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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절 후 초록빛 자람의 시간,
가정·교회·온세대가 함께 자라는 테바 부모교육
오랫동안 경험한 교육목회 부모교육의 현장에서의 첫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자녀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고 구체적인 방법도 궁금해하며 질문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물음 안에는 사춘기 자녀와 끊긴 대화, 스마트폰을 지도하는 일의 어려움, 예배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아이를 향한 걱정이 함께 담겨있었다. 사랑은 깊은데 그 사랑을 전할 대화의 언어가 막막하고, 믿음을 권면할수록 자녀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여 속상하다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신앙부모로의 자리를 함께 돌아보고 자녀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강의를 듣고 마치는 시간에는 오히려 처음 물었던 질문 방향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의 말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대답할 말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자녀를 위해 기도했지만 자녀와 함께 기도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막상 자녀를 바꾸는 방법을 찾던 부모가 자신의 말과 표정을 돌아보고,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으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려면 부모가 어떻해 해야하는 다시 묻는다. 다음세대 자녀와 함께 성장하고 자녀와 함께 소통하는 체계적인 부모교육은 바로 이 부모의 질문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국가통계와 한국교회의 조사도 교육목회 현장의 이러한 경험을 뒷받침한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중 하루 두 시간 이상 부모와 대화한다는 청소년의 비율은 2020년 조사보다 아버지가 8.7%포인트, 어머니가 18.0%포인트 늘었고, 부모와 함께 여가를 보내는 빈도도 높아졌다. 대화의 시간이 늘어난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이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그 시간을 삶의 의미와 믿음을 나누는 시간으로 깊게 만드는 일이다. 또한 목회데이터연구소와 사단법인 꿈이있는미래가 7개 집단 3,308명을 조사한 『한국교회 다음세대 트렌드 2026』은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 준다. 교회에 출석하는 중고생 가운데 복음을 확신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3%였다. 부모와의 관계가 친밀한 청소년에게서는 59%, 정기적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는 청소년에게서는 75%로 높아졌다.
다음세대의 신앙은 교회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더불어 가정에서 경험하는 관계, 부모의 실제 신앙생활, 일상으로 이어지는 예배의 리듬을 통하여 깊어지는 것이다. 이제 부모의 질문 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교육의 질문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다음세대에게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와 더불어, 부모가 신앙의 언어를 배우고 자라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교회가 교육과 관계와 실천의 길을 마련할 때 부모는 신앙교육의 책임을 은혜 안에서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위기 속에서 아들을 살릴 길을 준비했던 요게벳은 갈대를 엮어 상자를 만들고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여 물이 스며들 틈을 메워 생명을 살릴 상자를 마련했다. 성경은 이 갈대상자를 히브리어로 ‘테바’라고 부른다.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에서 노아와 그의 가족, 여러 생명을 품었던 방주에도 같은 단어가 쓰였다. 테바는 위기의 시대에 생명을 품고 하나님의 미래로 건네는 교육목회의 아름다운 상징이다. 부모의 사랑으로 갈대를 엮고, 교회의 말씀과 돌봄으로 틈을 메우며, 온세대의 기도와 동행으로 물길을 살피는 교육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테바부모교육이다.
이제 우리는 9월의 교회력 속에서 성령강림절 후의 초록빛 시간을 지나고 있다. 여름 사역에서 받은 은혜가 가을과 함께 가정의 식탁과 잠자리,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 뿌리내리는 계절이다. 다음세대와 함께 걷는 이 기간을 신앙의 성장과 교육, 목회와 선교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가꾸고, 교회교육의 시선도 다음세대와 함께 부모와 가정, 온세대 신앙공동체의 성장으로 넓어질 수 있도록 테바부모교육을 위한 캠페인을 실천해 보기를 제안한다.
<테바 가정캠페인 ― 하루 10분, 신앙의 언어를 배우는 집>
첫 번째, 테바 가정캠페인은 하루 10분, 신앙의 언어를 배우는 집이다.
테바교육의 첫 자리는 가정이다. 가정신앙교육은 부모가 많은 성경지식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기보다 자녀의 하루를 세심하게 듣고, 그 삶을 말씀과 기도 안에서 품는 데서 시작된다. 잠들기 전 하루 10분 동안 성경 한 절을 읽고, 그날 감사했던 일과 마음이 어려웠던 일을 한 가지씩 나눈 뒤, 아이의 이름을 불러 축복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이어질 때 가정의 언어가 달라진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는 일이다. 자녀에게 “왜 그랬니?”보다 “그때 네 마음이 어땠니?”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신을 설명할 공간을 얻게 된다. “기도해야지”보다 “그 마음을 위해 함께 기도해도 될까?”라고 다가갈 때 기도는 관계를 품는 은혜의 시간이 된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20분을 함께 걷는 ‘테바 산책’도 가정교육의 좋은 리듬이다. 부모와 자녀가 나란히 걸으면 부모가 아이의 고민을 곧바로 해결해 주지 못해도 그 길을 곁에서 함께 걷는 경험은 오래 남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정답보다 자신의 말을 기다려 주고 함께 한 시간에서 신뢰를 배우고 느끼게 된다. 신명기 6장의 쉐마는 집에 앉았을 때와 길을 걸을 때, 누울 때와 일어날 때 말씀을 나누라고 가르친다. 이처럼 신앙은 특별한 행사에만 머무는 지식이 아니라 생활의 리듬을 따라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언약의 삶이다.
크리스천 스미스와 에이미 애덤칙은 『신앙 물려주기(Handing Down the Faith)』에서 부모의 실제 신앙생활과 부모·자녀 관계가 자녀의 신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자녀는 부모가 들려준 말씀과 함께 그 말씀을 살아내던 표정과 태도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테바 교회캠페인 ― 부모를 세우는 테바부모품톡>
두 번째, 테바 교회캠페인은 부모를 세우는 테바부모품톡이다.
부모도 자녀의 발달단계에 따라 새로운 역할과 관계를 배워야 한다. 엘런 갈린스키는 『부모됨의 여섯 단계(The Six Stages of Parenthood)』에서 부모됨을 이미지 형성기부터 떠나보내기까지의 발달과정으로 설명한다. 영유아를 품는 부모와 사춘기 자녀의 문 앞에 선 부모에게는 서로 다른 배움이 필요하다. 자녀가 성장할 때마다 부모도 이전의 방식을 성찰하고 새로운 부모됨을 익힌다. 우리의 부모교육도 생애주기를 따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기에는 애착과 사랑의 경계를 배우고, 아동기에는 학교와 문화를 복음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청소년기에는 통제의 언어를 대화와 상호존중의 언어로 바꾸어 간다. 청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축복하며 떠나보내는 사랑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움은 부모신앙교육 가이드북을 활용하여 지교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필자가 집필에 참여한 『테바 부모교육 ― 부모품톡』(한국교회다음세대전략연구소)은 교회마다 6주 과정의 ‘테바 부모품톡’을 교육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첫 시간에는 하나님 안에서 부모의 정체성과 소명을 발견하고, 이어 부모 자신의 성장 경험과 상처, 자녀에게 품은 기대를 돌아본다. 자녀의 감정을 공감하는 대화를 연습하고, 사랑의 권위와 성경적 훈육을 배우며, 하나님께서 자녀 안에 심으신 은사와 꿈을 기다리는 법을 나눈다. 마지막 시간에는 말씀과 기도, 대화와 생활의 리듬을 각 가정의 언어로 정리하여 가정신앙교육의 약속을 세운다. 모임은 ‘마음톡―바이블톡―삶톡―맘모아톡―톡기도’로 흐른다. 부모의 고민을 나누고 그 삶의 자리에 말씀하시는 성경을 만난 뒤, 한 주간 실천할 변화를 선택하고 서로의 가정을 위해 기도한다. 이처럼 부모의 삶에서 출발해 말씀을 만나고 성찰과 실천이 이어지는 배움은 부모의 언어와 가정의 문화를 바꾸게 된다.
<테바 온세대캠페인 ― 한 아이 곁에 믿음의 어른들을 함께 연결하는 교회>
세 번째, 테바 온세대캠페인으로 한 아이 곁에 믿음의 어른들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다.
가정신앙교육은 부모의 역할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하여 온세대 신앙공동체로 이어진다. 한 아이의 믿음이 자라는 자리에는 가정의 부모, 교회학교의 교사,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 이름을 불러 기도하는 성도들의 손길이 포개진다. 아이는 여러 세대의 사랑을 경험하며 자신이 어느 부서의 등록인원이 아니라 교회가 오래 품고 동행하는 한 사람임을 배운다. 교회 안에 ‘한 아이 곁의 세 사람’을 세워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아이의 하루를 품는 부모, 교회학교에서 말씀과 삶으로 동행하는 교사,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불러 기도하는 온세대 기도동역자이다. 세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아이의 감사 제목과 기도 제목을 나누면 가정과 교회 사이에 살아 있는 교육의 통로가 생긴다. 아이에게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에도 여러 어른이 함께 살피고 기다리며 적절한 도움을 연결할 수 있다. 장년과 노년 성도들은 삶의 어려움에서 경험했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들려주는 믿음의 조부모가 되고, 청년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다가가는 믿음의 형과 누나가 된다.
온세대 예배와 식탁교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봉사와 축복기도는 다음세대가 교회의 기억 안에 뿌리내리도록 돕는다. 존 웨스터호프는 『우리 자녀가 신앙을 가질 것인가(Will Our Children Have Faith?)』에서 신앙이 공동체의 예배와 관계, 이야기와 삶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온세대 교육은 세대를 한 공간에 모으는 행사보다 서로의 이름과 삶을 알고 신앙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깊어진다.
나아가 테바 온세대캠페인은 교회 밖의 가정과 만나는 전도의 길로도 이어진다. 자녀 양육을 고민하면서 교회와 접점을 찾지 못했던 이웃 부모에게 공개 부모강좌와 가족 산책, 부모·자녀 감정대화 모임을 열어 줄 수 있다. 교회가 부모들의 수고와 불안을 먼저 듣고, 경쟁에 지친 가정이 숨을 고르며 자녀의 마음을 새롭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때 복음은 환대와 관계를 통하여 전해진다. 아이의 친구를 초대하는 친구초청과 그 부모를 부모교육과 가족모임에 초대하는 가족초청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한 번의 행사 이후에는 교사와 기도동역자가 그 가정의 이름을 기억하고, 부모모임과 온세대 예배로 관계를 이어 간다. 친구초청이 아이 한 사람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한 가정이 신앙공동체의 사랑을 경험하는 관계전도로 깊어진다.
<부모도 자라고, 교회도 함께 자라는 테바교육>
요게벳이 만든 테바는 갈대 한 줄로 완성된 상자가 아니었다. 갈대를 정성껏 엮고, 물이 스며들 틈을 메우고, 아이를 품에 안듯 그 안에 누이는 손길이 모여 생명을 살리는 자리가 되었다. 다음세대 신앙교육도 한 번의 프로그램이나 한 사람의 열심으로 완성되는 사역이 아니라 가정의 생활과 교회의 교육, 온세대의 관계를 촘촘히 엮어 가는 긴 호흡의 교육목회이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며 자신의 상처와 기대를 돌아보고 사랑의 언어를 배운다. 교사는 아이를 가르치며 한 가정의 형편을 이해한다. 담임목회자와 당회가 다음세대 사역을 교회 전체의 미래를 세우는 목회정책으로 품을 때, 부모교육과 교회교육과 온세대 교육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번 가을, 한국교회마다 세 가지 테바 캠페인이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가정에서는 하루 10분의 말씀과 축복이 흐르고, 교회에서는 6주 동안 부모의 삶을 돌보는 배움이 열리며, 온세대 공동체 안에서는 한 아이의 이름을 기억하는 믿음의 어른들이 세워지는 모습이다. 이 세 가지 실천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교회가 이미 지닌 말씀과 사람과 사랑을 다음세대의 삶에 바르게 연결하는 일이다. 성령강림절 후의 초록빛 계절은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의 시간을 묵상하게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믿음을 전하는 동안 부모의 신앙도 깊어지고, 교회가 가정을 세우는 동안 교회의 교육목회도 성숙해진다.
훗날 다음세대가 자신의 믿음의 여정을 돌아볼 때, 흔들리던 시절에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 기도해 준 부모와 교사와 성도들이 있었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도록 돕는 교회에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미래도 자라나게 될 것이다.
테바 이진원 목사 (Th.D.)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이사
CTS마을아기학교 대표강사
서울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노회 여교역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