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고전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연결돼야"
50여 년간의 연구, 10년의 집필과 편집기간을 거쳐 585종의 우수 한약재의 특징과 효과, 임상처방을 총 망라한 ‘임상 한약대도감’을 최근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본초학 연구의 대가인 우초 안덕균 박사(전 경희대학교 교수, 현 한국본초임상연구센터 소장)를 만났다.
‘임상 한약대도감’은 기존의 한약 사전이 약재의 성상과 성분을 설명하고, 약초 도감이 식물의 생장이나 간단한 효능만을 소개하는데 그쳤던 것과 달리 임상처방과 생태 도감이 절묘하게 배합돼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안덕균 박사가 50여 년간 진행한 한의학 연구의 집대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약재별 구체적으로 어느 질환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처방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험 데이터를 마련하기 위해 힘 써왔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연구와 임상을 병행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압축, 고전의 임상 효능을 근간으로 현대인들에 맞는 용량과 처방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고전 문헌에 국한된 지식이 아닌 현대 한국인의 생활과 식습관, 임상 현실에 알맞은 한방 치료와 응용 방법을 제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임상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원인과 치료 방법이 확실치 않은 현대인들의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환들을 양방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세계적으로 그 효능이 널리 알려지거나 새롭게 떠오르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의약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는 약재들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쥐오줌풀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힐초( 草)를 들 수 있습니다. 예부터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와서 서양의 영향을 받아 효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불면증의 경우 많은 한의사들이 귀비탕을 처방하고 있지만, 힐초의 처방을 통해 더욱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이에 대한 상세 처방을 수록했습니다. 또한 양의계에서 심장과 뇌 질환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은행잎의 효과에 대해서도 한의학적 처방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약초를 직접 눈으로 보고 연구하며, 실제 약재 사진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그는 지금껏 매주 2~3차례 국내외로 채집활동을 다녔다.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만 족히 2~300차례 이상 탑승했을 정도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 60여 차례를 비롯해 일본, 동남아, 중동, 미주, 러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 분포하는 약재들을 선별하여 수록하였습니다. 해외에 나가는 경우에는 일체 관광을 배제하고 약재 연구와 자료 조사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전에 잘못된 정보나 기상 문제로 인해 꽃을 봐야 하는데 꽃이 피지 않거나, 열매를 봐야 하는데 열매가 아직 맺히지 않는 등의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특히 약재를 찾아서 일반인들이 다니는 등산로가 아닌 험한 길로만 다니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도 끊이질 않았다.
“촬영을 위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험한 산길을 올라야 하니, 넘어지는 것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한번은 대관령 쪽에서 벌에 쏘여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이송된 적도 있고, 고산지대에서 진드기가 피부 속으로 들어가서 바늘로 직접 살을 파헤쳐 빼내기도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동·식물부터 희귀한 광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재를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2000여 장이 ‘임상 한약대도감’에 수록됐다. 국내 어느 곳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안 박사가 50여 년간 직접 발로 뛰어 모은 사진들도 그의 인생에 중요한 자산이자 자랑이다.
이 책은 더 많은 독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모든 내용이 한글로, 또한 컬러로 제작된 것도 눈에 띄였다.
그의 50여 년 연구·임상 실험을 집약한 이 책이 한의사에게는 귀중한 처방전, 한의학도에게는 친절한 교과서, 가정에서는 건강관리 지킴이, 자연탐구자에게는 특별한 생태 도감으로 두고두고 펼쳐 볼 참고서가 되길 바라는 것이 안덕균 박사의 마음이다.
앞으로 그는 더욱 약재 연구와, 임상을 통해 이 책을 더욱 보완해 나가는 작업을 쉬지 않고 진행할 계획이다. 한의계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제 한의학도 진단에서 처방, 투약까지 과학적 데이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한의학이 환자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미래에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고전을 중심으로 새롭게 현대적으로 연결된 한의학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제가 그동안 쌓아온 임상데이터와 노하우를 이 책을 통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