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기네스 <44> 울산 고래특구 장생포
고래와 함께 부르는 '부활의 노래'
- 국제신문

- 정두은 기자 tejung@kookje.co.kr
- 2012-02-16 18:47
 |
고래잡이 금지와 함께 주민들이 떠나면서 울산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전락했던 장생포 신화마을이 최근 지역 예술인들이 마을 담장 전체를 벽화로 꾸미면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고 있다. 정두은기자
|
|
울산 남구 장생포는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 특구'다. 최근 이곳에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술인촌 조성과 국내 최초의 고래 테마마을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장생포는 1980년대까지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쳤으며 우리나라 해양관광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고래 관경사업의 시발지이기도 하다. 고래 테마마을 조성사업은 이 같은 장생포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이다.
■고래마을 장생포의 부활
울산 장생포는 1889년 조선과 러시아 간에 장생포 설치 협약체결로 국내 첫 고래 해체장이 들어선 곳이다. 이후 100여 년간 장생포는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중심기지였다. 수십 척의 고래잡이 배가 울산 연안에서 잡은 고래를 장생포로 가져오면 마을 주민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이곳에서 해체된 고래는 순식간에 전국의 고래고기 음식점으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1986년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생업을 잃은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 1만2000여 명에 이르던 인구는 1700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장생포를 부활시킨 전주곡은 2005년 5월 울산에서 열린 57차 IWC(국제포경위원회) 고래총회다. 세계 각국의 고래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래총회는 장생포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고래문화를 지키고 있는 독보적인 마을이라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시기 장생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래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2009년 7월께는 고래바다여행선이 첫 상업 운항에 들어갔다. 같은 해 11월 고래 생태체험관도 개관됐다.
■예술인촌 탄생과 테마마을 조성
장생포 신화마을은 울산지역에서도 대표적인 슬럼가였다.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주민들이 떠난 마을은 몇 년 전만 해도 허름한 담장과 빈집,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낡은 건물로 가득 찬 곳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예술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몰라보게 변했다. 가파른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노후 주택의 골목 담장은 형형색색의 벽화로 가득 찼다. 이 같은 변신 덕에 신화마을은 지난해 상영된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또 이곳에는 지난해 서양화가 송주웅(51) 씨가 작업실을 마련,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구 측은 "19억 원을 들여 마을 내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예술촌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생포는 2008년 8월 정부에 의해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 특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장생포 지역 일대 164만 ㎡에는 2014년까지 모두 4개 분야, 14개 단위의 특화사업이 추진 중이다. 남구가 실시설계를 거쳐 오는 9월 공사에 들어가는 고래문화 테마 마을 조성도 포함돼 있다. 사업비는 국비 78억 원과 시·구비 126억 원 등 모두 204억 원. 남구는 오는 9월 공사에 착수해 2014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테마마을은 장생포 근린공원 내 부지 3만5000여 ㎡에 들어선다. 마을에는 고래 해체장을 비롯한 고래고기 음식점이 들어서는 등 과거 고래잡이 전성기 때의 마을 전경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이외에 한국형 귀신고래를 명명한 미국의 탐험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박사와 당시 포경선의 포수와 선원들이 살았던 가상의 집도 건립된다. 남구 측은 고래 테마마을은 모형마을을 넘어 지역 주민을 이 마을에 실제 정착도록 해 이곳을 영화촬영지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장생포와 고래집
장생포 도로변에는 고래고기 전문집이 즐비하다. 지역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이들 고래집은 10여 곳에 달한다. 장생포에 고래집이 집중된 것은 울산의 음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울산의 음식문화는 고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래고기를 즐겨 먹는 음식문화가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고래고기는 울산 시민이 즐겨 찾다 보니 전국 소비량의 80%가 이곳에서 소비되고 있다. 동해안에서 혼획(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힌 것) 고래가 발견되면 바로 울산의 고래집으로 연락이 온다. 지금도 장생포 주민들에겐 포경에 대한 향수가 짙다. 그러다 보니 항상 포경과 반포경 논란의 중심에는 장생포가 있다.
# 고래라면 없는 게 없다… "보고 먹고 즐기세요"
- 고래바다여행선·박물관·생태체험관 코스
- 연평균 50만 명 관광객 찾아오는 등 인기
|
 |
|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내 수족관에서 돌고래들이 재롱을 부리고 있다. |
고래마을 장생포에는 볼거리가 유난히 많다. 고래 특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가운데 고래 바다여행선과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은 장생포를 찾는 관광객들에겐 필수 코스다. 연평균 50만 명의 관광객이 고래 문화를 즐기려고 장생포를 찾고 있다는 게 남구 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남구가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고래 바다여행선은 여름방학과 피서철이면 한 달 전에 승선 예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폭발적이다. 본격적인 고래탐사는 고래를 발견할 확률이 높은 4월~10월께다.
지난 2005년 5월 개관한 고래박물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래관련 유물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1986년 포경이 금지된 이래 사라진 포경 유물을 수집, 보전·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내에는 13.5m에 달하는 한국계 귀신고래 실물모형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은 개장 이후 전국에서 연평균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중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가 높은 것은 단연 고래체험관이다. 고래 골격 만져보기, 고래 소리 들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좀 더 친근하게 고래를 느낄 수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2009년 10월 일본 다이지 순치장(야생의 고래를 잡아, 우리 안에 가두고 키우는 곳)에서 들여온 돌고래 3마리가 5m 높이의 대형 수족관에서 갖은 재롱을 부리며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들 돌고래도 엄연한 남구 주민이다. 이름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격인 고래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고래 주민등록증도 갖고 있다. 남구 측은 이달 중으로 일본 다이지 순치장에서 다섯 살 된 암컷 돌고래 2마리(1억 4000만 원)를 들여올 계획이다. 돌고래 자매는 1개월가량 적응훈련을 마친 뒤 시민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