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일 (세계일주여행 180일차 / 선양 2일차)
어제 밤에 몸이 좋지 않아 지레 겁을 먹고 타이레놀을 하나 먹고 잤습니다. 지난번에도 여행초기에
몸살을 앓아서 고생한 경험이 있거든요.
지난번에는 Kelly양이 함께 있어서 아파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 혼자 여행을 하고 있으니
아프면 정말 서럽겠죠? 다행히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거의 12시까지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가방을 싸서 맡겨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갈 곳도 없는 이 도시에서 밖에 나가지 말고 기차시간까지 숙소에서 있고 싶었지만 이 민박집은
체크아웃시간이 오후 1시까지라 계속 방에 있을 수가 없었죠.
밖으로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이미 북릉공원이나 중산광장은 다녀왔고 선양 고궁은 안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서탑가를 거닐다가 인천공항까지 꼴랑(?) 920위안이라는 여행사 광고판이
보입니다. 음..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 버릴까요? 왜 자꾸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 초기에 이렇게 마음이 약해진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보내야 해서 버스정류장에서 노선이 제일 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324번이 노선이 가장 기네요. 탔더니 버스비가 2위안이라고 합니다. 노선이 길어서 그런가봅니다.
324번은 시내 중심가를 지나 선양역을 거쳐 갑니다. 아무래도 선양역이 선양북역보다 오래된
역이다보니 번화가가 이쪽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선양북역쪽은 비니지스 거리처럼 보였는데 두 곳이 대비되는 것 같습니다.
324번은 선양역을 지나서 넓찍한 도로를 달려서 시내 외곽으로
접어듭니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나름 신도시를 건설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아파트들은 왠지 색깔도 우중충하고 금방 무너질 것처럼 부실하게 보이는데 이 사진의
아파트는 중국에서 본 아파트 중에서 제일 우아하게 잘 지어진 것 같습니다.
버스가 공장지대를 지나가고 어디까지 가야할지 몰라서 결국 종점까지 가지 않고 시장이 있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내렸습니다. 이곳까지 가끔씩 한글
간판이 보이는 걸 보니 정말 여기가 우리민족의 얼이 살아있는 곳인가봅니다. 시장에 모여있는 과일
가판에서 복숭아 몇 개를 샀습니다.
Kelly양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면서 가장 힘든게
바로 과일 사먹는 일인 것 같습니다. 비타민은 보충해야 하는데 길걸리에서 과일 사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현지인 누군가가 와서 살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마 내는지 물끄러미 보고 그 다음에 사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스윽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시내 중심으로 돌아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선양역 맞은편으로 한 정거장 정도 가면 선양 가장 중심가 보행자 거리가 나옵니다. 사실 어제 가 봤던 중화로 근처였는데 어제는 찾지를 못했더랬습니다. 태원북가(太原北街)를 따라 500m 정도 양 옆으로 쇼핑몰, 백화점, 마트, 패스트 푸드점 등이 몰려 있습니다. 제가
점심을 먹은 맥도날드가 사진에 보이네요.
맥도날드가 들어서 있는 쇼핑몰이 이 거리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데 안에 들어가보니 사람도 많고 중앙광장에 큰 분수도 만들어져 있는 꽤
멋진 곳입니다. 시원한 분수광장에 앉아서 한참 쉬었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삼성 애니콜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롤러 블레이드를 신은 행사도우미
언니들이 뭔가 나눠주고 있고 무대에서는 랩가수가 열심히 노래를 부릅니다.
공연이 끝나자 우리 행사 도우미 언니들 쉬지를 못하고 기차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기차놀이.. 학원 셔틀버스로 많이 하던건데.. 롤러 블레이드를
신고서도 할 수 있군요.. 언니들 다리 무지 아파보입니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시간이 가지 않습니다.
태원북가를 따라 서탑가로 천천히 걸어 돌아왔습니다. 태원북가 끝이 서탑가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버스 정류소로는 두 정거장입니다. 서탑으로 돌아와서 한국마트에서 몇가지 물건을 사고 민박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민박집이 있는 아파트는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동과 동 사이에 작은 쉼터가 있
습니다. 여기 앉아서 할머니들이 앉아서 윷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너무 재미있게 노셔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뭐 할거
없나 뒤적거리다가 예전에 Kelly양과
기차 안에서 오목 하던게 남아 있어서 또 추억에 젖어 들었습니다.
한참 앉아서 쉬다가 민박집에 올라가 인사를 드리고 짐을 찾아서 내려왔습니다. 이제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밤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러 갑니다. 선양은 놀랍게도
시내버스가 아주 일찍 끊기는 도시입니다.
어떤 버스는 저녁 6시가 막차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차는 8시 반경이면 끊어집니다. 덕분에 기차역에 일찍 가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지 않아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