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4이맘때면 생각나는 추억.hwp
이 맘 때면 생각나는 추억
멕시코목장 김정택 집사
봄바람이 살랑이고 어디선가 아카시아 향기가 날 듯 한 이 따뜻한 봄만 되면 좀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생각나 혼자 있어도 얼굴이 후끈거리곤 하지.
2군 사령부 본부사령실 본부중대!
물론 군 생활한 곳이지. 이름만 들어도 꽤 거창하지 않아? 좋은 여건에서 근무를 했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아 큰 부끄러움을 당하고 말았지. 때는 제대말년~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년~ 그 이야기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도록 하지. (분위기가 전설의 고향 같네.)
군에는 한 달에 한 번 '생월자 파티'(그달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생일파티)가 열리거든. 그 날 하루만은 군 생활 할 맛이 좀 났었어. 조금 특별하게 하는데, 장교식당에 초대해서 통닭을 비롯해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주지.(군에 갔다 온 사람은 약간 과장이 섞였다는 것 알거야.) 문제의 그 날은 내가 군에서 생월자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어. 제대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으니까.
그 날 파티를 주재하는 선임하사는 군악대의 오삼세 상사였어.(오죽하면 사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이름조차 잊어버리지 못할까!) 오상사는 철두철미한 군인이었어. 사소한 것도 허투루 넘기는 분이 아니었어. 상대가 만만찮았기 때문에 사전에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었지. 우리 중대에 생월자는 총 6명이더라고. 보통은 한 두 명의 결원이 생기기 때문에 생월자가 아닌 사람이 한 명 정도는 대충 꼽사리? 끼어도 그냥 넘어가곤 했어. 이렇게 해서 매달 꼬박꼬박 생월자 파티에 참석을 했지만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어.
예상대로 파티가 시작되기 전, 꼼꼼한 선임하사의 출석체크가 있었어. 군악대, 의장대, 경비중대, 수송대, 이상무. 드디어 우리 본부중대~, 다른 중대 보다 숫자가 적어 파악하는 것도 간단했어. 생월자 6명에 참석자 6명, 간단하게 모든 인원파악이 끝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숟가락을 막 입으로 옮기려고 하는 순간, 먼 곳 출입구에 헐레벌떡 한 명이 뛰어 들어오고 있는 거야. 키가 뻘쭘 하니 크고 한 눈에 봐도 미남인걸 보니 군 동기 최순영이었지. 이 친구는 나하고 제일 친한 벗이었고 그 달의 진짜 생월자였지. 인원파악에서 아무 이상이 없던 걸 기억하던 선임하사가 가로 늦게 뛰어 들어오는 순영이를 보더니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거야.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순영이를 보고는 팔을 바깥으로 내저으며 제발 그냥 돌아나가 줄 걸 간절히 요구했어. (큰 소리는 못하고 마음속으로) 야속하게도 이 친구는 내가 하는 제스처가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반갑다고 빨리 오라는 신호로 본 것 같아.) 자기가 생월자가 분명 맞다며 큰소리 치고 들어오는 거야. 선임하사가 출석부를 다시 들고는 우리 중대로 걸어오기 시작하네. 그러더니 솔직히 이실직고 하면 용서해 줄 테니 해당사항 없는 한 명 누군지 일어나라고 하는 거야.
그 순간, 모든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쏠려 있는데 말년 병장인 내가 일어나기가 쉽지 않지. 선임하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웠고 내 인간성을 잘 아는 선임하사가 설마 내가 그런 식으로 참석하리라고 생각지 못했겠지……. 이미 물은 엎질러져 버렸어. 선임하사는 그냥 됐다고 하며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모든 게 밝혀진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 훨씬 더 고역이었어. 나가긴 나가야 하는데, 퇴로는 한 군데 밖에 없었어. 사병들 죽 둘러앉아있는 테이블 사이로 난 사잇길 밖엔 없었어. 테이블 사이를 가로질러 나가야 하는데 통로의 길이가 20미터는 될 거야. 그 길이 20리 길보다 더 길게 느껴졌어. 고개를 좀 숙여야 하는지, 빠른 걸음으로 뛰어야하는지, 아님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일을 하나님이 꾸미신 것 같아. 만약에 그런 족제비 같은 짓거리를 지금도 해 봐. 그 때 완전 창피를 줘서 사회 나가서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미리 경고를 해 주셨던 것 같아. 얼마나 창피를 당했으면 30년이 다 돼 가건만 아직도 생생해.ㅋ
첫댓글 1. 집사님,
'생월자'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에요.
군에서는 '생월자'라는 말을 쓰나봐요?
이 단어를 그대로 둘까요? 아니면 다른 단어로 바꿀까요? ^^*
2. 그리고 이 글이 섹션2에 들어가는거 맞을까요? ㅎㅎ
3. 맛깔스런 택집사님 글..
역시, 갈수록 전문가다워지심다!
전문가=수필가...! ^^*
1.에 대한 의견,
'생월자'는 '그 달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라고 각주를 달까요? ㅎㅎ
이글은 봄특집에 넣기로 하였습니다.
집사님~ 제 생각에는 가장 처음 나온 '생월자'에 괄호로 그달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면 어떨까 싶어요. 없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면 말로 굳어지기도 하니까요~ 군에서는 이 말을 쓰나 보네요.^^ㅎㅎ
생월자(그달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렇게요.^^
은애집사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