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개오(轉迷開悟)
일 선 장흥 보림사 주지
2014년 01월 10일(금) 00:00
새해가 떠오르니 보이는 사물마다 빛으로 찬란하고 들리는 소리마다 묘음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마다 희망과 용기로 충만한 초발심의 다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말은 벽사와 수호신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나와 너라는 관념으로 말미암아 좌우와 남북이 나왔으니 나 없는 법을 깨달아 마치 말을 길들이듯이 당근과 채찍을 함께하면 일체의 삿됨이 사라진 아름다운 세상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모든 것을 거꾸로 보는 습성이 강하여 너와 나를 나누고 대립하여 투쟁하는 업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기만이 잘살려는 이기심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삿된 생각입니다. 또한 스스로 복을 짖지 않고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착각으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습관들은 마치 용맹한 장수가 명마를 타고 단숨에 적진을 돌파하여 난리를 평정하듯이 단호히 물리쳐야 합니다. 이것이 갑오년 새해를 맞는 의미일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이 축생도를 제도하기 위해서 말의 모양을 하고 분노신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단호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두관음은 큰 입으로 어둡고 우울한 나쁜 습관을 먹으며 태양으로 변해 중생계의 어둠을 없애고 악한 무리 속에 고뇌하는 삶의 모습을 끊어버립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된 ‘전미개오(轉迷開悟)’는 ‘자기 안의 어둡고 우울한 중생심의 어리석음을 굴려서 대낮처럼 둥글고 밝은 깨달음을 이룬다’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구하는 바를 따라서 끝없이 밖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이상일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과 깨달음은 둘이 아니지만 마음 밖에서 구하게 되면 현실과 점점 멀어지고 노력한 만큼 만족하지 못하여 늘 불안하고 안정이 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삶의 현장에서 어리석은 생각이 일어나거나 몸에서 삿된 감각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리고 돌이켜야 합니다. 그러면 밖으로 달리는 생각이 멈추고 어느덧 가슴에는 뿌듯함이 고일 것입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늘 생각을 잘 돌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생각이 돌아올 곳을 먼저 믿고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생각은 끝없이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생각을 일으키는 놈은 한 번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음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영성이라고도 합니다.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스트레스는 생각과 생각이 부딪혀서 일어나는 병으로 생각은 불의 성질이 있어서 늘 머리가 뜨겁거나 심하게 되면 우울증에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일어나는 생각과 싸우게 되면 아무리 용맹스런 장군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옛날처럼 가족관계가 행복하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나쁜 생각들을 잘 돌렸습니다. 또한 친구간의 의리와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위하여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으로 돌렸습니다.
수행의 핵심은 끝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싸우지 말고 끝없이 돌리고 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수심결에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깨달음이 더딜까를 두려워하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미개오의 참된 뜻입니다. 모든 생각은 본래 완전한 영성에서 나오지만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망각해버려 집을 나온 미아처럼 헤매게 되는데 이것이 중생의 안타까운 삶의 모습입니다.
겨울 숲은 참으로 정정하고 의젓합니다. 생각의 나무는 숲과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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