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1 17:52:20
일시 2011년 7월 8일-9일
장소 가평 칼봉산 산장
참석자 도다리 대장, 하키, 산강, 산사랑, 느림보, 솔욱, 솔고, 재일, 석모, 해공, 무공, 장사, 성임, 병순, 겨울여행, 호루라기, 정호 총 17명
사실 350차 기념산행은 겨울여행 박은수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기념산행 준비를 하기로 했던 산우회의 거봉, 황선달의 허리 수술 일정이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성가신 일을 떠 맡게 된 것이다.
며칠에 걸쳐 준비한 기념산행 준비물이, 물론 대부분 먹거리들이지만 사과 박스 댓 개에 다가 아이스박스 기타 잡다한 것 포함하여 골프 캐디백 넷, 보스톤 백 네 개가 수월하게 들어가는 내 차 트렁크가 모자랄 정도였으니, 함께 짐을 옮겨 실었던 솔욱, 산사랑도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기념산행 준비를 혼자 다 했다고 해서 350차 기념 산행이 박은수 작품일 수는 없다.
공화국 대장 하키님도, 망설이다 조인한 산강도 눈치 살피는 동료들 등 떠밀며 한 사람이라도 더 행사에 참석하도록 하기 위해 뒤에서 무진 애 많이 썼다. 나도 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기 아이다. 349차 설악산 산행에 개인적 사정으로 참석할 수 없었던 겨울여행은 아쉬움을 달래며 청계산 벙개산행을 감행하게 되었는데 이런 탁월하고 과감한 판단력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350차 기념 산행은 저~~ㄴ 혀 불가능한 일이 될 뻔 한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349차 설악산 정기 산행이 출발 전날 여차 저차한 사연으로 무산된 것이었다. 무산 되면 담에 가면 되지 뭐가 문제가 되냐고? 아이지! 저 앞에서 350차 기념산행을 총괄 지휘하는 하키 대장님의 얼굴이 퍼~래 지더니 장고에 들어 가기 시작한다. ‘349 산행을 완성하지 못하면 350차 기념 산행을 갈 수가 없다. 날을 담주로 잡아 놨는데……’
장고를 거듭하던 하키 대장, 무릎을 치며 겨울여행에게 전화를 걸어 청계산 벙개산행을 349차 정기산행으로 바꾸고, 여행님을 대장으로 임명하니 완벽하게 문제가 풀린다.
역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대장들이다. 전 대장 겨울여행은 깊은 혜안으로 청계산 벙개 산행을 선지적 감각으로 주도하더니, 현 대장 하키는 풍전등화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이를 과감하게 정기산행으로 바꿔버리는 결단력을 보여 주니 우리 30 산우회의 앞 날은 정말 밝다. 그래서 이번 350차 기념 산행은 누가 뭐래도 겨울여행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다. ㅎㅎㅎㅎ
5시 20분 여행 집 앞에서 산더미 같은 먹거리를 트렁크에 차곡차곡 싣고 칼봉산으로 향한다. 금요일 오후 인지라 서울 시내를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다. 이리 가다간 여덜시 넘어 도착할지도 모를 일이다.
헌데 시내를 벗어나니 국도엔 차도 별로 없어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을 듯 하다. 나비 가시나가 갈차 주는 길이 수상하여 용추계곡 입구에서 잠시 길을 헛갈렸지만 솔욱이 길을 물어 제길로 찾아 들었다.
승안 삼거리에서 용추 계곡쪽으로 들어 오니 계곡 옆으로 난 좁고 험한 비포장길이 몹시 길게 이어진다.
RV차량 아닌 일반 승용차로는 쉽게 맘 먹을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밤에나 도착할 산우들 걱정이 앞선다. 나비 가시나가 일러주는 길과 진입로가 달라 애 먹을 테고, 좁고 험한 비포장길에 들어서면 일반 승용차로는 힘든 구간이 제법되는데……
선발대 여행 산사랑 솔욱과 함께 숙소 칼봉산 쉼터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다.
짐을 풀어 간단히 정리하고 밤 늦게 차를 몰로 올 산우들에게 문자를 날린다.
“승안 삼거리에서 좌회전후 쭈~욱 직진. 비포장도로니 무조건 시속 5키로 이하로 안전 운행 바람’
나중에 주인 아주머니에 물어 보니 이곳 번지수가 우리가 알고 있던 번지수와 다르다. 산 92 번지가 아니라 689번지란다.
그래서 나비 가시나가 엉뚱한 곳으로 안내를 했구나. 수정된 번지로 다시 문자를 날려 준다.
계곡은 밤이 빨리 찾아 온다. 어둠이 깊어가니 계곡 물소리도 더욱 세차게 귀를 때린다. 우당탕 틍탕 자갈돌 굴러가는 소리 같다.
하키차로 산강(광용), 호루라기(경남)이 들이 닥치고, 병순과 함께 솔고(부종)가 오고, 해공(해균)과 무공(무상)을 뒤따라 재일이, 석모가 따로 용케 찾아왔다.
벌써 소주가 몇 순배 돌고 삼겹살도 몇 접시 상에 올랐다. 솔욱은 삼겹살 굽는 건 자신 있다며 지한테 맡겨 놓으란다.
말대로 진짜 삼겹살 굽는 귀신이다. 타지도 않게 노릇 노릇하고 기름이 쫘악 빠지게 기똥차게 구워 올린다.
해공은 배 술을 준비해 왔다. 둥근 술병 속에 애 대가리 만한 배가 들었다. 속에 든 배가 워낙 커 술은 몇 잔 안 나온다.
마시기 보담 장식용이거나 선물용으로 제법 값 나가게 생겼다.
경남이는 벌써 두루마리 휴지를 온몸에 걸치고 분위기 띄우느라 바쁘다.
마지막으로 느림보(규홍) 차로 장사(민영), 정호, 성임이 산장에 닿을 즈음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구단주 민영과 차주 규홍이를 달래기 위해 미리 테이블에 수 십년 먹은 발렌타인 1병을 대기 시켜 놓았다.
아마도 민영은 오자 마자 일성으로 ‘에이 XX놈들!’ 로 먼저 온 우리에게(?) 분통을 터뜨릴게 분명하다며, 맛난 술로 그 입을 막아 버릴 요량인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규홍이 운전대를 잡은 마지막 차는 어두운 밤길을 선발대가 보내준 문자를 참고 삼아 제대로 산장으로 가는 비포장길을 들어 서긴 섰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외길로 올라 오던 중 산장 2-3백 미터 아래 계곡을 건너는 콘크리트 구조물 직전에서 오금이 저려 도저히 건너지 못하고, 길이 아니다 싶어 중간에서 회차를 했더란다.
조금 아래에서 길을 물으니, 바로 회차한 지점과 같은 계곡을 두어번 더 건너 올라 가야 산장에 도달한다는 말을 듣곤 이미 길바닥에 육두문자를 한 바가지 쏟아 붓고 올라왔던 것이다.
산강은 그 와중에 밤늦게서야 오겠다는 권박을 앵간하면 오지말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오늘의 행사에 17명이 모였다.
칼봉산 산행 보다 더 재밌었을 비포장 밤길을 헤매며 해발 263미터에 달하는 산장에서 원두막 천막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그 보다 더 폭풍 같은 소리로 우리가 자리한 원두막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계곡 물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며, 마셔도 마셔도 이 밤이 취하질 않는다.
경남이가 두루마리 휴지를 온몸에 친친 감고 미이라가 되어 좌중을 웃음 바다도 빠뜨릴 즈음, 부종이를 필두로 칼봉산 매미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나가수 저리 가라다.
아침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6시 반이다. 그런데도 아직 원두막으로부터 산강의 노래 가락이 물소리 보다 우렁차게 아침 바람을 타고 날아 든다. 잠결에 들어도 담박 알아 들을 노래다.
Cotton fields라 했던가. 고성이 고향인줄 알았더니, 술이 덜 깬 탓인 지 새벽부터 루이지애나 목화밭 타령이 한창이다.
칼봉산 매미들은 잠도 없나 보다. 정호 경호 규홍이 모두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들이다.
하나 둘 잠자리를 털고 일어 나더니 더러는 계곡에 머리를 담과 취기를 씻어 내고, 더러는 엉망진창인 원두막을 치워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아침 기다리기 조차 아까운 주당들은 벌써 컵라면을 털어 넣어 안주를 만들며 막걸리를 돌리기 시작한다.
기름기 좔 좔 흐르는 쌀밥에 된장찌개가 아침 식탁에 올랐다. 밤새 놀았던 매미들도, 취기를 잊고 몇 시간 단잠을 청한 산우들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바로 끓인 라면까지 몇 가닥 얹어 먹으니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10시반경 도다리 대장을 필두로 칼봉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몇 몇 아랫도리가 부실한 산우들은 잠시 산보만 하겠다며 비실비실 꽁무니를 뺀다.
칼봉산은 검봉산이라고도 한다. 칼 검이다. 그랬더니 누군가 도봉산도 되겠네 한다. 칼 도다. 맞긴 맞는 말이다만 도봉산은 아니다. 숙소에서 200여 미터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어젯밤 쏟아진 비 때문에 등산로 10여 미터가 계곡물로 완전히 막혔다.
신발을 벗고 건너면 무릎까지 물이 올라올 정도다. 하는 수 없이 칼봉산 산행은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산장 아래 비포장 도로를 가볍게 산보하는 것으로 산행을 대신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정리 하겠다는 은수 정호를 남겨 두고 서넛이 짝을 지어 어젯밤 헤매던 길을 한 바퀴 돌아 보기로 한 것이다.
다소 김빠지는 산보이긴 해도,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지 않고 위쪽 산행로처럼 도로가 물에 잠기지 않아 천만 다행이다.
밤새 노래 부르던 매미들, 거기에 보태어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푸~욱 주무신 산우들, 어렵고 먼길 찾아 350차 기념 산행에 동참해 줘서 고맙습니다.
내년 400차 산행에서는 더욱 알차고 재밌는 기념 산행이 되길 기대해 보면서 칼봉산 도다리 350차 기념 산행기를 마감합니다. 2011. 7. 11 도다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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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금 : 93,347원
수입 1,150,000원
지원금 700,000 원
참석자회비 15명(30,000) 450,000 원
지출 1,148,550원
사전답사비용 150,000 원
숙소 250,000 원
식사 232,000 원
화로/방가루 45,000 원
사전준비물품 471,55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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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잔액 94,797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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