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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전자전거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어퓨굿맨(박창호)
다음글은 우리공장 산악회에서 정통산악 열혈멤버 4명이 최근(11월)에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등정기입니다. 이글을 쓴 마삼선이란 분의 허락을 얻어 이곳 대자동게시판에 올립니다. 제가 보기에 이글을 쓴 분의 필력이 대단합니다. 우리공장에서도 모르는게 없는 잡학박사로 통합니다. 글이 분량 많습니다. 긴 호흡을 하신다음....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고 회장님, 초이님을 비롯한 우리 대자동의 짐승급 산악인들은 한번쯤 에베레스트 도전의 꿈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
어퓨굿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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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여신 품에 안겨 행복을 만지다
-전력연구원 산악회 안나푸르나 ABC 등정기-
곡식이 가득 찬 곳으로 풍요의 여신이라는 안나푸르나는 푸른 지구가 하늘을 향
해 피워 낸 하얀 연꽃이었다. ABC(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nnapurna Base Camp)
는 백련의 꽃술자리 7천m이상 7개, 6천m이상 2개 등 9개의 고봉을 꽃잎으로 둥그
런 화엄세계를 만들어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가없는 기쁨과 찬탄을 준다. 아! 안나
푸르나, 그녀의 품에 안겨보라 그리고 행복을 두 손으로 만져보라. 나의 삶이 얼마
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지니-.
다시 내려올 산을 왜 가시나요? 많이들 묻는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가 많
지만 아직까지는 영국 산악인 멜러리의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가 현답으로 꼽힌
다. 언제부턴가 나의 산행은 걸음이 아니라 사색이고 명상이자 구도의 길일 뿐 건
강과 즐거움과 놀이와는 멀어졌다. 가자, 히말라야로... 행복을 찾아 떠나 보자.
우여곡절, 직장인에게 한주 이상의 장기휴가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 5월, 7월 계
획이 연기되고 11월 마지막 기회조차도 쉽지 않아 결국 한분은 포기하였지만 저질
러 보기로 하였다. 가끔씩 뉴스에서 보는 히말라야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
한 곳으로 가족들과 동료들의 걱정을 뒤에 안고 떠나기로 하였다. 7박9일의 장도는
준비물에 대한 신경도 이만저만 아니다. 새옷 새신발 음식물을 꼼꼼히 준비하였다.
2009년 11월 20일 새벽 4시에 버스에 올랐다. 30여분 후 조치원에서 일행이
될 분들이 탄다. 6시50분 인천공항에 도착 출국절차를 밟고 7번 게이트에서 9시
40분 KE695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주위의 네팔인(동대문 옷을 수입한다
는 분, 왜관 공장에서 일하는 분)과 말이 연결되어 궁금증을 터뜨렸다. 이번 산행은
지루할 것 같아 네팔 노래 3곡을 배우고자하니 유명한 노래를 가르쳐 달랬다. ①
렛셤 피리리 ② 쟝바래 쟝바래 쑨다쑨다해 마이쨩해 ③릴리코 라바가래, 전통술 중
등산시 마셔야 할 것은 : 쿠크리럼(몸을 덥혀 줌), 전통음식은 : 달밧, 양고기, 닭고
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데 등산복차림의 노신사가 렛셤 피리리는 ‘비단이 날린
다’라는 의미를 가진 유명 민요라고 귀띔해준다.
비행기의 굉음과 육중한 이륙 무게는 여행의 시작이다. 가져온 신문을 뒤적이는
데 마침 이번 여행의 테마인 행복을 사전에 예고하는 듯한 법정스님의 ‘행복의 기
술’의 서평기사에 깊은 성찰의 내용이 보인다.
‘사람은 저마다 우주의 선물이고 자기만의 선물이다. 삶이란 우리 한사람 한사람에
게 주어진 행복이다. 진정한 행복은 ’지금여기‘,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행
복은 문을 두드리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안에서 우러나오고 있는 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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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은은하게 스며 나온다 삶의 . 기술이란 남과 비교하지 말 것, 움켜잡기 보다는
쓰다듬을 것, 오래된 것을 아름답게 여길 것, 가끔 기도할 것. 모든 성인의 가르침
의 첫 번째는 남을 도우라는 것이며 이웃은 내 복을 일구는 밭이다. 침묵을 배경으
로 하지 않는 언어란 공허하다. 내말은 이쯤하고 나머지는 자연에게 들으라.’
법정스님은 언어의 마술사이다. 어쩜 이렇게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기내 잡지인 모닝 캄에도 좋은 싯귀가 보인다. 만남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
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시이다. 위대한 히말라야 산들에
게 이 시를 바치고 싶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Say GoodBye, Wave Hello
별이 뜨는 길을 따라 It's time to follow the starry path
당신에게 돌아갈 시간입니다 Back to your door
당신은 나의 고향 You are my home
오랜 기억속의 미래 You are the final stop in the track of
당신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은 my life But I am here
지구의 마지막 추운 땅 Farthest away from you
풍경들에게 짧은 인사를 건넵니다. Here, the coldest place on Earth
안녕, I say farewell to place
풍경이 저무는 그림자 속 당신들에게도 Goodbye,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지요 Even to those setting under the shadow
그리움이여 적막이여 of memories
스쳐가는 길마다 ......
저녁 냄새로 남았던 당신의 조각들이여
만남보다 익숙한 헤어짐의 순간이여
안녕,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기내에서 다른 여행객이 준비한 책자 중 어떤 여행사에서 출간한 서적에는 고산
등반시 나타나는 고산증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있다. 대기압은 4천m에서는 60%로
감소하고, 5천5백m 높이에서는 50% 수준으로, 8천8백m에서는 33%로 감소한다.
고산병의 증상은 식욕이 줄고 소변량이 감소한다. 우리가 올라갈 ABC는 지상 보다
압력이 40%나 감소한 곳이다.
인천서 카트만두 까지는 비행기로 7시간 거리이며 한국과의 시차는 3시간 15분.
오랜 비행 끝에 카트만두 상공에 도착하여 착륙하기까지 여러 번 공중회전을 한다.
저 멀리 눈 덮인 고봉들이 보였다 사라지곤 한다. 조그마한 국제공항이다. 무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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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자는 현지에서 직접 비자를 받아야 한다. $25을 내고 등록하는데 1시간 반이
걸린다. 모두들 행정의 비효율에 힘들어한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지만 우린 너
무 속도에만 집착하지 않는지 자성하며 밖으로 나오니 여행사에서 환영의 메도우골
드 노란 꽃목걸이를 걸어 주며 반긴다. 인근의 국내공항으로 이동한다. 열악한 시설
불결함 무질서 익숙하지 않는 것들이다. 전세 비행기로 한국인 25명이 포카라
(Pokhara)로 이동한다. 오른편 좌석에서는 히말라야 연봉이 볼 수 있다는 말을 듣
고 앉은 우측에서 본 석양에 물든 설산은 탄식을 자아낸다.
45분간 소형비행기로 날라 어둑해질 무렵 포카라에 도착했다. 이온음료인 포카
리스웨트의 포카리는 일본사람들이 포카라에서 따온 호수라는 뜻이란다. 버스를 타
고 호수의 도시에서 가장 먼저 가본 곳은 역시 페와(Fewa) 호수이다. 어둠 속에 담
긴 호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섬으로 간다. 신전 참배객이란다. 호수 인근
의 전통시장에는 많은 토산품 상점과 음식점, 등산용품 점이 즐비하다. 30분간 시
간 동안 잠시 살펴보고 일행과 맥주로 목을 추긴 후 버스에 올라타 숙소로 간다.
Fulbari Resort & Spa 낮지만 고급스런 호텔이다. 로비에서 기다리는 데 전통
의상의 멋쟁이 아가씨들이 다가와 카지노 무료 이용권을 나눠준다. 500루피 약 $7
정도의 떡밥이다. 미인계는 으뜸 전략중의 하나이다. 뷔페 식당이 붐벼 19시30분
부터 우리차례이다. 식사 후 소주로 집 떠난 수심을 달랜다.
산행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잠에서 깨어 호텔정원을 둘러보다 멀리서 들려오는 폭포소리
에 끌려 다가가니 어둠속에 보이는 낭떠러지가 까마득하다. 리조트에 웬 낭떠러지?
조식을 마치고 짐을 정리한 후 다시 정원에 나가보니 마치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처
럼 침식된 협곡위에 리조트가 있었다. 저 밑의 협곡에는 폭포가 있고 강물이 흐른
다. 나마스테, 산책나온 현지인에게 인사를 건네자 자기는 카트만두 정부의 관계수
로 관련 공무원인데 엊저녁 워크샵을 이곳에서 하였고 저기보이는 저 물길은 지하
자연 수로에서 나온 빙하수란다. 저멀리 설산과 깊은 협곡을 배경으로 찰칵, 찰칵..
7시반 기념촬영 후 리조트를 출발하여 포카라 시내를 지난다. 마침 장이 열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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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이 보인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정겹다. 협소한 고속도로를 달려 9:10에 페디에 도착하여 포터들이 등짐을 지고 산
행이 시작된다.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인천공항에서 들은 쿠크리럼 주가 보여 $3을
지불한다. 모두 한모금씩 독한 술을 마시고 산행을 나선다.
길 주위에는 듬성듬성 민가가 있고 어린이의 호기심 어린 초롱한 눈 빛, 일행의 배
낭에 달려있는 풍선을 보고 발룸 바룸 아마 벌룬이란 풍선을 말한 것 같이 나의 풍
선은 먼저 떼어 주었다. 2간 후 담푸스 도착하니 전망 좋은 곳에서는 이곳 사람들
이 무슨 행사를 하는 중이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가 11:30에 포타나에 도착하였
다. 점심을 준비하여 야외 진듸위에서 멋진 오찬.
비교적 평평한 길이 톨카까지 이어진다. 준비해간 네팔어 연습을 하면서 가이드에
게 발음 교정을 요청한다. 일행 중의 활달한 성격의 조치원 홍여사는 지겹도록 배
운 말을 반복하며 길을 걷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머 띠미 라이 처. 그리고
멋쟁이라는 말을 배워 재미있게 적용한다. 순달(남성), 순달이(여성) 덕분에 생각지
도 않았던 말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중국 출장 중 만찬 때 술이 익어갈 무렵 안내
자에게 멋쟁이의 중국말을 알아낸 후 건배를 제의하여 저기 저 쉬아이꺼를 위해 건
배를 제의하자 깜짝 놀라 좋아하던 기억이 난다. 멋쟁이라는 단어는 어느 말에서도
좋나 보다. 일본어는 스고이로 기억된다. 길을 가다보니 Sundar라는 로지도 보인
다. 그 후 홍여사의 별명은 순달이가 되었다. 톨카부터는 급한 내리막길이다.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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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인 레샴 피리리 를 배운다 ‘ ’ . “레섬 피리리 레셤 피리리 우데라 자운끼 단다마
번쟝 레셤 피리리” 가이드 로샨이 적어준 대로 따왔다. 카트만두에서 한국어학과를
나온 로싼도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서는 말을 못한다. 인천공항에서 노신사는 인터
넷에서 찾아 보니 ‘비단 손수건이 바람에 휘날린다’라고 했는데...대관절 무슨 의미
이길래,
알아보자 이 노래의 뜻들을
①목련화가 피었네, 너는 언제 피는 꽃이니, 떨어지는 목련 꽃잎은 흰새가 날개짓하
는 것 같구나, 하얀 새가 계속 날고 있네, 너는 매우 피곤하겠지, 잠시 날개짓을 쉬
고 싶지 않니, 아니면 계속 아주 멀고 먼 곳으로 계속 날아가고 싶은 거니
②너와 나사이의 우리들의 삶 속에 화사한 비단 깃발이 펄럭이네
③축제의 날, 축제의 날, 산안부에 있는 사슴 한마리, 한방에 잡을까 두방에 잡을까
생각하다가, 예쁜 여자에 반해 사슴을 놓쳐버리고 예쁜 아가씨만 얻었네 축제의 날,
축제의 날
④나뭇잎이 파르파 산바람에 파르파 떠는 소리
⑤개는 멍멍 고양이는 야옹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길에서 영글다.
⑥Resham firiri, Resham firiri, Udeyara jounkei, dandaa ma bhanjyang,
Resham firiri "My heart is fluttering like the silk in the wind. I cannot
decide whether to fly or to sit on the hill top."(나의 마음은 바람속의 비단조각
처럼 휘날리네, 날아서 갈까 언덕위에 앉아 있을까 나는 어찌할 수 없네)
- 'The unfinished poem‘, The Tribune, 2005. Jul, 10. Chandigrh, India
그렇다. 우리가 아리랑의 뜻을 모르듯 이들도 모르는 것이구나. 그리고 상황마다 가
사를 붙이며 후렴으로 부르는 것이고. 마지막 ⑥의 트리뷴지 기사는 아무래도 같은
문화권이니 믿을만하겠지. 연모의 마음이 바람에 휘날리는 비단같이 생생하지만 어
떻게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것으로 ‘정든임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
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뻥긋’하는 밀양아리랑과도 닮아 보이네. 아! 사랑이란 왜 이
다지도 애닲어야만 하는가....
4:30에 란드럭의 Hungry Eye 로지에 도착하였다. 저녁식사는 7:30에 가능하여 짐
을 풀고 남는 시간 2층 식당에서 먼저 가져온 소주를 마신다. 저녁을 마치고 일행
들의 소개를 하고 잘 지내자 언약을 한다. 어제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 임시 케
익이 만들어지고 생일 송을 합창한다. 아래층이 소란스러워 내려가 보니 춤판이 벌
어졌다. 카세트에서는 잘게 부숴지는 음악에 맞춰 커플댄스가 현란하다. 나도 끼어
들어 아까 인사를 나누었던 프랑스 여자와 그리고 로지의 3명의 딸들과 춤을 춘다.
그중 10살 된 막내는 주위사람들의 손을 잡아 춤을 추라 권한다. 어린 것이 맹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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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일까 아님 이곳의 문화일까 . 나는 재미있었다. 춤도 끝나가고 바람을 쏘일 겸 동
네 길을 걷다가 길 아래 있는 Peaceful 로지에 들리니 같이 왔던 낯익은 포터들의
얼굴이 보여 어울렸다. 맥주를 쐈다. 음식이 요리되고 노래가 합창되고 농익은 밤은
10시가 넘어서야 잠잠해졌다.
둘째날
좋은 날씨다. 모닝콜과 함께 짜이 우유차가 건네진다. 미역국과 조개젓 이런 산중에
서 호사를 누린다. 산등성이에 조금 평평한 곳은 전부 다락밭을 만들고 동네를 만
들어 놓았다. 저 앞산 마을은 간드럭이라는 큰 동네란다. 동네 밑으로 실날같은 폭
포가 흘러 내린다. 란드럭을 지나오니 내리막길이다. 하얗게 흐르는 강이 지척이다.
강변길에는 큰 숲이 펼쳐진다. 9:15에 뉴브리지에 도착하였다. 150m 는 족히 될
현수교 출렁 다리를 조심스레 건넜다. 강은 산의 맥을 달리하는 경계다. 산맥이 바
뀐다. 마을에 도착하니 마차푸차레(Machhapuchhare) 魚尾峯이 멋진 자태로 다가온
다.
마차푸차레는 안나푸르나의 수문장이다. 태양을 향해 처든 창검처럼 뾰쪽하며 물고
기 꼬리처럼 봉우리가 V모양이다. 햇살을 받아 빛나는 기상 높은 봉우리를 왜 Fish
Tail 어미봉이라 했을까? 산행 내내 궁금함이 머리에 맴돌았다. 저 산꼭대기에 낮은
곳에 사는 물고기, 거기다 꼬리까지, 선뜻 이해되니 않는 수수께끼였다. 네팔에서는
파괴의 신 시바와 부인 파르바티가 살고 있는 곳으로 신성시 되어 어느 누구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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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허락되지 않았단다 누구든 마차푸차레의 . 아름다움과 높은 기상에는 공감한다.
왜 그런 이름이 생겼을까... 이름은 정체성이다. 그 이름이 계속되는 것은 거기와 이
름이 어울 리가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고 차이가 나면 이름은 바뀌기 마련이다. 땅
이름을 짖는 사람을 지관이라 한다. 지관은 땅의 기운과 형상을 보고 거기에 맞는
이름을 짖는다. 궁합이 맞으면 이름은 계속된다.
마차푸차레의 의문은 카트만두 시내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의 집에서 보았던 쌍어문
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물고기 두 마리가 둥그렇게 꼬리를 물려고 하는 그림이 쿠
마리가 등장하는 정면에 그려져 있었다. 쌍어문은 신어사상으로 우리나라 김해 김
수로 왕릉에도 있다. 부산 범어사도 신어사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옛 메소포타미아
전설에 의하면 지구에 대홍수 때 엔키라는 큰 물고기의 도움으로 몇 사람이 살아
남아 인류가 존속하게 된다. 성서의 노아의 홍수와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신어사상
이다. 물고기의 쌍어문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절의 목어가 되었고 목탁이 되었다.
또한 민간신앙에서 산신제에서 명태 두 마리를 젯상에 올리는 것까지 연연히 연결
되고 있다. 또한 이것은 기독교인임을 나타내는 표시로 거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자동차 뒤에 두 곡선을 겹처 물고기 문양을 만들고 그 안에 그리스어로 익투스 물
고기라는 글자를 새겨 다니는 것 까지 연결이 된다. 김병문의 ‘고고학 여행 2’에 보
면 여행하는 물고기-물고기는 인류를 구하고 하는 대목에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
다.
그렇다. 마차푸차레는 인류를 구원했던 엔키의 꼬리로써 험한 세상의 바다를 헤처
가는 힘을 상징하는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물고기의 정체성을 꼬리로 보는
혜안도 놀랍다. 물고기 문양은 사랑과 박애 자비 연민을 나타낸다. 댄브라운의 ‘다
빈치코드’에서는 쌍어궁시대가 끝나가고 물병(보병궁)시대가 왔다고 했다. 쌍어궁
시대의 대표적 메시지가 믿음이었다면, 보병궁시대는 이해가 중심이라고 이야기 한
다. 이해가 중심이 된 세상이라면 앨빈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들이 말한 지식사회
의 도래 즉 현재의 시대상이 아니던가... 파괴의 신이 살고 있는 곳에 파괴를 치유
하고 구원한다는 물고기 꼬리 모양의 산이라는 것은 상상에 재미를 더한다. 이런저
런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마차푸차레 어미봉은 궁금해 하는 자에게 깊은 성찰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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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다 다시 강을 건넌다 이곳부터는 . 오르막이다. 지누에 도착하여 맥주를 시
킨다. 힘든 길이 이어진다. 모두들 어려워한다. 큰 노력 끝에 촘롱(Chhomrong)에
도착했다. 한국말로 음식메뉴가 크게 쓰여 있다. 반갑다. International Guest
House에서 점심이 준비된다. 비빔밥이다. 툭 트인 경치가 아름답다. 내리막길이다.
학교를 지난다. 제복을 입은 꼬마들에게 준비해간 필기구를 건낸다. 내려오는 길에
는 짐승의 배설물이 많이 있다. 이 동네에서는 물소도 기르고 있다. 힌두교에서 소
는 신성시 되지만 물소는 고기를 먹기도 한단다. 길에 나온 물소를 아낙이 몰아간
다. 어렵고 힘든 눈빛에 마음 짠하다. 수력발전소가 보인다. 촘롱은 문명의 빛인 전
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산을 내려오고 또 다시 오르는 길이
연속된다. 경작하는 밭들이 이어지고 어느 집에서는 당나귀를 사육하기도 한다. 풍
수의 원리는 장풍득수이다. 바람은 막고 물이 있어야 길지이다. 이렇게 험한 산등성
에 조각밭을 일구며 사는 것은 바람이 없고 물이 있어 살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누
구든 살아가는 사실에 대해 경이감을 가져야 한다. 여기가 오지라고 문명이 없다고
우습게 볼일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을 일구어내는 인간의 숭고함이 이산
저산에 펼쳐있는 것을 보며 숙연함을 느낀다. 중간중간 경치 좋은 곳에는 로지가
있어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판다. 헐떡이며 쭉 올라 시누와(Sinuwa)에 도착했다.
16:30 마차푸차래와 안나푸르나 남봉이 좌우로 포진하고 있는 전망 좋은 곳이다.
시누와까지가 인간이 사는 곳이다. 다락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마지막
해발 2340m. 로지의 2층에 짐을 풀고 소주잔을 돌린다. 이번 산행의 구호가 제창
된다. 전두환 목소리로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저녁식사는 19:30분. 시간이 남
아 하모니카를 꺼내 든다. 저녁 메뉴는 닭도리탕 인근 농가에서 사온 생닭이다. 저
녁 후에는 로지에서 동네 민속 공연을 한다. 동네 젊은 처녀 총각들이 모여 북소리
에 맞추어 노래를 하고 춤을 춘다. 젊은 여자들은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리듬에
따라 발로 박자를 밟고 손동작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점점 흥이 무르익고 같이
춤을 춘다. 어느 소녀가 춤을 청해온다. 영어로 당신은 춤을 잘 춘다고 치켜준다.
이름은 버스바 나이는 15세 앙증맞은 처녀다. 꽃목걸이를 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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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도네이션 산중의 시는 . 9 깊은 밤이다. 험한 산길을 따라 집으로 가는 버스
바가 삼선하고 크게 부르며 작은 손을 흔들어준다. 뭉클한 감동이다. 서로를 알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아름다운 소녀 부스바가 마음에
온다.
셋째날
새벽에 잠에 깨어 하늘을 보니 영롱한 별들이 손에 잡힐 듯 초롱초롱하다. 저 멀
리 서있는 고봉들의 어깨도 가까이 있는 듯하다. 7:30분 출발이다. 내리막과 평지
길이 이어진다. 산은 깊어 가고 고도는 높아지는데 아열대 우림이 나타난다. 대나무
밭길이 이어진다. 9:00에 뱀부에 도착한다. 우리말로 죽동 정도 될까 대나무 숲이
많이 뱀부가 되었다. 뒷산 절벽에 산양 한 마리가 해바라기를 한다. 날씨는 화창하
고 기온은 더워 옷을 벗는다. 11:00 도반에 도착하였다. 참 좋은 날씨, 로지의 마당
은 평화가 가득하다. 마차푸차레가 산너머로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아름다움을 잡고
자 메모장에 어미봉을 스케치를 한다. 자세히 살피니 봉우리 끝부분에 평지같은 부
분이 있다. 높은 곳 평지를 시바의 신전이라 이야기 했다. 점심은 수제비다. 참 메
뉴도 다양하고 음식도 맛있다. 이어지는 길은 쉽다. 대숲과 아열대 우림 이끼가 너
풀거리는 울창한 숲이 이어 진다. 40분 후에 히말라야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히말
라야를 지나자 숲에 원숭이 무리가 보인다. 히말라야 원숭이를 랑구아라고 한다는
데 이마가 하얗고 몸은 검어서 마치 산신 같이 품격있게 보이는 원숭이가 나무사이
를 뛰어 넘는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영장류가 산다는 것이 신기하다. 저 원숭이 가족
들은 무슨 연유로 이곳에서 히말라야 영봉을 보고 있는가. 저들의 행복은 무엇일까
16:30에 데우랄리에 도착하였다. 울창한 숲이 뚝 끊어지고 고산지의 풍경이 펼쳐진
다. 주위에는 커다란 바위산이 철갑처럼 두르고 있다. 문명도 끊어진 곳 롯지에는
전기가 없다 촛불을 켜고 서늘한 기온에 움츠려든다. 식사 전까지는 역시 소주파티
조치원 아줌마 두 분도 같이 한다. 7시 경 식사가 준비되고 바로 취침이다. 남쪽 계
곡위에 가느다란 상현달이 떠있다. 가느다란 달이지만 실낮같은 빛을 비추어 준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서 잠이 오지 않는다. 서팀장과 밖으로 나와 산을
향해 아직 넘치는 젊음을 노래한다.
나흘째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식사 후 5시에 어둠을 가르며 길을 나선다. 조치원 팀에서 준
비한 짭조름한 시래기 된장이 맛있다. 나눔이란 맛과 멋을 공유한다. 나눔과 배려는
산에서 흔히 있는 일로 아름다움이다. 2시간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산을 오르니 여
명이 밝이 오고 MBC(Machhapuchhare Base Camp)에 도착하였다. 마차푸차래 바
로 코앞이다. 참으로 기상있고 성스럽게 마차푸차래가 다가온다. 저멀리 안나푸르
나에는 태양의 황금 빛으로 물이 들기 시작한다. 어서 오르고 싶다. 부드러운 구릉
이 이어지고 노란 가을 빛 풀들이 언덕을 감싸고 있어 마치 사자의 등을 오르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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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이다 가 해발 이제는 . MBC 3700m 4천고지를 행한다.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숨이
턱턱 막힌다. 부드러운 구릉을 달리고 싶은데 높은 땅은 조심스럽게 오르라 한다.
바로 고지가 저기인데 완만한 길을 2시간 이상을 걸어 ABC에 도착한다. 이번 산행
의 목적지다. 10가 다 되었다. 좋아 좋아 아- 주- 좋아-
ABC는 안나푸르나의 꽃술이다. 사방이 산으로 마치 꽃 속에 들어 앉은 기분이다.
4130m 이 이상은 풀이 자라지 않는 곳이다. 알프스에 갔었을 때 2500m 정도이
면 불모지로 풀조차 살 수가 없는데 여기는 4200m로 식물 한계선이다. 청명한 날
씨에 안나푸르나의 설산과 하늘이 더 아름답다. 풍요의 여신의 자궁이 ABC다. 로
지뒤에는 샘이 있어 조그마한 연못을 이룬다. 세상에 나오기 전에 머물렀던 자궁이
이런 곳이었으리라. 이미 와있는 한국인들이 있다. 어제 온 어떤 분은 너무 매력적
인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단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곳이다.
산상에서의 점심은 라면,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며 점심을 먹는다. 11:45 하산
이 시작된다. 이 좋은 곳에 3시간이라. 미련은 길고 머무름은 짧다.
내려오는 길에 이번 여행의 화두인 행복에 대한 질문을 했다. What is the
happiness? 뜬금없는 질문에 친절히도 답을 해준다. 가장 많은 답은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있는 현재 행복하다고 했고, 만족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한다. Are you
happy now?에 모두들 행복 하단다. 그래 살아있다는 것만도 행복한 것이리라.
“Be Happy" 행복하세요로 인터뷰를 마친다. 행복을 다시 생각하고 행복의 길을 찾
는 여행. 가장 의미있는 행복론은 조치원 영자누이의 행복론이다. 행복의 첫째는 건
강이요, 둘째는 남에 대한 배려와 도움이란다.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우리 한
국 어머니들의 소박한 행복론이다. 남과 더불어 남을 도우는데서 행복을 찾는 영자
누이의 행복관이 높이 보인다. 특히 남에 대한 선행과 공덕이 있어야 자손이 잘된
다는 믿음은 어느 철학보다 어느 종교보다 숭고한 이념이다. 우리는 같이 사는 사
람이다. 한시간 후 MBC, 얼마쯤 내려왔을까 계곡으로 구름이 몰려온다. 이곳에 오
후가 되면 나타나는 구름이다. 다시 한시간 데우랄리에 도착한다. 엊저녁을 보냈던
곳을 지난다. 3:15 히말라야에 도착하였다. 히말라야는 눈의 거처라는 의미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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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 산을 지칭하는데 이 마을의 이름도 히말라야다. 여기도 전기는 없다. 식당에
는 전기가 들어오는데 로지에는 촛불 뿐, 눅눅한 기온이다. 바로 옆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준비해 온 술이 동이나 현지 술을 조달한다. 남은 시간을 보내는 길은 오
직 술 뿐, 술이 있으면 마음이 열리고 대화가 열린다. 쿠크리럼주는 마시면 심장이
빨라지고 열이 난다. 약간 도수가 낮은 Royal Stag라는 술도 마신다. 식당에서 만
난 한국인 여성은 직장을 다녀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단다. 오늘 이런 한
국여성을 2명 더 만났다. 참으로 용감하고 대견한 젊은이들이다. 오늘은 4명이서
한방에 있다. 그동안 코골이와 별도의 방을 배정했는데 조그마한 마을로 여유가 없
다. 창밖의 물소리가 코골음도 숨겨준다. 서늘한 물소리가 밤을 적신다.
닷세째
기상은 동행하고 있는 포터들이 준비한 짜이로부터 시작된다. 7시에 식사가 미역국
과 함께 준비된다. 내려가는 길을 간다. 아열대 우림에는 ‘달리구리스’라는 네팔국화
나무가 많다. 미국의 에팔레치안 트레일에도 많았던 로드덴드리온이라는 철쭉류이
다. 저많은 나무가 오유월에 꽃을 피워 낸다고 하니 장관일께다. 8:15에 도반에 도
착했다. 연기가 나고 있는 헛간에 들어가보니 엊저녁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다. 가
운데 불을 피우고 주위에 잠을 잔 모양이다. 불을 쬐다보니 옆에 칼과 도끼가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쿠크리가 바로 저 칼이라고 한다. 쿠크리럼의 쿠크리가 전
사들의 술이라는 것이다. 칼과 도끼를 들고 전사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11:20 신우와에 도착한다. 점심 장소이다. 건디라는 붉은 꽃이 로지 화단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점심은 카레이다. 11:40 출발하여 언덕을 내려와 계곡에서 탁족
을 한다. 빙하물은 차겁다, 석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미끄럽다. 참롱으로 오르는
길은 힘들다. 거의 다 오른 곳에 shree dhaulashree Secondary School을 방문하였
다. 네팔의 발전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참으로 열악한 조건이다
교장실에서 보니 몽당분필이 보인다. 준비해간 필기도구를 전달하고 향후 도움요청
이 있을 경우 도우기로 하였다.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교장선생님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Dear 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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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are you sir? Did you reach Korea well? I hope you all have reached safely and
have started your work. Actually, do you know me? I'm the PRINCIPAL of Shree
Dhaulashree Secondary School, Chhomrong, Ghandruk, Nepal. I'd meet you with your
friends before nine days in our school yard. You'd given more stationaries to our
pupils. We all are happy with you. Thank you for your kind help.
We have so many problems in our school. Being a very remote area, the government
has not given her attention to us. Actually we are a small branch of government. We
are 12 teachers now in our school .Among them, only 9 teachers are paid by the
government . Other remaining 3 teachers are paid by the local community,
organizations and donations given by the tourists who walk along the way. Our school
is Secondary school but we have not Scirnce Lab as well as Library. But A Donar Mr.
Allen Lama from Malasiya has supported us to build a 14 roomed school building at
the top of mountain. It is under construction.
You'd told us to do something when you go back to your country. please tell me
what and how do you like to help? We are always ready to accept your help. I'm
waiting eagerly for your positive responce. Thank you. Your's Truly
Hari Shankar Bhujel
PRINCIPAL
shree dhaulashree Secondary School
Ghandruk, Chhomrong,Kaski,Nepal
네팔의 모든 산동네에도 좋은 학교가 많기를 기원해 본다. 언덕 마루에서 싱가포르
에서 온 고등학생 무리를 만났다. 있는 나라에서는 수학여행을 이런 곳으로 오는
구나...명랑한 소년소녀들에게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참롱을 지나나 급경사길을 내
러오니 지누 온천이 있는 마을이다. 15:30. 짐을 풀고 언덕아래 20분간을 걸어 온천
으로 갔다. 노천온천 3개의 조그마한 풀이 있다. 남녀 혼탕 서양인 동양인 네팔인
남녀노소가 그냥 팬티바람으로 혼탕을 한다. 먼저 씻고 탕에 들어온다. 한국인 젊은
처녀도 팬티바람으로 탕을 즐긴다. 천국이 이런 모습일까? 경계가 없고 같이 하나
가 될 수 있는 곳. 바로 옆에는 계곡물이 깔깔대며 흐른다. 7시에 저녁이 준비되었
다. 메뉴는 양고기 수육, 참으로 맛난 음식이다. 매일 계속되는 강행군의 불만에 약
간의 언쟁이 있다. 좋은 산행이 어디 순탄만 하랴. 약간의 긴장은 필요하다. 역지사
지 입장을 바뀌보니 일리도 있다. 캠프파이어가 준비되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려
아래 로지로 가서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거기에는 올라올 때 알았던 티벳족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꿈은 고향으로 가는 것. 포카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나 나라가
없어 취직이 안되어 로지에서 심부름하고 있단다. 티벳 국가를 부른다. 우리도 우리
의 소원을 불렀다. 티벳의 전통노래를 두 여인이 밤하늘을 향해 목놓아 부른다. 우
리도 아리랑을 불렀다. 위로 올라와 캠프파이어에 잠시 참석 후 다시 내려와 이제
는 가이드리더와 이야기한다 에베레스트를 5번이나 올랐다는 네팔 청년은 유창한
영어로 철학과 종교를 이야기한다. 종교는 자연신이란다. 젊은 네팔청년 Bicrg
Thapa (bicky35@gmail.com). 네팔의 정치상황을 걱정하는 열혈 청년이다. 밤이 이
슥하였는데 우리의 가이드 로싼은 화톳불가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권하는 맥주를
한잔하였다. 로싼도 참 좋은 청년이다. 네팔의 두청년 타파와 로싼, 그리고 티벳의
망국의 한을 가진 지누 로지의 두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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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세째
시에 기상하여 시에 출발이다 4 6 . 뉴브리지를 거처 계곡의 오른편 길을 따라 내려간
다. 김새라는 곳은 란드럭과 간드럭을 연결하는 다리가 있다. 좁은 협곡사이로 다리
를 놓았다. 다리에 가니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건너고 있다. 지대가 낮아지자 식물군
이 바뀐다. 바나나와 감귤 그리고 왕대가 많이 보인다. 길목마다 이루고 있는 마을
조를 수확하여 쌓아 놓고 있다. 어린 꼬마들의 등산객에 대한 호기심과 맑은 눈동
자 그리고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안쓰러움.... 평평한 길은 이어지지만 허기가 진다.
어제저녁 마지막 짐을 정리하면서 나머지를 전부 포터들에게 나누어주고 배낭에는
물밖에 없어서 인지 시장기가 더하다. 중간에서 맥주를 시켰다. 큰 병맥주를 시원하
게 마시고 내리막 길을 재촉한다. 씨울레바자 근처에서 조그마한 학교를 본다. 학교
가 너무 열악하다. 얼마쯤 내려오니 주막이 있다. 좁쌀로 만든 창이라는 막걸리를
가이드가 권한다. 미지근한 맛이 술같지 않다. 콩국물 같은 음료라고 할까. 술같은
맛도 없지만 창을 마시니 갈증이 가신다. 11:20 비레탄티에 도착한다. 계곡에 다리
가 있는 마을로 교통의 요지이다. 당나귀들이 짐을 싫고 철다리를 건넌다. 동행 요
리사가 해주는 마지막 점심이다. 냉면이라는데 울면 같기도 하다. 참으로 솜씨있는
요리사였다. 특히 국을 맛있게 잘 했다. 한국음식을 이런 곳에서 맛있게 먹었다는
것도 행복이었다. 이 마을에는 조그마한 가게가 많다. 강옆에서는 양을 도살하느라
여념이 없다. 마을을 따라 20여분 가니 나야폴이다. 여기서부터는 버스를 이용하는
구간이다. 그동안 정들었던 포터들과 요리사들과 헤어져야 한다. 유회장은 정 때문
에 외투를 벗어 바게트라는 포터에게 입혀준다. 착한 바게트는 눈물을 감추지 않는
다. 감동이다. 잘가라 잘있어 인사를 나누고 마이크로 버스에 몸을 싣는다. 길을 달
려 처음 출발했던 패디에서 포터 한명을 내려주고 나니 버스가 고장이다. 전부 내
려 언덕길의 버스를 밀었다. 다행이 엔진이 걸린다. 4시비행기에 맞추어 버스는 언
덕길을 위험하게 내려간다. 포카라 시내에서 버스는 다시 멈췄다. 또 밀기에 엔진이
살아난다. 다행히 4시 비행기는 탈 수 있었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 샤워한 후 다시 만찬 장소로 갔다. Nepali
Chulo 내팔 고유 음식점이다. 입장객에게는 이마에 빨간 물감으로 티카를 해준다.
맨발로 입장하여 우리밥상 같은 곳에 쭈그려 앉는다. 네팔의 전통술인 락시가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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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에 제공된다 꿩 탈을 쓴 사람이 . 좌석을 돌아다니며 웃음을 준다. 남녀 무용수들
이 음악에 맞춰 좌석사이를 돌아다니며 춤을 춘다. 만두 같은 것도 나오고 마지막
으로 네팔의 주식이 한쟁반에 5가지 반찬과 밥이 나온다. 담백하면 맛있다. 호텔에
돌아와 다시 Bar로 가서 그동안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날
쾌청한 날씨다. 호텔의 풍족한 조식이다. 커피향기가 좋다. 식후 호텔정원을 산책했
다. 정원에는 신전이 있어 직원들은 수시로 신전에 기도를 하는 것 같다. 테니스장
에는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08:00 호텔을 출발하여 구 왕궁으로 간다. 많
은 신전이 왕궁근처에 있다. 왕궁과 신전, 참으로 절묘한 계산이다. 왕은 신과 동격
이이다. 먼저 살아있는 여신이 있는 쿠마리 집에 갔다. 가이드의 요청으로 잠깐 살
아있는 여신이 얼굴을 내민다. 4세의 어린 여신이다. 초경 전까지 작은집에서 여신
으로 있다가 다시 환속한단다. 어쩜 삶 그자체가 행복이 듯 신도 살아 있는 사람이
진짜신이며 때묻지 않는 착함이 신성이라는 이 사람들의 지혜도 가치가 있다. 왕
궁입구에는 비둘기, 소, 개들 그리고 사람이 혼잡하게 있다.
이동하여 시장으로 간다. 여기는 관광객의 쇼핑거리다. 등산용품과 패스미나라는
양모 숄이 유명하다. 거리에 한국사랑이라는 한국식당에 들려 맥주를 마신다.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곳이다. 점심은 일본식당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식당으로 실버요양소 같은 곳이다. 가격이 좋고 풍치가 있는 곳에 이러한 시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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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는 일본인의 지혜가 돋보인다 . 여행의 끝이다. 네팔에서의 마지막 출국장 가
이드 로싼이 카닥이라는 비단 천을 목에 걸어준다. 건강과 행운의 상징이다. 히말라
야여 안녕,
안나푸르나의 일정이 끝났다.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 시간을 잊을 수 있는 곳, 순수
함이 문명보다 앞서있던 곳, 다정함 등....
찾고자 하는 행복은 바로 내 마음속에 있었다. 단지 샘물처럼 행복이란 퍼낼수록
맑아지고 많아진다는 것을 잠시 잠시 깜박할 뿐, 사람은 그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
을 풍요의 여신인 안타푸르나가 가르쳐 준 것이다. 모두들, BE HAPPY!
2009. 11. 30
전력연구원 산악회 마 삼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