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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 <가장 위대한 사랑 & 가장 커다란 슬픔>
<영상물 내지 해설 / 크리스토퍼 누펜 감독 / 송주호 번역 / 80분>
수천의, 아니 수백만의 사람들이 슈베르트를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마도 물어본다면, 슈베르트를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반열에 올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슈베르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생전에 혹은 최소한 다음 세기 동안 저평가되어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만이 그 진가를 알았을 뿐이다. 그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었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그는 서양음악사에서 후원 없이 오직 예술로만 살았던 첫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그가 살아있을 동안에 공개연주회가 단 한 번만 열렸을 뿐이었다. 그가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친구였던 프란츠 그릴파르처는 슬픔과 선의의 의도로, 그러나 잘못된 의미의 비문을 적었다. "음악은 이곳에 보물을, 그러나 이보다 더 값진 희망을 묻었다." 나는 슈베르트의 비석에 적혀 있는 이 문구를 놀랍도록 바뀌지 않는 오해로 본다. 슈베르트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결코 완전히 성숙을 이루지 못했으며, 위대한 대가들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저 생각은 분명 진실이 아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그늘 아래서 살았고, 그의 음악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지속되었다. 슈베르트는 스스로 이렇게 질문했다. "베토벤 이후에 감히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 답은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이다. 그리고 그가 베토벤 사후에 쓴 음악들은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는 사람들이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느끼는 것들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가장 효과가 좋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슈베르트의 음악에 감동을 받고 있음에도 슈베르트가 저평가되고 있다면, 이 영화의 목적과 잘 어울린다. 이 영화는 슈베르트의 삶이나 커리어에 촛점을 두고 있지 않다. 그 대신에 시청자들이 작곡가 자신이 느꼈던 것을을 느끼게 해주도록 슈베르트의 말과 음악을 사용했다.
영화는 베토벤의 장례로 시작한다. 여기서 슈베르트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베토벤 사후 그에게 주어진 20개월 동안 썼던 음악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그의 편지와 일기, 그리고 노래 가사를 인용하고 있다. 제목인 '가장 위대한 사랑과 가장 위대한 슬픔'은 슈베르트가 1822년 7월 3일에 썼던 꿈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꿈은 영화 전체에서 인용되어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5중주 <송어>
<내지 해설, Christopher Nupen 감독/ 송주호 번역>
1969년 8월 30일 퀸 엘리자베스 홀 연주 / 55분 / 한글자막
피아노 : 다니엘 바렌보임 / 바이올린 : 이작 펄만 / 비올라 : 핑커스 쥬커만 / 첼로 : 자클린 뒤 프레 / 더블베이스 : 주빈 메타
1969년 런던 템즈 강 남쪽 강변에 위치한 새로운 퀸 엘리자베스 홀에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세계 최고의 예술가가 될 다섯 명의 젊은 음악가들이 슈베르트의 <송어> 오중주를 연주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의 이름은 다니엘 바렌보임, 이작 펄만, 핀커스 주커만, 자클린 뒤 프레, 그리고 주빈 메타였다. 이 연주회는 8월 30일에 열렸으며, 때가 되면 이 연주회가 전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연주회에 대한 영화를 반드시 만들기로 결정했다. 영화는 그 어떤 매체보다도 이 연주자들과 그들의 예술적 개성을 기록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단순히 연주회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공연 이전의 준비 과정을 기록하고, 공연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나 연주를 할 때 등 뛰어난 재능과 활기 넘치는 젊은 음악가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는 공연만큼이나 공연 뒤에서도 나타나는 어떠한 정신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든 것은 가볍고 조용한 16mm 영화 카메라가 새롭게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카메라로 새로운 종류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전에는 결코 두지 않았던 곳에 카메라를 둘 수 있었으며, 전에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1969년에 있었던 이 작업의 결과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이 대단한 것이었다. 전에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으며,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에서 전에는 결코 본 적이 없었던 방법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었다.
영화의 첫 부분은 각 연주자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연주회 전에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장면을 마지막 7분 동안 보여주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 마지막 부분은 음악사와 영화사에서 그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연주 장면으로 이어진다. 테이크 편집이 없는 완전한 라이브 영상으로, 다섯 대의 이 새로운 조용한 카메라로 찍었다. 이것은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완성된 영화 '송어'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클래식 음악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방송된 영화일 것이다. 1994년 5월 25일에 독일 ARTE 방송에서 여덟 번째 방송이 있었다. 이 방송은 이 방송사가 설립된 이후 25년 동안 방송했던 모든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지나간 시대의,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시대의 음악으로서, 가장 잘 기억되고 있는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 프로덕션 노트 ===
슈베르트의 내면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불세출의 천재 작곡가 슈베르트를 더 가깝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매혹적인 영상물이다. 이 영상물은 두 개의 다큐멘터리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969년 8월 30일, 사우스 뱅크 서머 페스티벌 동안, 퀸엘리자베스 홀에서 있었던 슈베르트의 “송어” 오중주곡인데, 다니엘 바렌보임이 피아노, 이차크 펄먼이 바이올린, 핀커스 주커만이 비올라, 재클린 뒤 프레가 첼로, 그리고 주빈 메타가 더블베이스를 연주했다. 펄먼의 생생하고 완벽한 연주는 생기와 에너지로 가득하고, 뒤프레의 첼로는 그녀가 남긴 명연주들처럼 탁월한 솜씨다.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가 된 주빈 메타의 더블베이스 연주는 신기하다. 네 사람의 현악기 연주자들을 이끄는 사람은 바렌보임인데, 슈베르트 작품의 리듬감을 잘 살려 연주한다. 뒤 프레와 친구들이 함께한 영상은, 재클린 뒤 프레가 말하고 있듯이, “영원한 행복의 순간”을 말해준다. 음악적 동료로서 서로 간에 느끼는 우정과 센스, 음악적 즐거움과 따스한 분위기로 가득한 연주다. 오래된 장면들이지만 화질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55분이나 되는 기다란 다큐다.
또 한 짝의 다큐는 1994년에 만들어진 것이고 “가장 위대한 사랑과 슬픔”이란 제목이 붙었다. B플랫장조 미사의 키리에 부분이 조용하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면서 시작되고, 로테 레만이 “저녁놀에서”를 노래하면서 마무리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둑어둑하고 우울하다. ‘가장 위대한 사랑과 슬픔’이란 제목은 1822년 7월 3일에 그가 썼던 ‘꿈‘에서 가져온 것이다. 슈베르트의 짧은 생애 가운데 마지막 20개월에 관심을 두고, 그가 최후의 나날을 보내면서 지니고 있었던 감정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런 감정 상태가 당시 그가 썼던 음악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설명해준다.
‘가장 커다란 슬픔’이란 1827년 3월 빈에서 있었던 베토벤의 장례식을 떠올리게 한다. 슈베르트는 악성의 장례식 때 횃불을 들고 있었다. 슈베르트에게 베토벤은 신과 같은 존재였고, 베토벤의 죽음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제작자는 슈베르트가 남긴 일기와 편지, 그의 노래들에 사용했던 시편들, 그리고 친구와 가족에게 보냈던 작별편지들을 사용해서 고독한 천재 슈베르트의 당시 심경을 읽어준다. 이 영상물의 의도 및 특징을 제작자인 누펜은 이렇게 말한다. “이 영상물은 슈베르트의 삶이나 경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그 대신 보는 사람들에게 작곡가 스스로 느꼈던 것을 느끼게 해주도록” 했다. 당대의 회화작품과 많은 음악들도 슈베르트 음악과 정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주자로는 아쉬케나지, 자발리슈, 안드레아스 슈미트 등이 등장한다. 아쉬케나지는 소나타와 피아노 소품들을 연주해주고, 당대의 의상을 입은 바리톤 안드레아스 슈미트는 가곡들을 노래한다. 슈미트는 슈베르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사중주단이 실내악곡을 연주하는 장면도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이은 글>
피아노 5중주 '송어' A장조 D667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슈베르트의 나이 22세, 1819년에 쓰인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가 죽은 뒤 1년이 지난 1829년에 출판되었다. 이 곡에 ‘송어’라는 부제가 붙게 된 것은, 4악장의 유명한 변주곡의 주제로 슈베르트가 자신의 리트, 〈송어(Die Forelle)〉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리트 〈송어〉에서 생동감 있게 물위를 뛰어오르는 송어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피아노 반주의 여섯잇단음표는 이 곡에서도 전체 악장을 아우르는 모티브로 사용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모임을 위해 만들어진 곡
슈베르트는 1819년 그가 가장 신뢰했던 성악가 포글과 함께 오스트리아 북부 산지의 작은 도시였던 슈타이어와 린츠로 피서를 겸한 연주여행을 한다. 이 두 사람은 함께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거기에서 머물면서, 실베스터 파움가르트너(Sylvester Paumgartner)의 대접을 받게 된다. 그는 슈타이어의 광산업자이자 부유한 음악애호가였다. 또한 관악기와 첼로를 연주할 줄 알았던 그는 슈베르트에게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의뢰했다. 그의 집에서는 그와 친구들이 실내악을 연주했었는데,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는 바로 이 모임을 위해 작곡되었다. 특히 이 곡에 슈베르트의 리트 〈송어〉가 4악장 변주곡의 주제로 사용된 것은 파움가르트너의 제안 때문이었다.
독특한 편성
보통의 피아노 5중주의 구성(피아노와 현악4중주)와 달리 이 곡의 편성은 독특하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5중주로 작곡했다. 슈베르트가 이렇게 독특한 편성의 곡을 쓰게 된 것은 이 곡을 의뢰한 파움가르트너의 친구들로 이루어진 실내악 모임 때문이었다. 파움가르트너는 이 곡과 함께 훔멜의 5중주도 연주하려 했는데, 훔멜의 5중주 역시 슈베르트의 곡과 같은 편성으로 되어 있다.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반영하듯이, 이 곡은 상당히 연주자들의 여흥을 위해서 쓰인 듯하다. 구조적으로 꽉 짜여 있기보다는, 많은 반복을 특징으로 하고 있고, 앞에서 나온 소재들이 다시 등장할 때는 변형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단순 반복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의 독특한 편성으로 인하여, 이 곡은 인상적인 음향효과를 만드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슈베르트의 소나타 형식의 곡들처럼 이 곡의 전개부는 으뜸조에서 딸림조로 전조하지 않고, 으뜸조와 아래위로 3도 관계에 있는 조성들로 진행된다. 또한 다른 조들을 거쳐 원조로 돌아오는 재현부는 으뜸조에서 시작하지 않고, 버금딸림조(IV)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슈베르트의 초기 소나타 형식의 곡들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화성적 특징으로, 슈베르트의 독특한 화성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2악장 안단테
2악장은 두 개의 대칭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곡의 후반부는 전반부에서 제시된 소재들이 조성을 달리하여 등장한다. 이 악장에서도 슈베르트는 반음계적으로 반음씩 상행하도록 조성을 배치한다. 그리하여 조성은 F장조에서 시작하여 반음씩 상행, a단조까지 진행한 뒤 다시 원조인 F장조로 돌아온다.
3악장 스케르초: 프레스토
현악기와 피아노의 응답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푸가풍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4악장 안단티노-알레그레토
슈베르트의 리트 〈송어〉를 주제로 한 변주곡이다. 먼저 주제가 현악기들로 제시되면 피아노가 등장하면서, 그 뒤로 6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변주곡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이들 변주들은 선율의 장식이나 분위기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앞부분의 변주들에서는 주제가 각기 다른 악기들로 연주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각기 다른 조성으로 변화를 주다가, 마지막 여섯 번째 변주가 시작될 때에 조성은 다시 원래로 돌아온다.
5악장 알레그로 주스토
5악장은 2악장처럼 두 개의 대칭적인 부분으로 구성된다. 현악기가 주제를 연주하면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2주제 역시 피아노와 현악기가 교대로 등장한다. 곡의 후반부는 전반부를 거의 별다른 변화 없이 조성만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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