에게 보여주는 네 생활이며, 상윤이 네게는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니 무척 소중한 시간이고 글이다. 수업과 일상을 꼼꼼히 기록하다보면 무심코 지냈다고 생각되던 날들을 다시 반추할 수도 있을게다. 수업도,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렴. 상윤아 너는 지금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진지한 삶의 길목에 들어 섰단다. 한 걸음,한 걸음 또박또박 걸어서 후회하지 않는 날들을 만들어거라. 아빠는 그 시절 왜 그리 우울했던지. 늘 밝은 네 모습이 무척 보기 좋단다.
경래식당에 나도 가봐야겠다. 다큐동아리인가? 포크는 무슨 양식당의 삼지창인지? 하여튼 한달만 지나면 카페의 빈 동영상자리에 뭔사 올라오겠군! 날씨의 묘사 정말 끝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