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이웃 본당에 미사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주임 신부님의 강론을 듣게 됐습니다. 저녁 미사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좌신부님이 집전하게 돼 있는데 미사 전 입당하신 후에 인사를 하시고 나서 약간 유머를 사용하시면서 사제 회의에 가야 하는데 하시면서 보좌신부님을 대신 보내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동료사제들과 친하지 않다고 하시며 웃음을 주셨습니다. 긴장을 한번 풀고 미사에 집중을 할 수도 있는 기분 전환용 아니면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멘트였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사실 강론을 들으면서 그 강론 내용에 대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는데 언제 한번 전하겠습니다. 감동이 묻어나고 또 신부님의 겸손이 묻어나는 강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사 최종 강복을 주시기 위한 기도에 앞서서 또 한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좀 의미심장한 내용이라 전하고 싶습니다.
이 본당에서는 평일 저녁 미사에 아동들이 복사를 섭니다. 저도 오랜만에 아동 복사를 봤습니다. 예전에는 저의 본당에도 아동들이 복사를 했는데 언제부턴가 성인도 안 서고 신부님만 집전하십니다. 미사 전 고해를 아마 본 것 같습니다. 여자 초등학생인데 바로 남학생과 같이 복사를 섰습니다. 고해소에서 여자 초등 아동에게 신부님께서 마지막에 사죄경을 주실 때 이 애가 뭐라뭐라 했나봅니다. 신부님은 사죄경을 주시다가 뭐라고 뭐라고 이렇게 두세 번 반복했나봅니다. 그러니까 하시다가 끊기도 이렇게 두번 정도 했는 것 같습니다. 그때 여 아동이 신부님께 랩하시는 것 같다고 말을 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애가 봤을 땐 자기 딴에는 사죄경이 빨랐다는 말이겠지요.
신부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방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사죄경을 주시는 것도 어쩌면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기 전에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계속 단순히 반복적인 일상처럼 반복을 하다보니 그게 그런 모습으로 변화가 됐어도 그걸 감지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언급은 이 정도 선에서만 하시고 사실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어린 아이의 속성을 먼저 언급하셨습니다. 어린 애는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표현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시면서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봤기에 신부님께서도 신부님의 모습을 더 잘 살펴보셨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이런 것도 생각해보실 수 있도록 해 준 그 여자 아동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시고 강복을 주신 후에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사실 어제 있었던 그 일에서 중요한 내용을 하나 묵상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무한반복을 하면 그 반복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다 보면 그 일이 어떤 일이 됐든 원래의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걸 한번 묵상하게 됐습니다. 신부님께서도 그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그런 묵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신앙 안에서도 이런 내용을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비일비재할 거란 생각입니다. 단적인 예로 미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강길웅 신부님께서도 방송과 유튜브에서 파우스티나 수녀님의 일기에 나오는 어떤 습관적인 영성체 사건을 언급하셨는데 신부님께서 수녀님들께는 죄송한 말씀이라고 하시면서 그런 내용으로 방송을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들이 습관적으로 그렇게 영성체 할 것 같으면 차라리 성체를 영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영성체는 예수님께서 고통이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이 됐든 세상의 삶이 됐든 동일한 모습으로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그런 맹점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걸 의식해야만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는 걸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