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아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이 어린 자녀를 고아원에 버리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요즘 고아원에서는 일주일이 멀다 하게 고아원 문 앞에서 어린 아기가 발견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며 "내가 사는 (순천시) 연포동엔 2012년부터 기업소정양소(노동자 요양소) 건물이 1세~6세 아이들이 있는 고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며칠 전에도 고아원 앞에서 쓰러져 울고 있는 3살짜리 아이(남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 황해남도 신원의 한 유치원. AP© 제공: 중앙일보
북한 황해남도 신원의 한 유치원. AP
또 다른 소식통도 "그제(2월 27일) 아침 북창군 소재지에 자리하고 있는 고아원 문 앞에서 두 살 정도의 아기(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고아원 직원이 출근하다가 발견했다"며 "주민들은 '오죽하면 자기 자식을 고아원에 버리겠냐'며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창군고아원에는 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어 무의무탁 대상으로 선정된 아이들(1~16세) 110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사 위기에 직면한 여성들이 자신의 어린 자식까지 굶어 죽을까 두려워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고아원에 놓고 떠난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 고아원에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우윳가루와 식용유, 약품 등이 화물열차를 통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북한에선 극심한 식량난이 관측된다. 100만여명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도 고난의 행군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의 식량난과 아사 위기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위층의 호화생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이날 RFA에 "북한이 군이나 고위 당 간부의 생활을 우선시하면서 농업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안 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이후 강화된 국경 폐쇄를 언급하며 "2019년 이후 북·중 국경지대가 봉쇄돼 양국 간 밀무역도 많이 줄었다. 코로나로 인한 물류 제한 때문에 시골 지역에서 아사자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밀무역은 북한 주민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제공: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서포지구 새거리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국경 폐쇄 장기화로 인해 식량 부족 상황이 지속하자 북한이 장마당(시장)에서의 양곡 판매를 금지하고,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식량난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식량의 사적 유통을 통제하고 국가 장악력을 높인 게 화근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 속에도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22일 "제국주의자들은 원조를 미끼로 다른 나라들의 경제 명맥과 이권을 틀어쥐고 경제 발전을 억제하며 예속시키고 있다"며 사실상 식량난 해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 "강력한 영도체계가 서있고 전체 인민의 단결된 힘이 있는한 못해낼 일이 없다"며 수년에 걸친 장기 농업생산의 구조적 변화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