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뮤지컬로 만들어내 자국의 4대 뮤지컬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한 프랑스처럼, 극단 갖가지는 세계 명작을 각색하고 전곡을 창작하여 새로이 뮤지컬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단지, 한번의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보완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테디 뮤지컬로의 위상을 갖는 레퍼토리의 개발이 목적이다. 이미 가을만 되면 극단 갖가지의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듯이, 이번 7월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의 뮤지컬 【카르멘】도 시즌에 맞는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또 하나의 시도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版, 뮤지컬 【카르멘】
2002년 12월 이후 3개월 동안, 작품의 여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종자공연의 형태로 막을 올린 문화일보홀 에서의 공연은 관객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호평 속에서도 아쉬운 부분들은 좀더 극명해지는 기간이었다. 무대의 협소함, MR반주의 한계 등등.. 이에 좀더 규모가 넓은 극장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개선해보는 업그레이드 공연을 시도해본다. 좀더 넓은 시각과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작품을 평가받는 기회로서, 이를 통한 뮤지컬 【카르멘】의 완성도를 다져 스테디 뮤지컬로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클래식’의 조승우 등 가세... 우리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킨다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 그리고 지명도와 완성도 높은 번안뮤지컬 공연들... 뮤지컬 붐을 안고서 극장이 모자를 정도로 많은 뮤지컬 공연이 오르고 있다. 그 속에서 지명도와 제작비 규모에서의 열세로 소수의 우리 창작 뮤지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초연 때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영화 ‘후아유’, ‘클래식’과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조승우와 뮤지컬 ‘더플레이’, ‘유린타운’등의 이계창, 뮤지컬 ‘지하철1호선’, ‘락햄릿’의 정찬우 등의 실력파 배우들이 초연 때의 이석준, 김선미 와 함께 뮤지컬 【카르멘】에 가세한다. 여기에 ‘창작 뮤지컬 전문 음악감독’으로 불리는 구소영 음악감독과 안무의 서정선,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가 직접 예술감독으로 참여하여 공연의 완성도를 책임지면서 수입, 번안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우리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지킬 것이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카르멘! - 새롭게 제시되는 카르멘!!
오늘 현실에 따른 주제의식의 전환으로, 바람기 많은 집시 여인으로 알려진 카르멘을 모든 사랑의 권리를 스스로 정하고 자기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여인으로 그린다. 남자들은 그녀를 사랑할 수 만 있을 뿐, 그녀를 붙들 권리는 없다. 여기 그녀에게 집착하는 돈 호세의 사랑이 구속으로 다가서면서 피할 수 없는 비극이 잉태된다. 좀더 화려하고 규모가 커진 정열적인 플라맹코와 서정성 짙은 음악으로 한껏 배가된 카르멘의 도발적인 아름다움은 이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더 붉은 빛으로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매력이다.
작/품/의/도
자유와 열정에의 욕망 - 카르멘
많은 사람들이 카르멘을 다루어왔지만 말초적이고 육감적인 차원에서 해석되어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카르멘’은 그의 사랑을 자유라고 하는 커다란 명제에서 출발하여 벗어남과 집착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관점의 충돌로 표현할 것이다. 그 이유는 ‘카르멘’이 인간의 본원적인 자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르멘’의 남성 편력은 지나치게 매도되어 바람둥이 여자로만 폄하 되어 왔다. 그러나 그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인간 본래의 욕망이 있고 자기를 둘러싼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다. 즉 육체적인 메타포가 아니라 정신적인 메타포로 표현되어야 한다.
자유와 집착, 서로 다른 사랑의 몸짓으로 엇갈린 시선. (초연 장면)
비제의 ‘카르멘’은 위대한 오페라이다. 그런 명작을 어설프게 각색하는 일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비제의 ‘카르멘’이 메리메의 소설을 충실하게 표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제가 작곡했던 그 시대의 정서를 지금에 와서 그대로 작품화한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메리메의 소설과 비제의 오페라의 극적 틀을 융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그것을 토대로 21세기의 새로운 관점에서 ‘카르멘’의 캐릭터를 바라보고 그녀와 연관된 인물들의 상호관계도 재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언뜻 보면, 원작을 복사한 작품처럼 느껴지지만 이 작품은 여러 유형의 인물들이 보다 생생하게 그려지거나 새로 만들어졌다. 또 작품의 주제, 줄거리도 오페라와는 다르다. 특히, 주안한 것은 음악적인 부분인데 원작 오페라의 흐름을 타면서도 전곡을 새로 작곡하여 전혀 다른 뮤지컬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