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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교회는 공동체 형태에서 점차 제도화되면서 발전했다.
초대교회에 교사와 장로와 감독자가 세워지고 제도적으로 영적 질서와 체계가 잡혀 갔다(고전 12:27∼28,엡4:11). 그런데 이후 시대마다 교회는 역동성을 잃고 부패하는 위기를 겪었다. 이 때 성도들은 영성을 지키기 위해 조용한 기도처를 찾아 기도와 명상,노동에 힘썼다. 수도원의 영성이 교회 영성의 물줄기 역할을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제도적인 교회와 공동체적 수도원은 상호 밀접한 영적 연관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고 하겠다.
개신교 교파 중 초대교회 공동체 의식이 가장 강하다 할 수 있는 침례교,그 중에서 강남중앙침례교회를 설립한 김충기 목사는 30여년전 개척 초기부터 ‘교회’와 ‘기도원’을 접목한 목회를 결심했다. 사회적 대변혁기였던 1960년대부터 초교파 부흥사로 민족복음화에 기여해온 김충기 목사는 기도원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부터 교회와 기도원을 병행하는 목회를 구상했습니다. 교회가 지속적인 영성을 유지·강화하려면 반드시 기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 개척 준비를 위해 현장 목회지와 기도원 부지를 동시에 물색했지요.”
좋다는 곳은 모두 다녀본 뒤에 이곳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의 20만평 부지를 결정했다. 한국 개신교계의 주요 기도원 중에서 가장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 양수리수양관이다.
비유컨대 교회가 숟가락이라면 기도원은 젓가락 같다. 수저와 젓가락이 함께 움직일 때 균형있는 식사를 하게 되듯이 교회와 기도원이 조화를 이룰 때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균형감과 건강성을 지켜줄 수 있다. 이것을 입증하는 것이 양수리수양관의 유명한 ‘목요산상기도회’이다. 17년전 시작한 이 신앙훈련 영성기도회는 김 목사가 직접 인도하고 있다. 처음 수년간은 밤 11시에 모여 말씀과 찬송과 기도로 꼬박 철야를 하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하산할 정도로 철저하고 뜨거웠다. 교회 부흥과 성도 개개인의 영적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요즘에는 직장인과 가정사역을 고려하여 매주 목요일 밤 10시에 모여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고 자정 이후에는 개인기도를 하거나 하산하는 등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매주 500여명이 참석하는데 강남중앙침례교회 성도들이 반,서울을 중심으로 수원 인천 원주 춘천 등 경기도 전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반이다. 특히 신학생들도 상당수 정기적으로 이 집회에 참석하여 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현실적인 문제나 영적 위기에 직면할 때 기도원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선입니다. 최선은 일상적인 신앙생활 속에서 무시로 기도원을 찾아 주님과 나만의 만남을 구하고 영적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왜 기도원을 찾느냐? 그것은 영적으로 무장하여 세상으로 나아가고 교회를 더 잘 섬기기 위해서입니다. 기도원이라면 교회와 담을 쌓은 것으로 오해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것은 성도들의 올바른 기도원 생활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지요.”
필자도 한 가지 밝혀 두고자 한다. 본 수도원 탐방 시리즈에 목회자와 성도들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주신 데 대하여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독자 중에 극히 일부는 ‘수도원 영성은 시대에 맞지 않으며 생활이 바쁜데 수도원으로 들어가란 말인가?’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필자가 기도원(수도원)을 통한 영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너무나 세속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일찍이 주석가 카일 델리취가 소돔성의 멸망을 지적하면서(창 19:5∼9) “오늘의 죄악상이 소돔시대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했듯이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이 없다면 소돔성보다 더 큰 진노를 살지도 모를 세속화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더욱 요청되는 것은 ‘성결한 영성’이다. 오늘날 교회마다 목회자들이 영성을 강조하고 성도들을 영적으로 재무장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의 심각한 세속화 현상에 대한 반작용이고 ‘세상의 도전’에 대한 ‘교회의 응전’이 아니겠는가. 이때 우리는 먼저 영혼의 골방을 찾고 기도원을 찾아 부르짖어 기도하며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우리의 영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회의 세속화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도의 영적 무장뿐이다(엡 6:10∼20).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성결교회는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성령운동의 열매이다.19세기 미국의 성령운동은 거슬러올라 가면 18세기 영국의 존 웨슬리 중심의 성결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존 웨슬리의 영성은 또한 수도원 영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처럼 역사는 한 단면만을 잘라놓고는 정확한 이해와 판단이 어렵다. 초대교회와 함께 병존한 수도원 영성에 대한 이해는 세속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하다.
필자의 글이 단순한 수도원 기행문이 아니라 이 시대의 목회자와 성도,그리고 신학도들을 향한 영성 강화 호소문으로 읽히기를 소망한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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