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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초고] 마드리드의 월세 폭등과 우리의 임대료 산정식 ㅡ횡포를 부르는 오류를 바로잡아야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지난 9월 2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군중 행진이 있었다. 불을 붙인 것은 한 사람의 집세 폭등 사연이었다. 이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좀더 상세히 보자.
87세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은 1950년대 중반에 그 집을 얻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임대료 상한 덕에 70년 넘게 거기서 살았다. 월세는 440유로 안팎이었다. 2018년에 그 집이 팔렸다. 부동산회사의 매입가는 24만 유로였다. 회사가 제시한 새 임대료는 1,600~1,650유로였다. 275퍼센트 인상이다. 그의 연금은 월 1,450유로였다. 요구된 임대료가 연금 전액을 넘었다. 9월 23일 퇴거가 집행되고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
여론이 들끓자 마드리드 시 주택토지공사의 중재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8년 계약에, 임대료는 순소득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는 병상에서 그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0월 7일 세상을 떠났다. 가족과 변호사와 세입자조합이 함께 낸 성명에 이런 말이 있었다. 이 해결은 너무 늦게 왔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 '275퍼센트'가 어디서 왔는지를 따라가 보면, 그 끝에 우리 제도가 있다.
임대료는 왜 세 배가 되었나
먼저 물어야 한다. 그 동네의 쓸모가 세 배가 되었는가. 그럴 리 없다. 70년을 산 집이다. 길이 새로 난 것도 아니고 지하철이 들어온 것도 아니다. 그 자리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이 얻는 이로움은 8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 무엇이 세 배가 되었는가. 그 집의 평가액이다.
회사는 2018년에 24만 유로에 매입했지만 지금 그 집의 추정가는 77만 유로이상이다. 여덟 해에 3.2배가 넘는다. 그리고 요구된 임대료는 3.75배다. 두 비율이 거의 같다. 숫자를 맞춰보면 더 분명해진다. 월 440유로를 열두 달 받으면 한 해 5,280유로다. 매입가 24만 유로에 대면 2.2퍼센트다.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다. 그런데 평가액이 83만 유로가 되면 2.2퍼센트는 한 해 1만 8천 유로쯤을 받아야 한다. 월 1,500유로가 넘는다. 회사가 요구한 1,650유로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그 집의 쓸모는 그대로다. 평가액이 올랐고, 임대료가 그 평가액을 따라 끌어올려진 것이다.
여기서 두 개념을 갈라야 한다.
-지대: 땅이 해마다 만들어내는 임대료(흐름)
-지가(땅값): 앞으로 나올 지대를 미리 묶어놓은 값(저수지)
경제학의 원래 설명은 명확하다. 쓸모가 지대를 결정하고, 지대가 땅값을 결정한다. 원인이 지대이고 결과가 땅값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과가 거꾸로 흐른다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일은 그 반대다. 땅값이 먼저 정해지고, 그 땅값을 정당화하기 위해 임대료가 끌어올려진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이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래된 계약의 세입자가 들어 있는 집은 싸게 살 수 있다. 임대료가 묶여 있으니 값이 낮다. 그 집을 사서 계약이 끝나기를 기다리면, 묶인 임대료와 시세 임대료의 차이가 한꺼번에 자산가치로 바뀐다. 스페인 언론은 이 회사가 마리카르멘의 집을 재평가할 자산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썼다.
그 식이 한국에도 있다
이제 한국 이야기다. 다만 한 가지를 먼저 갈라두자. 마드리드에서 역산을 수행한 것은 그 회사의 목표수익률이었다. 법에 적힌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정한 숫자다. 스페인에는 우리 같은 임대료 산정 제도가 없다. 그러니 두 나라를 잇는 것은 제도가 아니라 구조다.
우리의 경우는 한 가지가 다르다. 법령에 산식으로 적혀 있다. 「주택법 시행령」 제81조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토지임대료를 정한다. 매긴 방식이 이렇다.
토지임대료 = 기초가액 × 이자율
기초가액으로 무엇을 쓰는가. 공공택지에 지으면 그 택지의 조성원가를 쓰고, 공공택지가 아닌 땅에 지으면 그 땅의 감정평가액을 쓴다. 거기에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곱한다. 앞쪽은 나쁘지 않다. 조성원가는 땅을 만드는 데 실제로 든 비용이니 시세가 아니다. 주변 땅값이 올라도 조성원가는 오르지 않는다.
뒤쪽은 다르다. 감정평가액은 시세를 반영하므로, 주변 땅값이 오르면 토지임대료가 따라 오른다. 그 자리의 쓸모가 변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기준에 지가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러면 조성원가로 출발한 집도 2년 뒤부터는 그 동네 땅값을 쳐다보게 된다. 출발은 원가인데 증액은 지가인 것이다. 누가 그 땅값을 올렸는가. 거기 사는 사람이 아니다. 투기적 수요가 올렸다. 그런데 더 내는 사람은 거기 사는 사람이다. 상한이 있다는 것이 연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 산식이 어디서 왔는지도 짚어둘 만하다. 감정평가에 적산법이라는 방식이 있다. 기초가액에 기대이율을 곱하고 필요경비를 더해 임대료를 구하는 것이다. 제81조의 산식이 그 계보에 속한다. 다만 적산법은 임대료 평가의 원칙이 아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은 임대료를 평가할 때 임대사례비교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그 방법이 곤란하거나 부적절할 때에만 다른 방법을 쓸 수 있게 한다. 원칙과 예외의 구조다.
그런데 그 예외의 구조가 시행령의 명문 규정이 되었다. 그리고 비교할 사례가 없는 영역이 어디인가. 토지임대부 주택처럼 공공이 공급하는 자리다. 민간 시장은 사례를 비교해 임대료를 정하는데, 공공이 공급한 집은 땅값에서 역산하는 셈이다.
게다가 악순환도 생긴다. 땅값은 임대료를 환산해서 구하고, 임대료는 그 땅값에 이율을 곱해서 구한다. 둘을 동시에 쓰면 어디에도 닻이 없다. 표준시계 없이 시계 둘을 서로 보고 맞추는 셈이다. 둘이 같아지기는 하는데 맞는 시간인지는 알 수 없다.
유럽이 시도한 두 길, 그리고 막힌 이유
유럽은 이미 두 가지를 시도했고 둘 다 막혔다. 하나는 임대료 상한제다. 베를린은 2020년에 임대료를 동결하는 법을 시행했다가 이듬해 연방헌법재판소에서 무효가 되었다. 임대료 규제가 위헌이라는 판단은 아니었다. 연방이 이미 규율한 영역이므로 주가 따로 법을 만들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다른 하나는 대형 임대사업자 주택의 수용이다. 같은 해 베를린 시민들은 그 수용을 묻는 주민투표를 과반으로 가결했다. 그러나 실행되지 못했다.
둘 다 지혈은 되지만 구조 치료가 되지 못한다.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유인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로 가는 길 ㅡ 땅값에 매기는 보유세
소유를 빼앗지 않고 보유의 수익성을 낮추는 길이 있다. 방법은 땅값에 매기는 세금, 즉 토지보유세다.
이것을 특정 진영의 주장으로 여기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20세기 자유시장 경제학을 대표한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대에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가장 덜 나쁜 세금은 개량되지 않은 토지의 가치에 매기는 재산세다. 여러 해 전 헨리 조지의 논거다."
세금을 좋아해서 한 말이 아니다. 모든 세금은 사람의 행동을 비틀어 손실을 낸다고 그는 보았다. 노동에 매기면 덜 일하고, 저축에 매기면 덜 저축하고, 건물에 매기면 덜 짓는다. 피하는 길이 있으니 행동이 비틀린다.
그런데 땅에는 그 길이 없다. 땅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어서 세금을 매겨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덜 나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에서 하나가 더 따라 나온다.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값을 올려 받으려면 공급을 조일 수 있어야 하는데, 땅은 조일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토지소유자 쪽에 수렴한다. 비틀지 않는 이유와 전가되기 어려운 이유가 같은 하나인 셈이다.
다만 실제 부담의 분포는 세제 설계와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토지가치세를 검토한 국제통화기금의 연구도 효율성과 함께 분배 효과를 같이 본다. 전가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고,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가 쓴 말에도 주목할 만하다. 개량되지 않은 토지의 가치. 앞서 본 대로 건물은 덜 지을 수 있으니, 건물에 매기는 세금은 사정이 다르다. 땅에만 매겨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다만 아무것도 비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 그 부담을 그대로 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세금은 경제학적으로 가장 깨끗하면서 정치적으로 가장 어렵다. 아직 하지 않은 이유가 효과가 없어서는 아니다.
우리 숫자로 해보자. 어떤 자리에서 해마다 임대료 1천만 원이 나오고 사람들이 2.5퍼센트 수익을 기대한다면, 그 땅값은 4억 원이다. 여기에 땅값의 1퍼센트를 보유세로 부과하면 어떻게 되는가. 매입자는 세금을 내고도 2.5퍼센트가 남는 값에만 사려 할 것이다. 그런데 계산이 한 바퀴 돈다. 세금이 땅값에 비례하므로 땅값이 내려가면 세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순환을 풀면 결과는 간단해진다.
기대수익률에 세율을 더한 값으로 임대료를 나누면 된다. 2.5퍼센트에 1퍼센트를 더한 3.5퍼센트로 1천만 원을 나누면 약 2억 8,600만 원이다. 4억 원이던 땅값이 29퍼센트 떨어지는 것이다. 만약 세율을 2퍼센트로 하면 44퍼센트가 떨어진다.
핵심은 이것이다. 보유세율은 금리와 똑같이 작동한다. 둘이 분모의 같은 자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이 떨어지듯, 보유세율이 오르면 땅값이 떨어진다.
그리고 땅값이 떨어지면 다음 매입자가 뽑아내야 할 임대료도 낮아진다. 마리카르멘의 집에서 83만 유로가 24만 유로였다면 1,650유로를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값을 누르는 것이 곧 임대료 압력을 누르는 것이다.
앞에서 땅값으로 임대료를 역산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그 인과를 이용하는 셈이다. 모순처럼 보일 수 있으니 갈라두자. 그렇게 재야 한다는 것과 지금 실제로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은 다르다. 식은 고쳐야 하고, 고치기 전까지는 그 식이 작동하는 쪽으로 눌러야 한다.
다만 효과는 느리게 온다. 부담이 장기적으로 토지소유자 쪽에 수렴한다고 해서 임대료가 곧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땅값이 낮아지고 그 값에 거래가 일어나면서 서서히 작동한다.
그러니 세 배 고지서를 받은 사람에게 "앞으로 매입가가 낮아질 것"은 답이 아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다. 계약갱신권 보장, 인상률 제한, 단기임대 전환 규제, 공공의 매입과 비축 들이다.
스페인에서 벌어진 일이 그 목록과 겹친다. 세입자조합이 요구한 임대료 동결 명령에는 마리카르멘의 이름이 붙었다. 의회는 퇴거 유예를 담은 주거 긴급법을 부결시켰고, 산체스 총리는 의회를 해산해 11월 29일 조기 총선을 공고했다. 그리고 10월 6일, 정부는 21개 주거 대책을 긴급 명령으로 승인했다. 취약 거주자의 퇴거 보호 연장, 단기임대 과세, 투기적 매입 금지, 생애 첫 주택 대출 기금이 거기 들어 있다. 의회가 해산된 뒤이므로 추인은 69명의 임시 의회에 남아 있다.
총리는 마리카르멘이 겪은 것과 같은 퇴거가 더는 없게 하겠다고 했다.
그 모든 것이 그가 떠난 뒤에 왔다. 가족과 변호사와 세입자조합의 말이 그것이다. 이 해결은 너무 늦게 왔다. 지혈조차 늦었던 것이다.
지혈과 구조 치료는 다르다. 구조를 말하는 사람이 지혈을 대체하는 척하면 안 된다. 그러나 지혈만으로는 반복된다. 베를린이 두 번 막힌 것이 그 증거다.
유인을 없애야 반복이 멈춘다
왜 지혈이 반복해서 실패하는가. 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유인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리카르멘의 집이 그 증거다. 그 집에는 임대료 상한이 있었다. 70년을 작동했다. 그런데 그 상한이 그 집을 싸게 만들었고, 싸진 집을 사서 상한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사업이 생겼다. 24만 유로에 사서 여덟 해를 기다린 것이 그것이다.
지혈 장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있었는데, 그 장치가 오히려 기다림의 먹잇감이 되었다. 유인을 끄지 않고 증상만 누르면 이렇게 된다. 단기임대를 규제하면 다른 우회로가 생기고, 임대료를 묶으면 묶인 집을 사서 풀릴 때를 기다린다.
비엔나가 100년 가까이 집세를 잡고 있는 것은 상한제를 잘 설계했기 때문이 아니다. 주택의 상당 부분을 애초에 시장 바깥에 두었기 때문이다. 유인을 없앤 것이다. 덴마크는 건물이 아니라 땅값에 매기는 지방세를 오래 운영해왔다. 에스토니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건물에는 과세하지 않고 토지에만 과세한다. 헨리 조지의 생각을 제도로 구현한 나라들이다. 유럽 통계에서 에스토니아의 집세 상승률이 낮은 축이었다는 점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들여다볼 만하다.
동네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마지막으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자. 70년을 산 사람은 누구인가. 그 자리의 가치를 만든 사람이다.
어느 동네가 사람이 모이는 곳이 되는 것은 거기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게가 생기고 단골이 생기고 아이들이 자라고 길이 익숙해지는 일, 그 축적이 그 자리의 쓸모다. 길을 내고 지하철을 놓은 것은 시청이지만, 그 자리에 가치를 만든 것은 거기 산 사람들이다. 레티로의 그 집이 24만 유로에서 83만 유로가 된 여덟 해 동안, 그 집에 산 사람은 한 사람이었다.
토머스 페인이 1797년에 쓴 것이 이것이었다. 개간으로 생긴 개량가치는 그 일을 한 사람의 것이나, 토지 자체의 가치는 공동체의 것이므로 소유자는 공동체에 그 몫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칠 것은 심성이 아니라 식(式)이다. 땅값에서 임대료를 역산하는 그 식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고칠 자리가 특정된다. 「주택법 시행령」 제81조다. 기초가액을 시세가 아닌 원가에 두고, 증액을 지가상승률이 아닌 다른 기준에 연동하면 된다. 법률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시행령 사안이다.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